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돌보러 왔는데 집안일까지'…외국인 가사노동자, 업무 전가·체류 불안 '이중고'
고용과 체류 연계된 구조…사업 향방도 불확실
![[인천공항=뉴시스] 공항사진기자단 =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인 가사관리사들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4.08.06. photo@newsis.com](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16/newsis/20250616105630547fums.jpg)
[서울=뉴시스]한이재 수습 기자 = #. "작은 동네에서 큰 도시로 가는 것도 희망인데, 한국에 가는 건 완전 성공이라 생각했어요."
지난해 8월,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한국에 온 하나는 곧 예상과는 다른 현실을 마주했다. 아이 돌봄 업무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청소와 세탁 등 일반적인 가사 노동에 주로 투입됐다. 때로는 이용가정의 시부모 집까지 가서 청소해야 했고, 생리혈이 묻은 속옷을 세탁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거절은 쉽지 않았다. 한 동료는 "아기를 돌보러 왔으니 이런 일은 못 하겠다"고 항의했다가 벌금 1만원을 물었다.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인 1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가 저출생 대응과 임산부 경력단절 완화를 명분으로 도입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현장에선 돌봄이 아닌 가사노동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식적으로는 돌봄 서비스 제공이 주요 업무지만, 실제로는 집안일과 청소, 설거지, 반려동물 산책까지 떠안는 하우스키퍼 역할이 대다수였다. 이마저도 노동 조건은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이다.
"돌봄은 뒷전, 청소가 주 업무"…근로계약서와 다른 현실
이들의 표준근로계약서에는 가사관리사가 유아·아동이나 임산부의 일상활동을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돼 있다. 직무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동거 가족 구성원을 위한 부수적이고 가벼운 일도 맡을 수 있도록 한 조항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이 조항이 '부수적' 수준을 넘어선 광범위한 가사노동으로 해석·적용되며, 돌봄보다는 더 강도 높은 집안일 중심의 노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시스]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토론회에서 이주가사돌봄연대에서 실태조사를 담당한 이미애 책임연구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아이수루의원실제공) 2025.06.16. photo@newsis.com](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16/newsis/20250616105630704mtkw.jpg)
고용 끊기면 본국행…체류도 불안정
이들은 고용허가제 비자(E-9)를 갖고 있어 고용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두 곳뿐이어서 한 곳과 계약이 해지되면 선택지는 사실상 하나로 좁혀진다. 언제든 체류 자격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정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정부는 애초 최장 9년 8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는 일반 고용허가제와 달리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는 지난 2월14일 기준 체류 기간을 7개월에서 36개월로 연장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 연장 기간이 업체에 따라 3개월, 6개월, 1년 등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사업의 지속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왜 단 1년만 연장됐는지를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나중에'였다고 입을 모았다.
구조적 문제 개선 필요…공적책임 강화해야
이미애 제주대 학술연구교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 구조에 있다"며 "고충 처리 시스템 구축 및 보상 체계 개선 등 공공이 더 책임지고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돌봄이 값싸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필수노동이라는 재정의가 필요하다"며 "돌봄의 공공화를 위해서는 공적책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령안에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서울시와 고용노동부 그리고 서비스 제공 업체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용가정에서 사전 합의된 업무 범위를 넘어선 요구를 할 경우 업체를 통해 조정하고 필요한 경우 서비스 중단 조치를 하고 있다"며 "가사관리사가 불만을 제기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벌금을 부과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o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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