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독점 끝나나... 소비 전기 63% 직접 산다는 코레일

김아사 기자 2025. 6. 1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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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줄이려 전기 도매 구매 전환
“전력 시장 개편 신호탄”

전기 구매 방식을 둘러싼 거대 공기업의 충돌이 시작됐다. 전력 도매 시장을 독차지해 온 한국전력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코레일은 한전을 거치지 않고 도매 시장에서 직접 전기를 사는 절차를 밟고 있는데, 실제 구매로 이어지면 사상 최초의 일이 된다. 양측 다 막대한 부채 줄이기에 사활을 건 상황에서, 이 결과가 ‘한전 엑소더스(대탈출)’라 불리는 전력 시장 개편의 시작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부채 21조 코레일 “전기 직접 사겠다”

1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코레일은 전체 전력 사용량 중 63%(17억5100만kWh·킬로와트시)가량을 도매 구매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 내에 전기료가 100억원 이상 발생하는 구로·평택·김천·금정 등 4개 전력 시설에서 도매 구매를 추진한 뒤 내년엔 16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전체 열차의 97%를 전기로 운영하는 코레일은 지난해 전기 요금으로 5796억원을 냈다. 이 가운데 열차 관련 전기 요금은 4064억원이다. 코레일은 한전을 통하지 않을 경우 초기 설비 비용 등을 제외해도 10%가량 싼값에 전기를 구매할 수 있다고 본다. 코레일 관계자는 “도매 구매를 통해 내년 280억원가량 절감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전기 요금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어 절감 폭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전기는 발전사들이 생산해 전력거래소(도매 시장)에서 한전에 넘긴 뒤, 한전이 이를 기업이나 가정에 되파는 방식으로 유통돼 왔다. 지난 2003년, 전력 사용량이 30MW(메가와트) 이상인 업체는 한전을 거치지 않고 도매 시장에서 전기를 살 수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한전의 산업용 전기 요금이 워낙 싸 이용하는 기업은 없었다. 그러나 2021년 kWh당 105.5원이던 산업용 전기 요금이 지난해 168.2원으로 60%가량 오르면서 한전 외 기업들이 도매 시장을 두드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산업계에선 코레일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전력 가격은 생산 비용 절감, 시장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 일”이라며 “속도 차이야 있겠지만 많은 기업이 도매시장을 찾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코레일뿐 아니라 민간 기업인 SK어드밴스드, LG화학도 전력 도매 시장 이용을 검토하고 있다.

◇부채 205조 한전 “터지는 둑 막아야”

전력 도매 시장을 독점해왔던 한전 입장에선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독점 구조가 깨지면 한전의 매출과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한 연료비를 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2021~2023년 큰 적자를 냈고, 최근 요금 인상으로 손실을 만회 중인데 고객사 이탈은 타격”이라고 했다. 실제 코레일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이어 여덟째로 전기 요금을 많이 내는 사업자다. 산업용 전력은 한전 전체 전력 판매량의 53.2%를 차지한다.

일각에선 기업 이탈이 가속화할 경우 일반 가정용 전기료가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독점 구조에서도 한전이 205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기록한 건 원가보다 저렴하게 전력을 판매했기 때문인데, 이를 계속 감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원전 감축, 신재생에너지 확대까지 더해지면 전기료 인상과 ‘한전 엑소더스’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의식해 올 초 전력 도매 시장 진입 장벽을 강화했다. 기업이 도매 시장에서 전기를 직접 구매할 경우 최소 3년간 한전을 통한 구매가 불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꾼 것이다. 기존엔 이 기간이 1년이었다. 한 사립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한전의 희생 덕에 전기료가 낮게 유지됐다는 건 찬반이 갈리는 얘기”라며 “경쟁 도입으로 한전의 보이지 않는 비효율도 드러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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