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고 분화하는 색… 80대 거장의 새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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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상화단의 원로 서승원(84·사진) 화백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서 화백은 한국 고유의 심미안에 천착하면서도, 시간과 공간이 공존하는 '동시성'을 연구해왔다.
'상호작용'은 이보다 진화한 형태로, 서 화백 예술 세계의 집대성이자 또 다른 세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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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색과 선, 서로 스며들어
편안함에 이른 내면 세계 표현

글·사진 =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한국 추상화단의 원로 서승원(84·사진) 화백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명은 ‘상호작용(The Interplay)’. 그동안 추구해 온 ‘동시성(Simultaneity)’ 연작이면서, 이를 더욱 확장했다.
서 화백은 한국 고유의 심미안에 천착하면서도, 시간과 공간이 공존하는 ‘동시성’을 연구해왔다. ‘상호작용’은 이보다 진화한 형태로, 서 화백 예술 세계의 집대성이자 또 다른 세계의 시작이다. 그가 좋아하는 “창호지를 투과한 빛”, 즉 “걸러진 컬러”들이 전시장을 차분하고 평온하게 뒤덮는다. 형태와 색, 빛이 생동하는 상태에 집중했던 작가가 이제 고요와 담백, 절제라는 새로운 언어를 찾은 듯하다. 신작들은 전체적으로 은은한 흰색의 자장 안에서 섬세하게 변주된다. 선은 그림의 형태를 명확히 알 수 없도록 경계를 은근하게 무너뜨리고 있다. 분홍, 연노랑, 담청색으로 분화한 색들은 서로 만나고 스며들고 번진다. 지그시 응시하다 보면, 작가가 일종의 경지에 이른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든다. 서 화백은 과거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시도하며 ‘자를 대고 그린 그림’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토록 엄격하게 쌓아 올린 세계를 하나하나 해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내면은 분명 어떤 편안함에 이르렀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서 화백은 “나이가 들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게 된 현실에서 무념과 침묵의 세계를 만났다. 이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좀 더 진화한 깊이 있는 작품들이다”고 자부했다.
전시는 지난 4년간 그린 400~500점 중 박경미 PKM 갤러리 대표의 심미안에 포착된 20여 점을 소개한다. BTS의 RM이 구매해 주목받은 시리즈 즉, 분홍을 주조색으로 한 그림도 여러 점 나왔다. 이 작품의 발견에도 박 대표의 ‘감’이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도 믿고 맡겼다. 그는 “그림뿐 아니라 전시 자체가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왜 이런 걸 고르지 의문이 있었는데 전시장에 와서 다 풀렸다”며 웃었다. 전시는 7월 12일까지.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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