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타격왕이 이맛이었지… 그 에너지가 깨어난다, 의심의 물음표 지우기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136경기에서 타율 0.360을 기록하며 리그 타격왕에 오른 기예르모 에레디아(35·SSG)는 그 공헌도를 인정받아 3년 연속 SSG와 동행을 이어 가고 있다. 워낙 정교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고, 장타도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리그 최정상급의 수비력에 준수한 주력, 워크에식까지 좋은 에레디아를 마다할 팀은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캠프 당시 SSG 내부에서는 “에레디아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30대 중반으로 가는 나이라 기량이 떨어질 때가 됐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성실한 훈련 태도와 잘 만들어진 몸으로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었다. 시즌 초반 타격이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을 때도 3할 언저리의 ‘기본값’은 하는 선수였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이들의 걱정을 불러일으킨 부상이 찾아왔다.
에레디아는 시즌 초반 오른쪽 허벅지에 낭종을 가지고 있었다. 경기력에 엄청난 차질을 주는 수준은 아니었는데 이게 점점 커지면서 성가신 존재가 됐다. 경기를 할 때 유니폼에 쓸리는 경우도 많았고, 고통이 찾아온 것이다. 이에 4월 10일 대구 삼성전 이후 엔트리에서 빠져 제거 수술을 받았다. 간단한 시술 수준이었기에 열흘 정도 쉬면 돌아올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SSG가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를 찾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이는 현실이 됐다. 시술 이후 회복 과정에서 시술 부위에 감염이 발견되며 6주를 쉬어야 한다는 최악의 통보를 받았다. 가뜩이나 팀 간판 타자인 최정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힘 빠지는 소식이었다. 자기 관리에 대한 의문부호가 따라왔고, 나이가 드는 상황에서 내년 재계약에 대한 의문부호도 뒤이어 따라왔다.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기였다. 물이 닿는 것도 조심해야 할 시기라 일상 생활에 제약이 따랐다. 땀도 나면 안 되는 시기도 있어 훈련도 못 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더 큰 위험으로 번질 수 있는 요소라 꾹 참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예정된 기간 이상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에레디아는 훈련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자 스스로 인천SSG랜더스필드에 나와 모든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흥이 돋보이는 에레디아다. 이게 클럽하우스나 더그아웃에 알게 모르게 힘이 되는 에너지임을 부인하는 이는 없다. 에레디아의 복귀가 한참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는 훈련장에 쩌렁쩌렁 들렸고, 이는 모든 선수들로 하여금 “에레디아의 복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버티자”는 동기부여로 다가왔다.
복귀 이후에는 역시 타격감을 살리는 데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결정적인 순간 못 치는 경우도 많았고, 안타도 기껏해 봐야 하나 정도에 그치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몸 상태만 정상이라면 다시 올라올 선수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 5경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며 물음표를 지우고 있다.

10일 잠실 LG전에서 2안타, 11일 LG전에서 3안타, 12일 LG전에서도 2안타로 감을 조율한 에레디아는 14일 인천 롯데전에서 1안타에 이어 15일 경기에서는 팀을 승리로 이끄는 홈런을 쳤다. 0-0으로 맞선 6회 롯데 선발 이민석의 공을 받아쳐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 속도 시속 170㎞짜리 좌중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결과적으로 이는 이날 양팀의 유일한 득점이 됐고, SSG는 1-0으로 이기고 3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팀을 구하는 천금 같은 홈런이었다. 시즌 타율도 다시 3할대(.305)를 회복했다.
경기 후 에레디아는 “긴 부상 공백 동안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래서인지 오늘 홈런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뿌듯하다”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드러내면서 “솔직히 홈런을 노린 건 아니다. 좋은 타구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들어섰고, 그게 운 좋게 넘어갔다. 타석에서의 집중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에레디아는 “사실 타격감 자체에 크게 연연하진 않는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건강하게 매일 그라운드에 서는 것이다. 매 경기 나가는 걸 목표로 삼고 있고, 몸만 잘 버텨준다면 타격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 믿는다.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면서 남은 시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실 누구보다 그라운드에 있고 싶었던 것은 선수 자신이었다. 이제 족쇄는 다 풀렸고, 특유의 에너지가 그라운드를 휘젓는 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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