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거리로 나선 교사들…교권보호 시스템 '무용지물'?
[E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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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또 다시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중학교 교사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며 교직사회가 깊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서이초등학교 사건 이후 교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잇따라 마련됐지만, 현장의 고통은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급기야 교사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는데,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오늘 박은선 변호사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제주의 선생님께서 학생 가족의 민원과 신고로 고통을 받았다고요?
박은선 변호사
네, 지난달 22일 자정 제주의 현승준 선생님이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유서 내용을 보면 선생님은 학생 가족의 아동학대 신고로 상당한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선생님은 흡연을 하고 무단결석이 잦은 학생이 걱정돼 타이르고 생활지도를 했는데, 그 학생의 가족이 이것이 아동학대라는 취지로 민원을 제기한 겁니다.
선생님이 사과를 해도, 가족 측은 사과를 거부하며 “벌을 받으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서현아 앵커
뿐만 아니라, 학생 가족은 선생님에게 위협적인 문자도 연속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박은선 변호사
선생님의 개인 핸드폰으로 “왜 폭언을 했느냐”, “아이가 선생님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도 문제인데, 메시지는 주말에도 늦은 밤에도 계속됐으며, 많게는 하루 열 번 정도 전화가 걸려왔다고 합니다.
서현아 앵커
정당한 지도를 했음에도 신고를 당하고 문자와 전화로 계속 시달린다면 누구라도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박은선 변호사
선생님은 정신적 고통이 너무 심해 식사도 거의 못 하셨다고 합니다.
병가를 고려했지만, 사망 사흘 전 학생 측이 학교로 찾아오겠다고 해 병가를 미룬 채 그저 견디고 계셨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건,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 제자들이 추모글을 남기고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을 요구할 만큼 현승준 선생님이 헌신적인 교사였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그래서, 선생님은 악성민원과 신고로 몇 배는 더 괴롭고 교단에서의 지난 삶이 허망하게 여겨지며 그런 선택을 하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학생 측의 악성민원이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이게 현행법상 허용되는 행위인가요?
박은선 변호사
모두 범죄에 이르는 행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근무 시간 이후인 늦은 밤까지, 또 주말에도, 교사를 비난하고 신고 위협 등을 하면서 공포심을 느낄 만한 문자를 반복적으로 보내는 행위는 흔히 스토킹 범죄라고 불리는 정통망법상 불안감 조성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는 허위 신고로서 무고죄가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선생님께서 강력하게 형사적인 맞대응을 하셨다면, ‘내 아이 기분상해죄’는 범죄가 아닌데 나를 아동학대로 신고했으니 이건 무고 행위다‘라고 강하게 항의하셨어야 했는데 왜 참고만 계셨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현행법상 무고죄로 고소를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단 점을 생각하면 선생님이 오히려 무력감, 좌절감을 한층 크게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현행법상 아동학대 신고는 무고로 인정되기 어려울까요?
박은선 변호사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 신고자를 무고죄로 고소해도 그가 유죄를 인정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통상의 범죄와 달리 아동학대죄의 경우, 아동학대처벌법에 아동학대의 신고는 ‘의심만 있어도’ 신고가 가능하게 되어 있어 허위 신고라고 주장해도 무고죄가 인정되기가 너무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제주의 현 선생님이 무고죄로 고소했대도, 학생 가족이 어쨌든 우린 학대를 의심했다고 주장한다면 무고죄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거죠.
서현아 앵커
수사기관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면, 서이초 사건 이후 재정비된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박은선 변호사
서이초 사건으로 교보위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대폭 늘어나는 성과는 있었지만, 그 실효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학생이 교보위에서 받는 처분은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강제력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학부모 등 학생의 가족은 수강명령 등의 처분을 이행하지 않아도 과태료 부과 외 강제력이 없습니다.
서현아 앵커
현행 법과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박은선 변호사
일단,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를 하는 학부모 등을 무고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심만 있어도 신고할 수 있어야 아동을 잘 보호할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교사들이 죽음에까지 이르는 것이 현실인 만큼, 이제는 교사에 대해서는 ‘의심만 있어도’라는 부분을 배제하는 규정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또,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라고 판단되면 교사가 참겠다고 해도 학교나 교육청이 직접 신고하는 ‘아동학대 무고행위에 대한 의무 신고 조항’을 추가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은 경찰이 무혐의 판단을 해도 무조건 검찰로 송치되도록 하고 있는데, 다른 범죄들처럼 경찰 단계에서 종결이 가능하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교사 출신 백승아 국회의원이 관련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인데,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길 바랍니다.
두 번째로, 교보위의 강제력에 관해서는, 교사에게 심각한 수준으로 폭언, 폭행을 범하거나 무고하는 학생, 학부모의 경우 의무교육기관인 초, 중학교에서도 퇴학 처분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학 처분은 폭탄돌리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상의 교육권 침해 논란이 있겠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등록금이 지원되는 공교육기관에서 공부할 자격이 없는 학생과 학부모의 경우 자비로 사립학교나 홈스테이 등을 통해 교육권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사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교사들이 위축돼 다른 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되고 있는 만큼 그 공익적 목적을 고려하면 특정 학생, 교사의 교육권 제한은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교사가 악성민원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게 문제인데요.
서이초 사건 이후 민원응대시스템이 잘 갖춰진 게 아닌가요?
박은선 변호사
서이초 사건 이후 학교마다 민원대응팀이 꾸려지긴 했습니다.
악성민원은 학교장, 교육지원청 등이 해결을 하고 개별 교사가 시달리지 않도록 하는 형식이 갖춰져 있긴 한 거죠.
하지만, 제주교육청의 통합민원대응팀이 지난해 처리한 민원이 단 2건이었고, 악성 민원에 대한 법적 대응이 단 한 건도 없었던 만큼 현 선생님을 실제로 돕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21일부터 시행되는 ‘학교민원처리지원법’으로 통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들의 시행령에 ‘교사에 대한 개별 민원 금지’를 위한 내용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 선생님의 경우 본인이 특별한 교육적 신념과 의지 때문에 악성민원을 관리자에게 미루지 않고 스스로 계속 응대해오다가 문제가 발생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같은 문제가 없도록, 선생님이 원하셔도 개별 교사의 개별 대응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사의 휴대폰번호는 강제로라도 알리지 못하게 하고, 온라인소통앱은 교사의 발신만 가능하도록 하며, 모든 민원은 온라인 사전 예약으로 접수되고 학교장 등 민원팀을 통해서만 처리되는 등의 대안이 시행령에 들어가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그 밖에, 같은 아픔이 다시 없도록 하려면 교권보호를 위한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박은선 변호사
첫째, 악성 민원 제기자에 대한 '블랙리스트' 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반복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자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민원 제기를 제한하거나,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교권 침해 관련 손해배상에 실제 손해액 이상의 가중적 배상의무를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돼야 하고, 셋째 관련한 민형사 대응에 있어 선생님들의 법률비용을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교육청이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4일 집회 현장에서 한 선생님은 교사들에게도 ‘맞지 않을 권리’, ‘죽임당하지 않을 권리’, ‘죽고싶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절규하셨습니다.
그야말로 생존권의 문제입니다.
다시는 “선생님이 또 죽었다”라는 제목의 시사프로나 뉴스가 나오지 않도록, ‘다음 서이초 선생님’, ‘다음 김동욱 선생님’, ‘다음 현승준 선생님’이 더는 없도록 보다 근본적이고 강력한 법과 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악성 민원으로 선생님들이 죽어 나가는데도 정말 현장의 변화가 너무나 더딥니다.
실질적인 시스템 마련이 꼭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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