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83] 전투 드론과 살상의 자동화
전쟁에도 윤리나 도덕이 있을까? 전쟁이 일상적 평화와 질적으로 다른 예외 상태라면 도덕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렇지만 ‘전쟁론’의 저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처럼 전쟁을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으로 보면, 전쟁에도 정치처럼 윤리가 있다. 실제로 국제법상 전쟁에서 할 수 있는 행위와 해서는 안 되는 행위에 대한 구분은 명확하다. 국제조약은 생물무기나 화학무기를 금지하고 있으며, 민간인이나 포로 살상, 병원이나 학교에 대한 무차별 공격 역시 금지되어 있다.
근대 유럽 정치철학과 법철학의 기초를 놓은 네덜란드 법학자 흐로티위스는 전쟁에서 독(毒)을 사용하는 작전에 반대했다. 독이 적의 반격 역량을 무력화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18세기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도 비슷한 취지에서 전쟁 때의 독 사용, 고문, 무차별 학살에 반대했다. 클라우제비츠도 “전쟁에서 우리 임무는 죽이고 죽는 것”이라고 했다. 적군을 죽인다면 아군도 죽어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전쟁 윤리의 암묵적 패러다임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드론 이론’을 저술한 프랑스 철학자 그레구아르 샤마유는 전투용 드론이 ‘적의 피해를 최대화하면서 아군에게는 어떤 작은 피해도 주지 않는 무기’라고 특징짓는다. 테러리스트의 수뇌부를 섬멸하면서도 아군의 사상자는 한 명도 없다. 이런 의미에서 전투용 드론은 암묵적으로 공유된 전쟁 윤리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전통적 전쟁론에서 보면 드론은 비윤리적 무기다. 하지만 드론은 정밀 타격을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무기라고 선전하고 있다.
드론 등장 이후에 전쟁을 시작하는 정치적 결정의 장벽이 확 낮아졌다. 무엇보다 드론은 수백~수천㎞ 떨어진 조종실에서 명령한다. 살상에 대한 윤리적 중압감도 덜어냈다. 이제 AI가 자율적으로 적을 살상하는 AI 드론까지 실전에 응용되고 있다. 이처럼 전투 드론은 전쟁과 살상의 자동화라는 신세계를 열었다. 드론이 열어 젖힌 ‘살상의 자동화’라는 무대에 등장할 다음 무기는 ‘킬러 로봇(killer robot)’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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