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가 말한다, ‘정신 승리’ 하지 말 것 [편집국장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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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선 결과는 이미 지난 호에 담아 마감을 했지만, 이후에도 계속 몇 가지 숫자와 그림이 내내 마음에 남았다.
49.42%, 41.15%, 8.34%, 0.98% 그리고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로 나타난 세대별 남녀 표심 그래프···. 여러 가지 해석이 미디어와 SNS 등에 분분하게 돌아다녔지만 〈시사IN〉 기자들은 꾹 참고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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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선 결과는 이미 지난 호에 담아 마감을 했지만, 이후에도 계속 몇 가지 숫자와 그림이 내내 마음에 남았다. 49.42%, 41.15%, 8.34%, 0.98% 그리고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로 나타난 세대별 남녀 표심 그래프···. 여러 가지 해석이 미디어와 SNS 등에 분분하게 돌아다녔지만 〈시사IN〉 기자들은 꾹 참고 기다렸다. 한국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6·3 대선 이후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 데이터를.
윤석열이 파면되고 대선 일정이 확정된 직후부터 이 조사의 개요를 짰다. 대선 운동이 시작되고 정치적 전선이 새로 그어질 때마다 문항 후보들을 하나씩 쌓아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질문 239개에 지난 6월4~5일, 6·3 대선 다음 날부터 이틀간 유권자 2000명이 응답을 했다. 취합된 데이터가 이번 주 월요일 밤 편집국에 도착했고, 기자들이 분업해 사흘간 열심히 의미를 분석하고 기사로 만들었다. 그 결과가 이번 커버스토리다.
엑셀표 탭을 하나씩 넘기며 조사 결과를 확인하는 동안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어떤 결과를 보고는 안도했고, 어떤 수치는 놀라웠으며, 또 어떤 추세는 불길했다. ‘김문수 후보를 찍은 41.15%는 모두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사람들일까’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한 49.42%는 모두 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이 ‘좋아서’ 찍은 것일까’ ‘이준석 후보를 선택한 8.34%는 이 후보가 TV 토론 방송에서 내뱉은 성폭력적 발언에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들일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도 이번 조사 결과에서 찾아낼 수 있다.
불과 4개월 전, 우리는 ‘비상계엄’과 ‘탄핵’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지난 2월 실시한, 이번 조사와 비슷한 규모·형식의 웹조사(제910호 커버스토리 ‘30%의 세계관’ 참조)에서 255개 질문 개수의 대부분을 그 주제에 할애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미래지향적 질문을 여럿 담았다. 어떤 정치세력에게 무엇을 바라고, 향후 대한민국의 모습이 어떠해야 할지를 물을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라 감격스럽다가, 너무 낮아진 기준선에서 어서 탈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국민은 훨씬 더 고차원의 민주주의를 논하고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이재명 정부든, 국민의힘이든, 개혁신당이든 지난 대선 결과를 받아들고 각자가 나름대로의 해석을 통해 향후 행보의 준거로 삼으려 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과도한 ‘정신 승리’를 방지하는 용도로 이 조사 결과가 쓰였으면 좋겠다. 반면 우리 사회의 희망을 찾는 유권자들 사이에선 ‘정신 승리’의 도구로 사용되길 바란다. 한 차원 도약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가능성이 감지되는 수치도 적지 않게 발견되었다. 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갈 책임이, 새 정부와 여야 정치세력에게 주어져 있다.
변진경 편집국장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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