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근로자·농가 울리는 불법 브로커…대책은 ‘게걸음’

양석훈 기자 2025. 6.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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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서 임금 착취 등 피해 발생
필리핀 정부, 근로자 송출 중단
양구농민회, 군에 해결책 촉구
전문기관 지정 3년 동안 ‘답보’
주무부처 조정·농가교육 ‘과제’
강원 양구군농민회가 12일 양구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브로커가 계절근로자 도입에 개입한 정황에 대해 군의 해명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농촌 일손 핵심축으로 자리 잡은 계절근로자 제도가 한편에선 브로커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농가가 외국인 행정업무에 낯선 환경을 이용해 브로커가 암약하는 만큼 관련 절차를 지원할 전문기관 설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강원 양구군농민회는 12일 양구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브로커가 계절근로자 도입에 개입한 정황이 발견됐다”면서 군에 해명과 대책을 촉구했다.

농민회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브로커가 필리핀 팡길·파에테시 근로자의 모집·이용·관리에 관여하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임금을 착취한 점을 문제 삼아 이들 시가 한국으로 계절근로자를 송출하는 것을 막은 상태다. 필리핀 계절근로자들은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양구군의회 등에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은 “(우리 군이 아니라) 필리핀 지방정부가 제3자에게 근로자 관리 등을 위임한 점을 확인했다”면서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피해는 당장 농가가 보고 있다. 사과 등을 재배하는 농민 여금선씨는 “군이 대안으로 들여온 캄보디아 근로자를 쓰고 있지만 필리핀 근로자와 달리 농사를 전혀 모르고 영어도 못해 어려움이 크다”고 푸념했다. 올해 계절근로자 활용을 포기한 농민 최낙주씨는 “(필리핀 계절근로자 송출 중단 사태에 대해) 군은 농가의 임금 체불과 학대 때문이라고 거짓 설명했다”면서 “농가는 졸지에 가해자로 내몰렸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같은 브로커문제가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농가와 근로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지자체의 인력과 전문성 부족 문제로 브로커가 개입하는 만큼, 우선 대안으로는 계절근로자 유치·관리 등 업무를 지원할 전문기관 설치가 거론된다. 인권활동가 이란주씨는 “고용허가제도 (전신인) 산업연수생 제도 때는 브로커 개입에 따른 임금 체불 등 문제가 심각했는데 이후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근로자 선발 등의 역할을 맡으면서 상황이 개선됐다”며 “계절근로자 브로커가 지금 하는 일을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 등 공공에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계절근로자 전문기관을 지정하겠다고 2022년 9월 밝힌 바 있다. 다만 어떤 기관을 지정할지 고심하다 최근에야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기관 설치를 위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된 상황이어서 향후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정부의 역할 조정 의견도 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브로커 개입 등에 따라 계절근로자가 인신매매 피해를 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계절근로자 정책을 관장하는 주무행정기관 조정을 국무총리에게 권고했다. 외국인의 출입국, 이민, 체류 관리 등의 업무를 하는 법무부가 노동력 확보 및 관리가 주요 내용인 계절근로자 제도까지 수행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같은 의견은 올 4월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발의한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 개정안’에 반영됐는데, 세부 내용에 대해선 논의가 더 필요할 전망이다. 개정안은 계절근로자 제도 운용 책임을 농림축산식품부에 대거 부여했다. 그러면서 농가가 계절근로자를 신청하기 전에 내국인 구인 노력을 하도록 했고, 농식품부는 외국인구직자 명부를 작성해 내국인을 못 구한 농가에 적격자를 추천하도록 했다. 구직자 명부를 작성할 때 한국어능력 등도 평가할 수 있게 했다. 사실상 고용허가제처럼 계절근로자를 운용하겠다는 취지인데, 이를 두고 농식품부는 “10년 가까이 체류가 가능한 고용허가제와 단기 인력인 계절근로자를 동일한 절차로 운용하는 것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장은 농가에 노무 교육 확대가 절실하다. 한 전문가는 “농가도 브로커에 서류 작업 등을 맡기길 선호한다”면서 “행정비용 명목으로 브로커가 돈을 받거나 근로자의 통장을 관리하는 일 등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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