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층, 병원까지 수십㎞…지방의 ‘의료 소외’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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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새벽 5시, 경북 영양군 공용버스터미널의 대합실은 평일임에도 외출복을 갖춰 입은 노인들로 붐볐다.
영양군의 한 보건 관계자는 "환자가 줄어 병원이 경영난을 겪고, 결국 폐업하면 남은 소수의 주민은 아예 의료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북 전체의 병원 수는 3천353곳으로, 인접한 대도시인 대구(4천46곳) 한 곳의 규모에도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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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2천825곳, 울릉군 8곳…병원 쏠림 심각

지난 15일 새벽 5시, 경북 영양군 공용버스터미널의 대합실은 평일임에도 외출복을 갖춰 입은 노인들로 붐볐다. 도착한 버스에 오른 이들 대부분의 목적지는 인근 대도시인 안동이나 대구의 대학병원이다. 마을에는 가벼운 감기를 볼 의원은 있어도, 무릎 수술이나 정밀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최 모 씨(76·영양군 입암면)는 "한 달에 한 번 심장 약을 타러 대구까지 가는데, 버스 타고 기차 갈아타면 왕복 6시간이 훌쩍 넘는다"며 "몸이 아파도 자식들에게 미안해 참고 참다가 병을 키우는 동네 노인들이 태반"이라고 전했다.
거주 지역에 따라 누릴 수 있는 의료 자원의 격차는 이제 심리적 불편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최근 국립공주대 윤현우 교수팀(사회복지학과)이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서 병원이 가장 적은 곳은 경북 울릉군(8곳)이다. 영양군(21곳)과 봉화군(35곳)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는 단일 시군구임에도 2천825곳의 병원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와 비교하면 350배가 넘는 격차다.
지방의 의료 인프라 붕괴는 인구 감소와 맞물려 가속화되고 있다. 연구팀은 고령층의 의료 접근성 불균형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2042년 0.3083까지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경북 내 군 단위 지역에서는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민간 의원들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남은 주민들은 보건소나 원거리 대형 병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실정이다.
통계상으로는 인구가 줄어 병원당 인구수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도 감지된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영양군의 한 보건 관계자는 "환자가 줄어 병원이 경영난을 겪고, 결국 폐업하면 남은 소수의 주민은 아예 의료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북 전체의 병원 수는 3천353곳으로, 인접한 대도시인 대구(4천46곳) 한 곳의 규모에도 미치지 못한다. 면적 대비 밀도를 따지면 경북 오지 노인들이 체감하는 '의료 절벽'은 수치보다 훨씬 가파르다.
연구팀은 단순한 병원 확충만으로는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지방의 인구 구조 변화를 전제로, 고령자의 건강 수요에 맞춘 맞춤형 거점 의료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팀은 "지방 소멸 환경을 반영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거주지에 따른 생명권 불평등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굳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