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갯벌 생태학을 예술로”… 차기율 작가, ‘2025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 선정 [인천문화산책]

박경호 2025. 6. 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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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융화를 고고학 발굴 등 실험적 구현
인천 미술과 세계 동시대 미술 연결 가능성 보여줘

인천대 교수로 예술인 양성, 인천 출신 청년작가전 기획 등
“강화 갯벌 생태학 관점에서 시각화하고 예술로 풀어낼 것”

지난해 4월 인천 송도국제도시 트라이보울에서 개최된 ‘인천 청년 작가전 - 나무들 비탈에 서다’ 예술감독을 맡을 당시 전시장에서 만난 차기율 작가. /경인일보DB

문명과 자연의 공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거대한 갯벌의 테라코타 등을 선보여 2022년 제7회 박수근 미술상을 수상한 차기율 작가가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플랫폼의 ‘2025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2025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로 차기율 작가를 선정했다고 16일 밝혔습니다.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는 인천 연고의 중견·청년 예술인을 격년으로 선정해 인천아트플랫폼 창작 공간을 지원하고 개인전을 개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는 만 40세 이상의 중견 예술인을 대상으로 심의했습니다. 지난 2023년 제1회는 오원배(중견) 작가, 지난해 제2회는 염지희(청년) 작가가 각각 선정된 바 있습니다. 올해는 공모와 추천제를 병행해 후보 작가를 모집했고, 총 19명이 심의 대상에 올랐다고 합니다.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 심의위원회는 지난 2일 심의에서 후보 작가 19명 가운데 차기율 작가를 최종 선정했습니다. 심의 자료를 검토한 심의위원(기혜경, 김복기, 김종길, 안규철, 현시원)은 우선 3명의 후보군을 추렸고, 심의위원 간 의견 교환과 심층 토론을 거쳐 만장일치로 차 작가를 선정했다고 합니다.

심의위원회는 이번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 선정에서 작가 평가의 기본 요건인 ‘탁월한 창작 성과’, ‘국내외 활발한 활동’ ‘작가로서의 지속가능성’ 이외에도 인천 미술의 기여도에 주목해 차기율 작가를 선정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선정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차기율 작가는 인간과 자연의 융화, 조화 같은 거시적 주제를 고고학적 발굴 형식으로 구현해내고,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실험적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로써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귀감이 됐고, 인천의 미술이 세계의 동시대 미술과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차기율 작가의 역량과 활동 성과가 앞으로 더 적절한 평가를 받길 바라며, 작가의 창작 성과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인천 지역 미술사와 미술 현장에 기여할 수 있는 시너지로 작동하길 바란다.”

■ 차기율 작가는?

차 작가는 2013년부터 국립 인천대학교 조형예술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후진 양성에도 애쓰고 있습니다.

1961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11세가 되던 해 서울로 이주했고 시흥초, 서울 오산중과 오산고를 나왔습니다. 1981년 인천대 미술학과에 입학해 서양화를, 인천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습니다. 대학 재학 시절, 학과 동기들과 결성한 작업동인 ‘1984’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주요 개인전으로 ‘도시시굴/삶의 고고학’(2007·갤러리 쿤스트 독), ‘세 개의 장소’(2009·공간화랑), ‘순환의 여행/방주와 강목 사이’(2013·OCI미술관), ‘제7회 박수근 미술상 수상 작가전’(2023·박수근 미술관)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 다수의 단체전·기획전에 참여했습니다. 박수근 미술관, OCI미술관, 전곡선사박물관, 소마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 컬렉션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습니다.

차기율 작가의 대표작 ‘고고학적 풍경-불의 만다라’(소성된 갯벌과 철, 2023).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차 작가는 2007년부터 ‘도시시굴-삶의 고고학’ 연작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서울 통의동과 경기 화성 분향리 집터, 인천 배다리와 인천아트플랫폼(해안동), 주안동(공간 듬), 강원 홍천 와동분교 등 작가 자신과 연관된 장소에서 ‘고고학적 발굴 작업’을 진행해 그 결과를 시각화하고 예술로 풀어내는 프로젝트입니다.

차 작가가 이어온 창작의 또 한 축은 인간, 자연, 순환에 대해 탐구하는 ‘순환의 여행’ 프로젝트입니다. 갯벌에 사는 작은 게들이 흙을 먹고 밴어낸 흔적들을 그대로 본떠 흙으로 구워 내는 등 다양한 설치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차 작가는 이 연작 프로젝트로 제7회 박수근 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강화 갯벌을 중심으로 서해를 관통할 것”

차기율 작가는 16일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 선정 소감에 대해 “우선 많은 선배들에게 폐를 끼쳐 송구하다”고 겸연쩍어 했습니다.

차 작가는 이달 중 인천아트플랫폼 창작 공간에 입주할 예정입니다. 강화도에 새로운 작업실을 짓는 중이기도 합니다. 2025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의 결과 보고 개인전은 내년 8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한 해 동안 어떤 작업에 매진할지 물었습니다.

“인천 강화도 갯벌을 중심으로 서해를 관통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갯벌의 생태적 이야기를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보여준 대형 테라코타 작업 외에도 갯벌에 유입된 부유물들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이나 중국 등에서 갯벌로 유입된 부유물들을 수집해 다시 조형화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차 작가가 인천에 대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사실 그는 대학교수로서, 작가로서 계속해서 ‘지역’과 ‘지역 미술’을 고민해왔습니다. 차 작가는 인천 지역의 조그마한 예술 공간에서 전시를 하기도 하고, 2023년부터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개최하는 인천 지역 대학 출신 젊은 작가들의 기획 전시 예술감독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올해로 3회째인 트라이보울 청년작가전은 내달 열릴 예정입니다.

차 작가는 언론에 배포한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 선정 소감문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인천과 인연을 맺은 해가 1981년이니 44년이 지났고, 제 인생의 대부분을 인천과 함께했습니다.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고 보니 비로소 인천인이 됐다는 마음이 확연해지는 느낌입니다. 이제 작가로서 역할 뿐만 아니라 후배들을 위해, 지역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더욱 고민하겠습니다.

인천의 자연 환경, 특히 염습 환경은 저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는 장소입니다. 자연과 인간의 문제를 생태학적 관점으로 풀고 시각화하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경기만에 속해 있던 남양만의 지류에서 태어나 성장했던 기억을 인천의 드넓은 갯벌을 대상으로 작품으로 풀어내고 고민하겠습니다.”

차기율 작가의 내년 개인전이 벌써 기대됩니다. 작가에게 올해와 내년은 작가 인생의 분기점이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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