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사회적 영향력이 곧 공적 책임이 되는 사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각 산업은 제도적 정비와 규제 개선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미디어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방송에서 통신 중심으로 미디어 소비가 급변하면서 시장 구조는 OTT를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됐다. 이제 지상파나 케이블은 더 이상 대중의 일상 미디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적 책임'은 전통 방송 영역에만 집중돼 있다. 변화한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분명한 불균형이다.
방송 사업자들이 강한 공적 책임을 요구받는 것은 단지 영향력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하며, 국가로부터 사업 허가를 받았고, 진입장벽이 높은 허가제 시장에 참여해 왔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부과된 것이다. 반면,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OTT는 국가의 허가를 받지 않고, 공공재도 사용하지 않으며,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세계 어디서든 자유롭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사회적 영향력은 클 수 있지만 공적 책임에서는 자유로운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로부터 허가받지 않았거나, 공공재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된다면 공적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문화를 창작하는 사람들은 콘텐츠로 인정받는다. 작곡가나 가수는 좋은 노래로, 화가는 좋은 그림으로, 미디어 분야의 창작자는 좋은 작품으로 대중의 선택을 받는다.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게 됐다면 누군가는 이들을 공인이라고도 부르고, 엄격한 윤리적 기준을 요구한다. 국가로부터 허가받은 직업도 아니고, 공공재를 사용하는 사업을 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에게 강력한 도덕적 책임을 요구한다. 앞서 미디어 산업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들에게 강력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유명인들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엄격하게 평가한다.
오늘날 우리는 실력과 열정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유튜브, SNS 등 다양한 매체가 일반인을 스타로 만들고, 기업가를 국민 멘토로 부각시킨다. 백종원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요리와 장사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소상공인을 위한 진심 어린 조언과 실천으로 그는 단순한 사업가를 넘어 '신뢰받는 공인'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부터 대중은 그에게 단순한 성과보다 더 큰 윤리를 기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여러 논란의 중심에 백종원이 있는 것이다. 백종원의 행위가 비난받을 만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판단하자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성공을 거둬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그만큼 공적 책임이 뒤따르게 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이제 유명해진다는 것은 단순한 개인의 성취가 아니다. 많은 이들의 모범이 되고, 말과 행동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오른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들의 실언 하나, 부적절한 행동 하나는 곧 사회적 실망으로 이어진다. 이는 정치인이나 연예인뿐 아니라, 스스로를 브랜드화한 자영업자,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 등 모두에게 해당된다. 대중은 단지 성공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따르며, 그 믿음이 깨지는 순간 등을 돌린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성공은 윤리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사회적 영향력은 앞으로 더 무거운 도덕적 책임을 요구할 것이며 그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영향력의 가치는 빛날 것이다.
미디어와 문화 영역은 앞으로 자본과 기술, 그리고 이용자 중심의 구조 속에서 더욱 치열하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변화해 갈 것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는 과거와 같은 일률적인 기준으로 공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모든 산업이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성패가 결정되는 시대에,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는 영역일수록 그에 걸맞은 공적 기여와 책임이 요구될 것이다. 앞으로 이를 대비하는 책임 있는 태도와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성순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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