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 집권하면 집값 오른다? ‘우연’이었지만…
● 진보 집권 시 집값 올라…금리·규제·환경 등 복합 영향
● 李 ‘공급 확대’ 공약…수요 조절 없어 ‘한계’ 지적도
●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지만…양극화 해소법은
● “서울·핵심지 계속 올라…실수요자는 서둘러야“
실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강한 부동산 규제와 세금 정책을 폈으나 집값 급등을 막지 못했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설엔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그래프 참조)
민주당 집권 = 집값 상승? 원인은…
노무현 정부 초기는 외환위기(IMF) 이후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부동산 규제 완화가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집값이 상승하던 시기였다. 집값 안정을 위해 분양권 전매 제한, 투기과열지구 확대 등 대책을 내놨으나 외려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고, 이는 집값 급등으로 나타났다.특히 강남 재건축 이슈와 수요 급증, 공급 지연 등이 맞물렸던 2006년에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1년 새 33% 이상 뛰기도 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DTI(총부채상환비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의 부동산 규제가 도입된 것도 노무현 정권 시절이다.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이명박 정권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해 세제 감면, 정비사업 활성화 등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다수 내놨다. 하지만 경기 불황으로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로 바뀌었고 이는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다.
이에 박근혜 정부에서도 경기회복을 위한 완화 정책들을 펼쳤다. 특히 기준금리를 1%대까지 낮추고 양도소득세 감면 등 세금 및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주택 가격이 드디어 반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반등세에 공급 불확실성, 초저금리 환경이 맞물려 매수 심리가 강해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규제 지역을 서울 전체와 과천, 세종시로 확대하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부활, 재건축 안전진단도 강화했다. 또 다주택자 중과세 부과 등 신규 규제로 수도권의 '똘똘한 한 채'로 쏠리는 양상까지 이어져 임기 동안 총 30여 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그런데도 집값을 잡지 못했고,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은 2020년 초부터 확산한 코로나19와 이듬해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리며 하락했다.
윤석열 정부는 침체한 부동산 시장과 집값 정상화에 나선다며 대규모 공급계획과 규제 완화에 나섰다. 집값이 일부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탄핵정국으로 외려 불확실성은 커졌다. 이러한 불안 심리와 계속되는 다주택자 규제는 다시금 똘똘한 한 채로의 집중을 이끌었고, 서울 주요지를 제외하고는 침체가 깊어지는 양극화 심화 현상을 낳았다.
집값 상승 사이클 초에 집권한 민주당
2025년 6월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함께 '민주당 집권=집값 상승'이라는 공식이 또다시 작동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우연'이 만든 공식으로 본다. 다만 이번 정부 들어서도 집값이 상승하는 상황은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집값 상승과 하락은 규제 강화와 완화가 반복되며 부동산 정책이 변화한 이유도 있지만 실상 정책과 금리, 금융 규제, 대내외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변수로 작용하며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 부족 우려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등 대출 규제 등이 맞물려 시장 불안감은 계속 높아질 수 있다"라며 "단기적으로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기 어렵고, 수도권 공급도 부족한 상황인 만큼 당분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공급 부족과 금리 인하가 맞물린 시점에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이라며 "노무현 정권 때 공급 부족으로 2기 신도시를 추진했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 들어 입주가 시작돼 가격이 안정화한 것처럼 단순히 사이클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연이라고 볼 수 있지만 민주당이 집권할 때마다 사이클이 공급 부족과 불안정한 시장 상황일 때와 맞물려 있다"면서 "현재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비롯해 원자잿값,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분양가 상승 등이 맞물려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6월 4일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강남 3구, 용산 등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 재건축 기대감이 확대된 목동을 비롯해 성동구 등까지 상승 열기가 번지고 있다.
대선 전 일부 남아있던 관망세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가 공급 부족, 금리 인하, 대출 한도 축소 전 막차 타기 등이 여러 요소가 맞물리며 상승 압력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재명 시대 최우선 과제 = 공급 확대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들로 시장 안전화를 꾀할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은 과거 민주당 정부의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 안정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정책공약집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부동산 공급 정책에 집중하겠다"며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가격상승 억제 중심에서 중산층·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공급 중심의 주거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공표했다. 특히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인위적인 수요 억제를 지양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규제 강화를 우려했던 시장에 심리적 안정감을 주려는 시그널로 작용했다.
