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을 뽑지 않은 50.57%라는 과제

전혜원 기자 2025. 6. 1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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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해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계엄과 탄핵에 모호한 태도를 취한 김문수 후보도 41.15%를 얻었다. 이준석을 택한 2030 남성을 어떻게 바라볼지도 논쟁적이다.
6월4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득표율은 49.42%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41.15%,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4%,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0.98%를 득표했다.

각 후보들의 득표율을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으로 구분해보자. 이번 계엄이 위헌이라고 명확하게 밝힌 후보들(이재명·이준석·권영국)의 득표율 합은, 약 58.74%다. 대다수이지만 압도적이진 않다. 12·3 계엄이 헌정 질서를 파괴했다고 헌법재판관 8명이 전원일치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엄과 윤석열에 대해 선거 막판까지 모호한 태도를 보인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이 41.15%로 만만치 않게 높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국민의 40% 이상이 계엄을 지지하는 걸까? 투표 행태 연구자들은 선거가 보통 세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정당, 이슈, 인물이다. 이를 대입해보면 이번 대선은 ‘계엄이라는 하나의 이슈가 지배하는 선거였으면서도, 그것이 기존 정당 구도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던 선거’로 요약된다. 지난 4월8~10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번 윤석열 탄핵안 인용이 ‘잘못된 판결’이라는 응답이 25%에 그쳤음을 고려하면, 계엄에 반대하거나 윤석열 탄핵 인용을 받아들이면서도 김문수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도 있을 수 있다(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번 대선 결과에서 주목받은 또 한 가지는 세대별·성별 투표 경향이다. 지상파 3사의 공동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18~19세 포함)의 37.2%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36.9%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뽑은 것으로 예측됐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비율은 24%에 그쳤다. 반면 20대 여성(18~19세 포함)의 58.1%는 이재명 후보를 뽑았으며, 김문수 후보는 25.3%, 이준석 후보는 10.3%가 뽑은 데 이어 권영국 후보에게 5.9%가 투표했다(권영국 후보 포함 ‘기타’는 6.2%). 30대 남성의 경우 이재명 37.9%, 김문수 34.5%, 이준석 25.8%, 권영국 1.6% 순이었다. 30대 여성은 이재명 57.3%, 김문수 31.2%, 이준석 9.3%, 권영국 2.1% 순이다.

20대 남성의 이준석·김문수 지지율을 합하면 약 74.1%, 30대 남성은 60.3%에 이른다. 이는 청년 남성 보수화의 근거로 언급되는데, 일단 두 사람에 대한 지지를 구분할 필요는 있다. 어쨌거나 계엄에 대해선 이준석 후보도 반대했기 때문이다. 2022년 대선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20대 남성의 국민의힘 후보 투표율은 58.7%(윤석열)에서 36.9%(김문수)로 21.8%포인트가 빠졌다. 30대 남성 사이에서도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은 52.8%에서 34.5%로 18.3%포인트 줄어들었다. 국민의힘을 더 지지하게 된 것이 아니라 이준석이라는 ‘대안’을 발견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다만 2030 남성 외 집단에서 확장성은 미미했다.

이준석 후보에 대해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계엄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답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국 보수가 선거 과정에서 끊임없이 받았다. 선거를 계기로 윤석열을 털고 갈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를 고려하면, 이준석의 득표율이 10%대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8.34%에 그친 건 인물 요인도 작용한 것 같다. TV 토론에서의 발언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검증해봐야 할 테고 사표 방지 심리도 작동했겠지만, ‘계엄에 반대하는 보수’를 흡수할 만한 역량이 이준석에게 없다는 걸 이번 결과가 보여줬다. 한국 보수가 새로운 길을 찾는다고 할 때 대안으로 소환되었던 게 이준석인데, 이번 선거로 두고두고 부담이 될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조금 결이 다른 평가도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6월4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이준석 후보에 대해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제3 후보가 완주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 8%대 이상의 득표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의 영역이다. (···) 이 정도도 굉장히 선전한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에 TV 토론회에서 큰 실수가 없었으면 10% 가깝게 득표했을 거라고 본다.” 우상호 위원장은 “9%대에 가까운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향후 보수 재편 과정에서 이준석의) 캐스팅보트로서 역할은 앞으로 충분하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준석을 택한 2030 남성들은 ‘극우화’한 것인가? 논쟁적인 주제다. 계엄 옹호처럼 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극우를 말하고 있는지, 소수자 차별과 배제까지 포함한 극우를 말하고 있는지에 따라서도 평가가 갈린다. 혹은 이번 선거에서 이준석에게 투표했다고 해서, 그 유권자가 TV 토론 때 이준석이 한 혐오 선동 표현이나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해석해도 될까? 20대 여성 10.3%, 30대 여성 9.3%라는 이준석 투표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2030 청년들의 불안함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는 이렇게 말했다. “‘극우’나 ‘보수’의 개념에 대한 공통의 그림이 없는 상태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가장 이상한 것은 대략 2010년대 후반부터 2030 남성이 비토(거부)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정치와 정책이 2030 남성에게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성찰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마치 2030 남성은 당연히 민주당을 지지해야 하는데 극우파나 혐오주의자들에게 선동당해 국민의힘이나 개혁신당 후보를 찍었다는 식이다. 특정 정치인에게 투표했다고 해서 그 정치인과 생각이 동일하지는 않을뿐더러, 기본적으로 모든 유권자는 자기 이익을 고려해 투표한다. 이번 대선에서 이렇다 할 청년 공약이 민주당에 있었나?”

