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마이크론의 추격이 무서울까

지난주 말 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2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추가 보조금 없이 미국 내에 6개의 첨단 공장을 신설해 D램의 40%를 자국에서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의 반도체 '온쇼어링(On-Shoring)' 정책에 발맞춘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만년 3위에 머물러 있던 마이크론의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엄청난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WSTS(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는 2025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11.2% 성장하여 69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6년 상승률은 8.5%로 예상했다. WSTS는 AI 시장 확대로 인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메모리 부문이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HBM뿐 아니라, 가전 업체들도 AI 기능이 들어간 전자제품을 내놓으면서 고부가가치 메모리의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시장은 크게 D램, 낸드(NAND), HBM 등 메모리 반도체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로직 칩을 포함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나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과 HBM을 중심으로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 뚜렷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발표한 '2025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매출은 전년 대비 79.3% 급증했다. 전체 시장 규모로 보면 아직 로직 반도체(2158억 달러)가 메모리 반도체(1655억 달러)보다 약 1.3배 더 크지만, 같은 기간 로직 시장의 성장률은 20.8%였던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역전될 가능성도 크다.
작년에는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매출액 665억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10.6%로 1위에 올랐다. 전년 대비 62.5% 증가한 수치다. SK하이닉스는 428억 달러로 무려 86.0% 성장했다. 전 세계 반도체 상위 10개 업체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6.8%였다.
마켓 리서치 회사 옴디아에 따르면, 금년 1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36.9%, 삼성전자 34.4%, 마이크론 25.0%이다. D램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삼성전자가 1992년 D램 시장 세계 1위를 기록한 이후 33년 만의 일이다. 메모리 시장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율은 60%다. SK하이닉스가 D램 1위에 오른 데는 HBM의 역할이 컸다. HBM 시장의 가장 큰손인 엔비디아의 물량 대부분을 소화하며,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마이크론이 차세대 메모리 모듈인 '소캠(SOCAMM)'을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납품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 곳에 소캠 개발을 의뢰했는데, 이 중 마이크론 제품을 가장 먼저 승인했다.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마이크론이 주도권을 쥔 것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캠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소캠 개발은 완료하였으나, 아직 납품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소캠은 'System-On-Chip Advanced Materials & Manufacturing'의 약자로 시스템 반도체의 첨단 소재와 제조 기술을 의미한다. AI 반도체에서 높은 전력 효율과 저렴한 가격으로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첨단 기술이다. HBM에 이어 AI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금년부터 소캠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경쟁사보다 20% 이상 높은 전력 효율을 보인다고 홍보하고 있다.
소캠은 엔비디아가 개발 중인 개인용 슈퍼컴퓨터 '디지츠'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서,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메모리 3사가 촌각을 다투며 기술 개발과 양산을 서두르는 이유다. 그런데 만년 3위였던 마이크론이 가장 빨리 공급을 시작하고 선두에 나선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마이크론이 지난주 6세대 HBM인 HBM4의 샘플을 엔비디아에 제공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보다 3개월 빠른 지난 3월에 HBM4 샘플을 공급하고 하반기 양산을 준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HBM4의 전 단계 제품인 HBM3E의 '퀄테스트(품질 인증)'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HBM4 샘플을 공급했지만, 마이크론이 3개월 만에 바짝 따라붙었다. 'HBM4 최초 양산' 타이틀을 누가 차지할지 주목된다. 향후 전 세계 D램 시장을 장악하려면 가장 먼저 HBM4 경쟁력을 선점해야 한다. 최대 고객사 엔비디아의 선택에 달렸다.
심지어 마이크론은 올해 나온 갤럭시S25 시리즈에서 삼성 반도체를 제치고 저전력 D램의 초도 물량을 대부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이 삼성 스마트폰의 '1차 메모리 공급자'가 된 것이다. 마이크론의 시가총액은 금년 초부터 6월 16일까지 31.5% 상승했으며, 최근 2년 반 동안 237% 올랐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시가총액 11위이며, SK하이닉스는 12위다.
이렇게 마이크론은 예상보다 빠르게 기술력을 좁히며 빠른 속도로 전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월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독주하고 있지만, 향후 경쟁은 더욱 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HBM4를 업계 처음으로 엔비디아에 샘플을 제공했고, 올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선도해온 기술 경쟁력과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차세대 HBM4 샘플 인증 절차를 마무리하고, 양산도 철저히 준비해 계속해서 AI 메모리 시장의 선두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것이다.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는 비록 엔비디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보다 한 세대 앞선 D램(1c)를 HBM4에 적용할 계획이다. 1c D램은 이전 세대인 1b D램보다 성능이 향상되고 전력 소비가 적은 가장 최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마이크론은 뛰어난 저발열 기술을 활용해 HBM 점유율도 높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HBM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많은 수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야 하는데, D램의 숫자가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더 많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마이크론의 기술이 유리한 입장이다. 마이크론이 HBM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뛰어난 저발열 기술과 미국 기업이라는 이점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도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 뛰어들면서 차세대 메모리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범용 메모리 시장은 중국으로 넘어가는 분위기고, 일본은 HBM를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곧 한국 반도체의 위기를 의미한다.
반도체 산업은 사실상 '국가 대항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한민국 미래는 반도체에 달려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단순히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승리를 위해서는 뛰어난 기술, 막대한 자금, 그리고 국가의 무한한 지원이 필수다. 그 어느 때보다 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다시 한번 반도체 강국의 영광이 재현되기를 기원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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