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도 되는 무례함은 없습니다… 우리 사이 ‘선’을 참고하세요[주철환의 음악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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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만 보면 화가 난다는 친구가 있다.
"이게 뭐 하는 거야 지금" 잘 웃는 나한테도 불똥이 튄다.
"이게 뭐 하는 거야 지금. 이따가 공연할 때 음향 잡는 시간 드릴게요. 다음 팀이 대기하고 있어서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뒤에 나오는 두 문장은 리허설 때 나올 수 있는 말이라 기분 상할 까닭이 없다.
전직 PD는 '이게 뭐 하는 거야'보다 뒤따라 나온 '지금'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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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만 보면 화가 난다는 친구가 있다. “이게 뭐 하는 거야 지금” 잘 웃는 나한테도 불똥이 튄다. “그딴 거 보고도 넌 화가 안 나” 마음의 불엔 노래가 소화기다. ‘웃고 싶지 않은데 웃고 싶지 않은데 입꼬리를 올려야 해’(이무진 ‘참고사항’) 음악 문외한에게 가수와 노래 제목을 알려줬더니 잘못 알아듣고는 엉뚱하게 반응한다. “언제까지 야무지게 참고 살라는 거야?”
마침 이무진 관련 뉴스가 떴다. 제목에 갑질이 있어서 처음엔 가수가 사고를 친 건가 했는데 아니었다. 사전 연습 중에 가수가 음향 체크를 세밀히 하니까 공연 스태프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거다. 기사 그대로 옮겨본다. “이게 뭐 하는 거야 지금. 이따가 공연할 때 음향 잡는 시간 드릴게요. 다음 팀이 대기하고 있어서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뒤에 나오는 두 문장은 리허설 때 나올 수 있는 말이라 기분 상할 까닭이 없다. 불을 붙인 건 처음 9글자다. 나는 짐작한다. ‘그 스태프 뭔가 아침에 안 좋은 일이 있었을 거야. 설마 조용필이나 나훈아한테 이러진 못하겠지.’ 노래 하나가 자동 재생된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이승철 ‘소녀시대’).
전직 PD는 ‘이게 뭐 하는 거야’보다 뒤따라 나온 ‘지금’에 주목한다. 행사장엔 미리 들어온 관객들이 다수 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낮말 듣던 새, 밤말 듣던 쥐들은 잠적한 지 오래다. 대낮이건 한밤이건 사람들은 녹음 아니 녹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실시간으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언행이 중계되는 시대다. 유튜브에는 그날 공연 관계자 중 누군가 ‘여러분 이거 올리지 말아 주세요’라고 부탁(강요?)하는 현장음까지 생생하게 올라왔다.
주최 측은 ‘소통 문제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는 걸 인정했다. 요즘 사과문은 구성이 비슷하다. “이무진과 팬들께 준 상처를 온전히 회복시킬 수 없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건 솔직한 사과일까. 예전에 어느 제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 솔직과 정직은 무슨 차이가 있나요.” 딱히 구별해본 적 없어서 재치문답으로 넘겼다. “정직함이 최선인 건 맞는데 솔직함은 최악인 경우가 가끔 있더라.”
지나치게 정직하다는 말 들어본 기억 없을 거다. 정직함은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솔직하다는 말은 있다. 과도한 솔직함은 문제를 일으킨다.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다. ‘불후의 명곡’ 지방 녹화장에서 사전 MC가 시장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덕담을 부탁했다. 그런데 그분 지나치게 솔직했다. “지오디는 우리 세대 가수인데 한물가지 않았나.” 웃기려고 한 말은 아닐 테고 혹시 같은 세대로서의 페이소스(허전하고 슬픈 마음)였나. 만약에 “지오디는 우리 세대 가수인데도 한창이지 않나” 이렇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때는 늦었고 장소는 부적절했고 해명은 어색했다.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반가움과 애정을 담아 언급한 것이다’ 의도야 어쨌든 소통이 고통이 된 건 분명하다. 모름지기 만파는 일파에서 시작된다. 졸지에 ‘의문의 1패’를 당한 지오디의 맏형 박준형(1969년생)은 팬들에게 점잖게 한마디 남겼다. “마음을 넓히고 상처받지 마라. 자질구레한 것 갖고 스트레스받지 마라.” 3글자(한물간)가 4글자(자질구레)로 이자 붙은 모양새다.

참고서는 교과서에 비해 덜 중요한 책 같아도 시험 문제는 참고서에서 더 많이 출제된다. 인생 수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참고만 하세요.” 이 말은 안 지켜도 무방하단 뜻이 아니다. 유념하지 않으면 사고 날 수 있는 게 참고사항이다. 이무진은 ‘여러분의 말씀은 그저 그런 참고사항일 뿐입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선을 넘고도 선의로 포장해온 ‘여러분’이라면 참고(忍) 들을 내용이다. ‘우리 마음 하나하나 다 소중한 거예요. 존중받아야 해요.’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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