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기억·상상·애도의 서사…국경을 넘어 예술로 피다
전 세계 전쟁과 이주, 상흔·희망 아우르는 조형 언어 한자리에
한국-캐나다 작가 5명 참가…경계 넘어선 예술적 메시지 전달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낯선 새들의 이미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북극의 기억을 품은 새들이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곳 전시장에 자리 잡았다. 이누이트 작가 카버바우 매뉴미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 속 새의 형상으로 빚어냈다. 옆에 놓인 닝게오시악 애슈나의 돌조각은 북극 지방에서만 채집되는 매끈한 돌에 물새의 생동감을 담았다. 고래를 타고 노니는 새를 그린 새마이유 아커석의 회화는 차갑고도 신비한 북극 생태계에 어린 시절의 추억을 얹는다.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오는 7월31일까지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리는 국제오월특별전 ‘미래의 숨결, 무등의 오로라’에서 만나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한국과 캐나다 예술가 5인이 참여한 공동 기획전인 이번 전시는 ‘빛-기억-일상-애도’를 주제로 기획됐다. 전 세계의 전쟁과 이주, 상흔과 희망을 아우르는 조형 언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전시는 2023년 광주비엔날레 캐나다 파빌리온 전시를 시작으로 이어져온 광주-캐나다 간 문화 교류의 연장선이다.
당시 ‘신화, 현실이 되다’ 전시로 인연을 맺은 이강하미술관과 캐나다 북극권 예술단체 ‘웨스트 바핀 에스키모 코어퍼레이티브’는 이후 3년간 공동협업을 이어왔다.
이누이트 예술가들의 창작 세계는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와 나란히 놓이며, 국가와 민족을 넘어선 기억과 애도를 이야기한다.
캐나다 이누이트 작가들의 작품을 지나 전시장 안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정정주 작가의 미디어 설치 작업이 푸른빛, 노란빛을 바닥에 흘려보낸다.
LED 조명과 건축 자재를 결합한 ‘빛나는 도시’ 시리즈는 도시의 어둠 속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연상케 한다. 그 옆 까만 벽면에 전시된 이매리 작가의 작업은 인간의 이주와 역사를 다룬다. 올해 초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선보인 드로잉맵 ‘7천 개의 별과 약속의 땅’과 신문지와 석탄으로 구성한 설치작품 ‘항상성’은 역사적 기억을 증언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인류의 역사는 이주와 전쟁의 역사이다’라는 금빛 문구가 새겨진 캔버스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캐나다의 예술 교류를 넘어 오월 광주의 정신이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은 “시민 저마다 광주에 대한 기억이 다르듯,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과 연대, 애도의 예술적 방식을 고민해왔다”며 “캐나다 북극에서 보이는 오로라가 광주의 무등산에 비춰지는 상상, 그 빛이 머나먼 국가를 넘어 예술적 메시지로 다가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8일 오후 4시 전시장에서는 이매리·정정주 작가가 참석한 가운데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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