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혐오 부추기며 자신을 영웅시한 흉악범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정락인 탐사저널 사건전문기자 2025. 6. 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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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 투숙한 조선족 손님을 잔인하게 살해한 종업원 장대호
일부 네티즌, 장씨의 일방적 진술만 듣고 영웅 취급

(시사저널=정락인 탐사저널 사건전문기자)

그는 허풍과 과시를 통해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는 범죄자에 불과했다. 2019년 8월12일 오전 9시15분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 마곡철교 남단 부근에서 한강 하류를 순찰하던 공공안전관이 이상한 것을 발견한다. 물 위를 떠다니던 물체였는데 처음에는 동물의 사체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머리와 팔다리가 없는 사람의 몸통이었다. 깜짝 놀란 그는 곧바로 112에 신고한다.

경찰은 전담팀을 꾸리고 대대적인 수색에 나서 나흘 후인 8월16일 오전 몸통이 발견된 곳에서 약 3km 떨어진 행주대교 남단 500m 지점에서 오른팔을 추가로 발견한다. 손가락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확인했는데, 중국동포(조선족) 출신의 이아무개씨(32)였다. 

경찰은 그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통해 친구인 남성 2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놓았다. 같은 날 오후 6시쯤 이씨가 투숙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모텔을 찾아가 피해자와 친구 2명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들이 여기에 묵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종업원은 "누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모텔 카운터와 주차장을 비춘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으나 일부분이 지워진 상태였다. 종업원은 "모텔이 낡아 기계가 잘 꺼지고 고장이 잘 난다"고 해명했다. 숙박 장부를 보여 달라고 했으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보여주지 않았다. 경찰은 10여 분 만에 모텔을 떠났다가 5시간 후인 오후 11시쯤 다시 모텔을 찾아갔으나 해당 종업원은 이미 신변을 정리하고 자취를 감춘 뒤였다. 

다음 날인 8월17일 새벽 1시1분쯤 한 남성이 서울경찰청 정문 안내실을 찾아와 당직 중인 경찰관에게 "자수하러 왔다. 강력계가 어디냐"고 물었다. 당시 안내실에는 의경 2명과 경사급 경찰관 1명이 있었다. 안내실 담당자가 구체적인 내용을 물어봤지만 이 남성은 "강력계 형사에게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경찰관은 "개별 사건은 경찰서로 가야 한다"며 인근에 있는 종로경찰서를 찾아가라고 안내한다.

2019년 8월21일 살인과 사체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된 장대호가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죽일 놈을 죽였다" 당당한 태도로 일관

자수가 불발되자 이 남성은 한 방송사에 전화해 "나는 억울하다"는 취지로 하소연하고 곧장 종로경찰서를 찾아갔다. 그가 마음을 바꿔 도주했다면 사건이 장기화될 수도 있었다. 이 남성은 경찰에서 "내가 한강 몸통 시신의 범인"이라고 했다. 그가 바로 사라진 모텔 종업원 장대호(39)였다. 그는 경찰에서 "모텔에서 요금 문제로 시비를 벌인 끝에 살인을 저질렀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대체 그날 모텔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장씨에 따르면 8월8일 오전 6시쯤 술에 취한 이씨가 모텔에 들어온다. 그는 카운터를 지키던 장씨에게 "야, (숙박비가) 얼마야"라고 반말하며 물었다. 장씨가 "4만원입니다"라고 하자 이씨는 "나 돈 없는데 3만원에 하지"라고 우겼고, 장씨는 카운터에서 나와 인근에 있는 다른 모텔을 안내한다. 그러자 이씨가 왼주먹으로 장씨의 복부를 수차례 때리고, 담배를 피우며 연기를 장씨 얼굴에 내뿜고는 "사장을 데려오라"고 소란을 피웠다. 

결국 방을 내주기로 한 장씨는 이씨에게 301호 객실 열쇠와 일회용품을 챙겨준다. 이때 이씨가 "네가 안내해 줘야지"라고 말했고, 장씨는 이씨를 객실로 안내한 후 숙박비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며 오히려 핀잔을 듣는다. 1층 카운터로 내려온 장씨는 이씨에게 모욕을 당했다며 분을 참지 못했다. 평소 거주하던 객실로 들어가 잠시 쉬다가 나왔으나 화가 가라앉지 않자 이씨를 죽이기로 마음먹는다.

오전 9시쯤 장씨는 모텔 카운터 구석에 있던 쇠망치를 들고 이씨가 묵고 있던 객실로 향한다. 마스터키로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이씨는 잠에 곯아떨어진 상태였다. 장씨는 쇠망치로 머리를 사정없이 내려쳐 이씨를 살해한다. 이씨의 주머니를 뒤져 지갑에서 현금 16만원이 나오자 오전 11시쯤 다른 종업원과 교대하면서 "301호 손님이 3일간 숙박료를 선불로 냈다"며 시신이 있는 객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장씨는 이씨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한다. 그리고 범행 3일 후인 8월11일 새벽 객실 욕실에서 시신을 훼손한 후 다음 날 가방 등에 나눠 넣고 5차례에 걸쳐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한강에 유기했다. 

