‘과소평가’된 농촌 환원 기능…“농업 조세감면, 단순 특혜로 취급해선 안돼”

김해대 기자 2025. 6.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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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조세감면 일몰 ‘위기’] (하) 협동조합 ‘지역경기’ 활성화 효과 인정해야
영농자재 할인 공급·인력 지원
출자금 배당 등 농가 실익 제공
기재부, 특례 연장 부정적 입장
조합원만 혜택·과세 형평성 명분
폐지땐 지역 소비 저하에 영향
농민단체들도 “손대지 말라”

“농축협과 관련된 조세감면이 사라지면 결국 농민들에게 돌아오는 실익이 줄줄이 줄어드는 것 아닙니까.”

경북 안동시 일직면에서 자두농사를 짓는 이호운씨는 3월 발생한 산불 피해 복구 과정에서 농협의 역할을 여실히 체감했다. 지역 농협이 자체 예산을 들여 영농자재를 할인 공급하고, 식료품과 각종 생활용품도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평상시에도 농협이 제공하는 영농자재 교환권과 마트 상품 할인 공급이 큰 도움이 된다”며 “상권이 사라지고 있는 농촌에선 농민들의 농협 의존도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농축협과 관련된 주요 조세특례의 종료 시점이 올해말로 돌아오며 농업계에선 특례 연장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폐지 위기에 놓인 특례는 ▲조합원 3000만원 이하 예탁금 이자소득 비과세 ▲조합원 2000만원 이하 출자금 배당소득 비과세 ▲농축협 법인세 저율과세 3종이다. 모두 2∼3년 주기로 연장이 이뤄지고 있는데, 기획재정부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특례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당 특례의 효과가 협동조합 조합원에 한정되고, 일반 기업과 과세 형평이 맞지 않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하지만 학계와 농촌 현장에서는 재정당국의 이런 판단이 농축협을 포함한 협동조합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기능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2023년 기준 농축협에는 정조합원이 약 206만명, 준조합원이 약 1974만명 가입돼 있다. 2000만명 넘는 출자자·이용자가 올해 일몰 예정인 조세특례와 연결된 셈이다.

특히 ‘농축협 법인세 저율과세’ 폐지는 지역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미 나와 있다. 농축협은 수익을 출자·이용고 배당 형태로 조합원과 이용자에게 환원하는데, 법인세율 상승이 배당 축소와 지역 소비 저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박성욱 경희대학교 회계세무학과 교수 등이 2021년 발표한 ‘협동조합 법인세부담이 배당금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 논문을 보면 협동조합의 법인세율이 1%포인트 올라갈 때 조합원(이용자) 배당금은 5.191% 감소했다. 농축협 조합원 1명당 배당금이 100만원이라 하면, 연간 배당금이 5만1910원 줄어드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별 협동조합 법인세율이 1%포인트 증가할수록 지역 총생산은 4.41%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박 교수는 “지역간 경제력 격차가 심한 상황에서 협동조합은 지역조합원 교육, 사회간접자본 투자, 금융자본 제공 등의 형태로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측면이 많다”며 “조합원이 받은 혜택을 지역경제 발전에 다시 투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협동조합에 대한 법인세 특례를 장기적 차원에서 유지·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인프라 측면에서 농축협은 전국에서 본점·지점 4874곳을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는 추세에서 지역주민들의 금융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다. 여기에 농축협은 2020∼2022년 연평균 출자금 배당으로 조합원에게 총 1385억원의 실익을 돌려줬다. 이용고 배당도 매년 4853억원을 했다. 같은 기간 영농인력 지원, 농촌 주민 복지 등에 쓰는 교육 지원예산을 1조6688억원 투입했다. 농축협이 일반 법인의 세율(9∼24%)에 비해 낮은 세율(9%·12%)을 적용받는 만큼 지역경제에 주는 순기능이 입증된 셈이다.

이와 더불어 ‘조합원 3000만원 예탁금 이자 소득 비과세’는 농민들의 원활한 영농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국 농축협에 맡겨진 예금 중 읍·면 지역에서 맡긴 비율이 41.1%로 가장 높았다. 농민조합원의 예금액도 2020년 75조7158억원에서 2022년 83조1394억원으로 늘어 해당 제도가 농가 자산 형성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정부와 정치권은 이들 조세특례를 농축협에 대한 특혜로 볼 게 아니라 농축협 사업 축소와 그에 따른 농민 실익 감소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영농으로 바쁜 농민들은 해당 특례가 당연히 계속된다고 생각할 텐데, 특례 폐지로 실익 감소가 체감되는 순간 현장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지태 한국농축산연합회 정책부총장은 “농업예산 증액에 미온적인 재정당국이 이미 있는 지원책마저 없애는 건 지나치다”며 “소득은 줄고, 부채와 각종 농업재해는 늘어나는 위기 속에 농업 관련 조세특례만큼은 손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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