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고요한 순간, 차강수바르가에서 [김유찬의 셔터로그]

김유찬 2025. 6. 1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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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사막의 붉은 숨결을 품은 바양작을 떠난 다음 날, 또 다른 얼굴의 고비를 만나러 길을 나섰습니다.

이번 목적지는 차강수바르가(Tsagaan Suvarga), '하얀 스투파(White Stupa) 혹은 하얀불탑'이라 불리는 절벽 지대였습니다.

차강수바르가의 절벽 위에 올라선 순간, 사방은 조용했습니다.

그리고 그 속삭임을 들은 그날, 내 셔터와 마음이 동시에 멈춘 그 하얀 절벽 위의 시간은 사진보다 더 깊이 나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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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사막의 붉은 숨결을 품은 바양작을 떠난 다음 날, 또 다른 얼굴의 고비를 만나러 길을 나섰습니다.

이번 목적지는 차강수바르가(Tsagaan Suvarga), ‘하얀 스투파(White Stupa) 혹은 하얀불탑’이라 불리는 절벽 지대였습니다.

이름부터 신비로운 이곳은 붉게 타오르던 전날과는 정반대의 풍경을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고요하게 이어지는 사막 길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 보니, 저 멀리 수평선 가까이에 언뜻언뜻 흰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은 더이상 환상이 아닌 실재의 형태로 변해갔고, 마침내 나는 하얗고 광활한 대지 위에 우뚝 선 차강수바르가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수십만 년의 풍화와 침식으로 만들어진 이 하얀 절벽들은 마치 신비로운 신전처럼 보였습니다.

바람에 깎이고 시간에 씻겨내려 간 곡선의 벽면은 인공의 조형물처럼 정교했고, 층층이 쌓인 지층은 지구의 역사책을 펼쳐 놓은 듯했지요.

때로는 불교 사원의 하얀 탑처럼, 때로는 물결처럼 굽이진 구름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자연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조형물 앞에서 셔터를 누르는 손길은 저절로 느려졌고, 나는 한참 동안 그 앞에서 숨을 고르듯 머물렀습니다.

햇살은 점점 기울며 절벽의 하얀 결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고, 바람은 바위 틈을 타고 낮게 흐르며 묘한 선율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바람 소리를 들으며, 이 땅에 흐르는 시간은 어쩌면 우리가 사는 시간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 속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강수바르가의 절벽 위에 올라선 순간, 사방은 조용했습니다.

들리는 것이라곤 바람 소리, 발아래 부서지는 자갈 소리, 그리고 가끔씩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독수리의 울음뿐.

하얀 절벽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니, 마치 먼 옛날 누군가 이곳을 신성한 장소로 정하고 세상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날 저는 수백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어떤 한 장의 사진도 그 풍경의 고요함과 경이로움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도, 눈앞에 펼쳐진 절경보다도 그 풍경을 마주한 순간의 감정이 더 깊고 컸기 때문이겠지요.

고비 사막의 색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붉게 타오르는 바양작이 있었다면, 그 반대편엔 이토록 순백의 침묵을 간직한 차강수바르가가 있었습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늘 균형을 보여주며, 그 안에서 고요하게 삶의 속도를 조율하라고 속삭이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그 속삭임을 들은 그날, 내 셔터와 마음이 동시에 멈춘 그 하얀 절벽 위의 시간은 사진보다 더 깊이 나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충청 #충북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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