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의료용 스쿠터는 못 탄다고요?…지하철에서 절망한 기자

이가혁 기자 2025. 6. 16.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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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보시는 건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에게 다리 역할을 대신해주는 의료용 전동스쿠터입니다. 그런데 이걸 타면 지하철역에 설치된 교통약자 승강기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건지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보여드립니다.

[기자]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직접 탔습니다.

의료기기법으로 관리되고, 보험급여 대상이기도 한, 한마디로 장애인이나 어르신들의 '공식 이동수단'입니다.

이걸 타고 지하철 편하게 탈 수 있을까요?

서울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 8번 출구.

교통약자 승강기가 있는데, 진입로부터 너무 좁습니다.

[한 번 들어가는 걸 시도해 볼게요. 각도가 안 나와서 들어갔다가는 이게 망가질 것 같아요. 이거 안 되겠죠?]

[시민 : 그 전동차는 안 돼요.]

다행히 길 건너 2번 출구에 승강기가 또 있었습니다.

탑승 성공.

이번엔 또 다른 승강기를 타고 승강장이 있는 지하 3층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들어가나요? 지금 뒤에?]

다른 승객이 좁은 틈 사이로 타려고 하자, 역무원이 안전을 걱정해 말립니다.

[역무원 : 나중에 타셔야 되겠어요. 이거 휠체어 때문에.]

[지금 보면, 정말 끝에서 끝까지 모두 이용해서 겨우 탑승을 한 상황이고요.]

2호선 환승이 되는 합정역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승강기가 어디 있는지 찾아야 되는데…]

승강기 앞, 다른 사람은 다행히 안 보입니다.

[여기 앞에 한 번 비춰 주실래요? 여기 지금 저희 제가 바퀴를 정말 끝까지 다 붙인 상황이고요.]

2호선 시청역에 내려 개찰구로 올라가는 승강기를 탔습니다.

다른 승객은 비집고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안내음 : 문이 닫힙니다.]

문이 안 닫힙니다.

의자 뒤에 건 작은 가방이 문제였습니다.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좁죠?]

[시민 : 다른 곳에 비해 좁네요.]

마포구청역에서 시청역까지 오는데, 죄송하다는 말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게 왜 이렇게 긴장되고. 이건 개인적인 감정이지만 눈치도 보이고. 아까 가방도 끌어당겨 주시고 그랬는데 이게 쉽지 않네요. 약간 좀 슬픈 생각까지 들고.]

강승규 국회의원실을 통해 서울교통공사 관할 지하철 1호선부터 9호선 모든 역에 있는 승강기 제원을 확보했습니다.

총 1017대 중 232대는 대형 의료용 스쿠터 탑승이 어려웠습니다.

스쿠터 세로 길이가 약 1m40cm인데, 승강기 내부 세로 길이가 이보다 짧거나 같기 때문입니다.

욱여 넣다시피 해 문이 닫히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법원과 검찰청이 있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입니다.

지금 이 승강장에서 지하 1층 대합실로 올라가야 하는데요.

이 엘리베이터로 가능할지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지금 최대한 최대한 붙였고요. 한 번 가보겠습니다.]

시청역에서 걸렸던 가방도 아예 빼고, 몇 분을 기다려도 문이 닫히질 않습니다.

[지금 닫혔다가도 다시 열리죠. 다른 분들이 이용하셔야 되니까 일단 저는 뒤로 빠지겠습니다.]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국 서초역 밖으로 나가는 건 실패했습니다.

승강기 내부에 손잡이 봉 때문에 유효 면적이 줄어든 게 문제였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용자 안전 확보와 효율적 운영을 위해 지속적으로 유지와 보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도 직접 타보니 여러 문제점이 확인됐습니다.

타는 곳과 전동차 사이 넓은 간격 때문에 이렇게 덜컹거리는 것 정도는 약과였습니다.

승강기 출입구 앞 공간이 너무 좁아 한 두 번 만에 회전 할 수 없다는 건 꽤 큰 문제였습니다.

스쿠터를 돌리고 돌려 겨우 승강기에 다가갔는데, 문이 그냥 닫혀버리기 때문입니다.

[왔죠. 그러면 닫히기 전에 빨리 타야 돼 이거 봐 또 내려가잖아.]

서 있는 공간이 좁다 보니 실례를 범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타기에 불편하다'로 끝이 아니라, 외출 자체를 꺼리게 만든다는 게 문제입니다.

[강삼주/의료용 전동스쿠터 이용자 : 막 인상 쓰는 사람들도 있어요. 왜 나왔냐고 이런 식으로. 이걸 타고 들어가면 일반 시민들이 엄청 불편해 해요. 그런 것 때문에 또 미안해서 자주 안 가게 돼요.]

물리적인 불편함보다 더 힘들었던 건, 바로 이런 분위기였습니다.

[시민 : 아이, 참!]

나라에서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 공식 의료용 스쿠터로도 교통 약자 승강기를 이용하는 것은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 위축과 좌절, 민망함을 저도 이렇게 직접 타보기 전까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매일 느끼고 있을 이 '지독한 감정'에 공감하고 개선책을 내놔야 할 때입니다.

[자료출처 강승규 국회의원실]
[작가 유승민 / VJ 장준석 / 영상편집 김동준 / 영상자막 장재영 조민서 / 취재지원 홍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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