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과학과 기술의 제자리 찾기

김병진 ㈜로운인사이트 상임특임위원 2025. 6. 1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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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로운인사이트 상임특임위원

지난 3일, 향후 5년간의 대한민국 국정을 이끌어갈 새 정부가 시작됐다. 지난해 12월부터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정지시켰던 탄핵의 강을 건너 새로운 선택을 한 국민의 희망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많은 과학·기술인들은 새 정부의 출범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는 혼돈의 시간 속에 갇혀 있었다. 근거도 없이 카르텔 집단으로 몰린 연구자들이 연구비가 대폭 삭감돼 연구를 중단하고, 일자리를 잃고 일부는 해외로 떠나기도 했다. 이에 과학·기술인들은 새정부에서는 지난 혼란에서 벗어나 안정된 연구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정부는 짧은 선거운동 기간과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기에 아직 과학·기술 관련 국정과제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시절 ‘과학기술 국가연구개발(R&D) 예산 확대 및 과학기술 강국 실현’을 제1공약인 ‘경제강국’ 분야의 5번째 과제로 담은 것을 비추어 보면 R&D예산이 복구되고 과학기술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체계로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은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과학기술과 국가 연구개발이 경제발전의 수단으로서의 역할만 강조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무너진 우리나라 연구생태계는 연구비 확대와 같은 단편적인 투입정책만으로 회복되기 어렵다. 끊어진 연구를 다시 이어줄 수 있는 재투자와 현장 연구자들의 자존감 회복 등 다양한 생태계 회생정책이 선행돼야 하고 이 기반 위에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첨단 기술개발을 독려해야 한다. 연구비 많이 줄테니 무조건 경제적 성과를 많이 내라는 식의 정책은 단편적 성과를 창출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계가 선도형 체계로 도약하는 것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과학과 기술의 각기 다른 특성과 역할을 외면하고 과학기술이란 한 단어로 사용해 본질을 왜곡하고 경제발전의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과학(science)은 ‘자연에 숨겨진 높은 수준의 개념과 법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지식체계’로 정의되는 연구(research)활동이 중심이고 기술(technology)은 ‘자연의 물질이나 과학지식을 인간에게 유용하게 활용하려는 노력’으로 정의되는 개발(development) 활동이 중요한 분야로 각기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헌법 127조 1항에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바와 같이 우리는 과학기술이란 한 단어로 사용하게 되고 과학보다는 경제적 성과에 더 근접해 있는 기술에 방점을 찍고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연구보다는 개발에만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기초과학을 선택하는 학생수는 줄어들고 특정 공학분야의 쏠림현상은 가속화 되고 있다. 거기에 개발만 강조되는 공학분야 학생들은 기초과학을 외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근근이 이어지고 있는 기초과학계는 소멸의 길로 접어들 수 밖에 없고 과학이 기술로 이어지는 연구생태계도 무너지게 된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과학기술 강국이 되고자 한다면 튼튼하고 넓은 과학적 토양 위에 기술을 높이 쌓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이제부터라도 과학기술이란 모호한 개념의 용어를 버리고 과학과 기술의 특성을 이해해 각 분야 연구자가 자부심을 가지고 자기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한편 비상계엄에 의한 탄핵으로 이번 대선을 전후해 새로운 국가 운용체계를 만드는 개헌에 대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가 더 커지고 있다. 이런 개헌 논의에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인 과학·기술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 과학기술이 경제에 종속되어 있는 현실에서 깨어나 과학과 기술이 복지·문화·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강력한 소프트파워가 될 수 있도록 ‘제자리 찾기’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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