장씨는 경찰 수사에 대비해 객실 벽에 남아있는 핏자국에 일일이 별 스티커를 붙였다. 피범벅이 된 침대 시트는 교체하고, 모텔 CCTV를 3차례 포맷하면서 증거를 인멸했다. 이씨의 신분증·휴대전화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은 파손해 멀리 떨어진 쓰레기장 등에 버리고, 옷은 헌옷 수거함에 넣었다. 장씨는 완전범죄를 노렸으나, 결국 시신 일부가 발견되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수를 선택한 것이다.

장씨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 "죽일 놈을 죽였다"며 죄책감은커녕 오히려 살인의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렸다. 자수한 이유에 대해서도 "자살과 자수를 고민하던 중 죽은 사람이 나쁜 놈이라는 것을 알리려고 자수를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수사기관의 조사에서 단 한 번도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형을 구형해도 상관없다"는 당당함까지 보였다. 

피해자에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다음 생애에 또 그러면 너 또 죽는다"거나 "이번 사건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사건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죽을 짓을 했다"고 말하는 등 일말의 반성이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 유족에게 미안하지 않냐는 질문에도 "전혀 미안하지 않다"고 했다. 심지어 고려시대 때 김부식의 아들이 정중부의 수염을 태우고 무신정변 후 죽임을 당한 일화를 언급하며 "남들이 봤을 때는 그냥 장난으로 수염을 태운 것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죽일 만큼 원한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원에 출석하던 장대호가 취재진에게 미소 지으며 손인사하고 있다. ⓒYTM 방송화면 캡처

"분노 표출형 범죄자일 가능성 높아"

장씨와 이씨는 사건 당일 처음 만난 사이다. 조선족 출신인 이씨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경기도 화성시에 살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조선족 밀집지역인 서울 구로구를 찾아 지인들을 만나며 향수를 달랬다. 사건 당일 술에 취한 이씨가 택시에 올라 "아무 모텔이나 가 달라"고 했고, 그렇게 도착한 곳이 장대호가 일하던 모텔이었다. 수사기관에서 장대호와 이씨의 카드 사용내역과 계좌 거래내역, 통화내역 등을 면밀히 분석했으나 둘 사이에 아무런 접점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장씨와 이씨는 모텔에서 처음 만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장씨가 전과 등 범죄 전력이 없고, 정신과 치료도 받지 않았으며, 평소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빚은 적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피해자와 다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다만 두 사람 사이에 모텔에서 어떤 시비가 있었는지 그 정확한 내막은 알 수가 없다. 사망한 피해자는 말을 할 수 없는 데다 장씨가 훼손한 모텔 CCTV도 사체유기 관련 영상만 복원됐을 뿐이다. 

때문에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장씨의 말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장씨가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해 사실을 꾸미거나 부풀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씨를 모텔까지 태워준 택시기사는 "이씨가 만취 상태였으나 반말은 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택시비 잔돈까지 챙겨줬다"고 증언했다. 이씨의 아내는 "남편이 모텔에 도착한 후 전화가 왔는데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남편이 모텔 종업원과 다툼을 벌였다는 말은 없었다면서 대신 '돈을 줘도 안 받더라'는 말을 했다며 장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장씨를 면담한 프로파일러는 그가 사회성과 분노를 조절하는 능력이 정상인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면서 '분노 표출형 범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사이코패스 성향은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어 범행의 잔혹성과 중대성 등을 고려해 장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 등을 공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장대호 회고록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옥중 회고록 공개하며 범행 정당화해

이번 사건이 알려진 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장씨를 영웅 취급하며 그를 옹호하는 여론이 나타나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이 장씨의 일방적인 말에 동조하면서다. 장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지만 반대로 그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입증할 만한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자가 조선족이라는 점에서 혐오와 증오가 더욱 커졌다.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씨에게 1심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온 국민을 경악하게 한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최소한의 후회나 죄책감 없이 자신의 정당함만을 주장하는 피고인은 이미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한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후 어떠한 진심 어린 참회가 있더라도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다.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 우리나라에서 사형 선고에 버금가는 징벌로서 극악무도한 모방 범죄의 재발을 방지할 유일한 방안"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장씨는 형량에 불만을 품고 항소하면서 "사형 받으려고 한 거다"라는 삐뚤어진 영웅심리를 보였다. 그는 항소심 선고 전 옥중에서 작성한 회고록을 공개하며 또 한 번 파장을 불러왔다. 여기에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 내용까지 담으며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했다. 회고록을 쓴 이유에 대해 장씨는 "이 모든 내용이 특정인에 의해 편집되지 않고 세상에 공개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모방범죄를 우려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회고록이 형량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항소심은 원심을 인용했고, 대법원에서 형량이 확정되면서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할 처지가 됐다. 2020년 11월16일 장대호의 회고록을 읽은 한 40대 남성이 교제하던 연인을 둔기로 내려쳐 살해하는 모방범죄가 발생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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