구체적으로는 1기 신도시 재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2·3기 신도시의 차질 없는 진행과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용적률·건폐율 상향), 유휴부지 개발, 고분양가 해소,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을 내놨다.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1인·청년 맞춤형 주택정책을 확대해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공공주도 공급 방안도 강조했다.
과거 정부의 공급 약속이 실현되지 않았던 경험 탓에, 구체적 로드맵과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 신뢰를 얻기 어려운 것도 과제다. 아울러 수요 조절 없이 공급에만 방점이 찍혀 있는 정책들로는 시장 안정화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가주택의 가격 급등, 지방 미분양 등 양극화 심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기 때문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하고 보유세를 올리되, 거래세는 낮추는 쪽으로 전체적인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지방의 악성 미분양 해소를 위해서는 보유세, 거래세와 함께 취득세·등록세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방은 취득세, 양도세 혜택을 줘 수요를 일으킬 방안을 마련하고 서울은 단기적으로 수요가 집중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등 투트랙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리한 공급 목표는 무리한 실적을 내기 위한 상황들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동안 부풀려진 공급 계획을 현실성 있게 조정하고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한 공급을 제공하는 시장원리가 돌아가도록 다주택자 규제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비사업 저해 요인을 제거하고 보유세 완화 등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 강화 가능성은?
일각에서는 규제 강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와 같은 상승세와 양극화가 지속할 경우 정부에서 긴급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만약 정부가 시장 과열을 막고자 규제 중심으로 가고자 한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했던 정책들을 순식간에 끌어올 수 있다"면서 "종부세, 재초환, 양도세 중과, 취득세 중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기존 규제 장치들이 모두 살아있어 도입할 필요 없이 넓히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손대지 않겠다'와 '개정하겠다'라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며 "현 규제 내에서 규제 지역을 서울 전역으로 넓히면 취득세 중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출 규제, 청약 규제 등을 패키지로 불러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 양도소득세 중과를 2026년 5월 9일까지 유예하고, 취득세도 조정대상지역 외에는 2주택까지 일반과세 수준으로 낮췄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도 공정시장가액,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며 완화했다. 그러나 조정지역 내 주택 양도 시 2주택자는 누진세율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를 중과하는 양도세 중과는 유예됐을 뿐 폐지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준비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세금이나 관련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히지도 않았다. 규제는 아직 남아있고, 정부가 대출과 세금 규제 방향성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수요자가 직면할 규제와 지역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영끌'은 위험하지만 '내 집 마련' 서둘러야
부동산 실수요자, 투자자는 새 정권이 들어서며 언제 집을 사야 할지, 언제 투자에 들어갈지가 가장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과거 진보 정권들과 비슷하게 집값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에도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규제로 막을 수 있다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뚫렸고, 금리 인하 기조와 입주 물량 부족,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등 복합적인 영향들이 맞물려 서울 집값은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계속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존 진보 정권 집권 당시 집값이 크게 뛰었던 상황들이 이번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서울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집값 상승이 퍼져나갈 가능성이 있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은 지양하되, 자금에 맞춰 조금이라도 빨리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 전문위원 역시 "집값 상승 움직임이 확실한 만큼 실 수요자라면 가능한 빨리 집을 사는 것이 좋다"면서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는 입지가 좋은 지역인 만큼 수요를 분산하고 대기 수요를 낳을 수 있어 정부가 공급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해 랩장은 "여력이 있다면 빨리 집을 사는 것이 좋지만, 청약은 치열하고 분양가는 비싼 데다, 서울 내 주요 핵심지역은 너무 많이 올라 대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높아진 분양가에 신축에서 준신축으로 눈을 돌려 이미 프리미엄이 반영돼 10년 차 이상에서 자금 수준, 대출 여력, 소득 수준 등을 잘 따져 매매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미리내 비즈워치 기자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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