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그림책,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권리 찾아주자

한국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잇달아 수상하면서 K-그림책의 위상이 높아가고 있다. 그림책의 독자층은 영유아를 넘어 성인까지 확대되고 사회적 관심도 그만큼 커졌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지적된 부실한 기본 통계·데이터와 불합리한 분류체계는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 그림책은 8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46년 한국 최초의 그림책으로 알려진 ‘우리마을’ 출간부터 1970년대 국내 첫 창작 그림책 ‘그림나라 100’을 거쳐, 현재는 국제박람회와 해외 문학상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5월 최연주 작가의 ‘모 이야기’가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문학상을 수상해 세계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앞선 3월에는 구돌이 쓰고 해랑이 그린 지식정보 그림책 ‘국경’ 프랑스어판이 프랑스 소시에르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0년 이후 K-그림책이 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정부도 그림책의 세계화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년 전 ‘대한민국 그림책상’을 신설하기도 했다. 정부가 그림책의 성장에 의욕을 보였지만, 정작 제도·행정적 기반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기본 통계와 축적된 데이터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매해 발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출판납본통계는 신간의 발행종수, 평균 발행부수와 가격, 분야별 신간 발행 종수 등만 담겨있다. 그림책 시장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업계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림책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에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도서 분류 체계인 십진분류법상 그림책을 따로 분류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림책은 문자와 시각 언어를 동시에 다루지만 대개 ‘문학’의 하위 부류에 속한다. 분류 코드가 없다보니, 그림책은 주로 유아동 서적으로 분류되고 있다. 일본이 예술·회화의 하위 분야에 그림책을 명시한 것과 비교된다. K-그림책이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K-그림책의 콘텐츠는 삶과 죽음, 노동자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됐다. 그림책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어엿한 독자 분야로 성장했다. ‘어린이들만 보는 책’이 아니다. 기본 통계 조사·분류 개선이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첫 페이지다. K-그림책의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권리를 찾아줘야 한다.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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