5월21일 윤석열이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준석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신·구 연금 분리’를 공약했다. 연금개혁 시점을 전후로 현재의 국민연금을 ‘구연금’과 ‘신연금’으로 분리해, 신연금은 보험료를 내는 만큼만 연금을 받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KDI 추산으로 609조원에 달하는 구연금의 재정적자분을 메울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 3월 양당이 합의해 통과시킨 일명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미래세대를 속이는 야합”이라는 이준석 후보의 주장은, 대안의 현실성을 떠나 한국 사회 뇌관을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긴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말했다. “연금개혁에 대한 불만에 민주당의 대응은 기껏해야 ‘너희들 손해 보는 거 아니야, 오해야’라고 설명하는 데 그쳤다. 이준석의 대안은 분명 ‘포퓰리즘’이자 ‘갈라치기’라고 비판받을 만했지만, 무언가 세상이 불공정하고 앞선 세대가 지나치게 많은 자원을 과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잘못된 방식으로나마 대답하려 했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민주당은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분출하는 질문들에 대답하려 하고 있나?”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중도 보수’ 노선을 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기본소득 대신 ‘기본 사회’를 내걸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의 평가에 따르면, 공약의 구체성이 후퇴했다. 2022년 대선 때는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상대적 빈곤선인 중위소득 50%까지 올리는 걸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단계적 상향’이라고만 표현했다.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겠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부담을 경감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심각한 재정적자 국면에서 과거 윤석열 정부 감세를 정상화한다고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불평등 완화에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평등 완화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앞으로 이재명 정부 지지 연합의 유지와 확장에도 결정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의 양승훈 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한 책 〈광장 이후〉에 실린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고용·소득·사회보험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지수화한 결과 2005년보다 2022년에 19~34세 청년 집단 내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관찰되었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2020년까지 ‘노동이 매우 불안정한 청년 집단’의 성별 구성을 분석한 결과, 2015~2016년을 기점으로 남성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반면 안정 집단에선 상대적으로 여성의 비율이 증가했다(‘녹아내리는 노동, 연대가 어려워진 청년들’ 챕터).

5월27일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대통령선거 TV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이 같은 결과를 가지고 특정 집단의 불안정성을 과소평가하거나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른바 ‘2030 남성 극우화’ 담론을 넘어 구체적 현실에 근거한 분석과 비판,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데이터임은 분명하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 득표율을 합하면 49.49%로 이재명 대통령의 득표율(49.42%)보다 0.07%포인트 높다. 권영국 후보 득표율(0.98%) 등까지 합하면, 이번 대선에서 50.57%는 이재명 후보를 뽑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4일 새벽 서울 여의도 연설에서 “대통령의 책임은 국민을 통합시키는 것”이라며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투표한 49.42%가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김문수 후보를 뽑은 41.15% 모두가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지, 이준석 후보를 뽑은 8.34%를 움직인 요인은 무엇이며 2030 남녀에게 현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엇이 ‘내란 종식’이고 사회통합의 대상과 한계선은 어디까지인지 규명되어야 할 쟁점이 아직 많다. 〈시사IN〉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와 함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다음 호(제927호)에서부터 찾아 나설 예정이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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