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의 우리술 이야기)특이하고 재미있게 술 빚는 방법

최미화 기자 2025. 6. 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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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2개월 동안 많은 누룩을 만들고 술을 빚었다.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 프로그램 중 2개월 정규 과정의 '우리술 맛있게 빚기' 수료생들 모임에서 누룩만들기와 술빚기를 요청해와서다.

밑술은 범벅, 죽, 고두밥, 백설기, 구멍떡 등 다양한 가공방법으로 하는데 비해 마지막 덧술은 고두밥으로 하는 이유는 뭘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술의 맛과 향을 좋게 하고 알코올 도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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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최근들어 2개월 동안 많은 누룩을 만들고 술을 빚었다.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 프로그램 중 2개월 정규 과정의 '우리술 맛있게 빚기' 수료생들 모임에서 누룩만들기와 술빚기를 요청해와서다. 이화곡을 만들어 이화주를 빚고, 백수환동곡을 만들어 백수환동주를 빚기도 했다. 때로는 구멍떡을 만들고 삶고 으깨는 힘든 과정을 거쳐 동정춘을 빚기도 했다.
이양주나 삼양주로 술을 빚다 보면 다양한 형태로 밑술을 가공한다는 점을 실감한다. 때론 죽을 쑤고, 때론 범벅 형태의 익반죽을 하고, 또 때로는 백설기로, 구멍떡을 만들어 밑술을 빚는다. 그런 다음 마지막 덧술 때 찹쌀로 고두밥을 쪄서 마무리를 한다.
밑술은 범벅, 죽, 고두밥, 백설기, 구멍떡 등 다양한 가공방법으로 하는데 비해 마지막 덧술은 고두밥으로 하는 이유는 뭘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술의 맛과 향을 좋게 하고 알코올 도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 중 하나다.
마지막 덧술은 쌀과 물의 비율을 맞추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밑술을 범벅이나 죽으로 하면 술의 맛과 향이 좋아진다. 고두밥은 다른 가공방법보다 당도가 높다. 효모의 먹이가 더 많아지기 때문에 알코올도수가 높아진다. 밑술과 덧술의 쌀 가공방법을 다양하게 함으로써 술맛과 향을 좋게 하고 알코올도수도 높이며 맑은술을 더 많이 생기게 하는 이점도 있다.
이렇게 일반적으로 빚는 방법 외에도 옛 사람들은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때론 특이한 방법으로 술을 빚어왔다.
1715년 조선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1643년~1715)이 지은 농업 겸 가정생활서인 『산림경제』에 실린 지주(地酒)를 빚는 법은 다음과 같다.
'쌀 1말, 누룩가루 3되, 잘게 썰어 낸 솔잎 1되를 항아리에 넣어 뚜껑을 꼭 덮는다. 땅을 파서 솔가지로 사방을 둘러치고 항아리를 그 속에 넣고 흙을 덮어, 7개월 만에 꺼낸다'
1766년 『증보산림경제』나 1827년경에 나온 『임원경제지』엔 살아있는 소나무에 구멍을 뚫어 빚는 술인 와송주(卧松酒)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와송은 땅으로 쳐져 누워있는 소나무가지를 말한다. 이 와송의 윗부분 속을 파내고 그 안에 술을 빚어 넣는다. 소나무 덮개로 덮은 다음 황토를 발라 빗물이 새어들지 못하게 하고는 14일 후 열어 마신다.
와송주는 일명 송복양(松腹釀)이라고도 하고 신선벽도춘(神仙碧桃春)이라고도 한 것을 보면 좋은 술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맑은 향이 입 안 가득할 만큼 강렬해서 인간 세상의 물건이 아니다'고 표현할 정도로 말이다.
『임원경제지』와 『오주연문장전산고』엔 재미있는 술도 있다. 먼 길을 가며 바로 마실 수 있는 술인 천리주이다.
'먼저 찹쌀가루에 소주를 부어 죽을 쑨다. 죽을 식힌 후 가루 낸 약재를 섞어 병에 넣고 밀봉한다. 21일 후 꺼내 밀가루를 넣고 볶은 다음 꿀에 개어 환을 만들고 여기에 금박을 입힌다. 이렇게 만든 환을 끓는 물에 넣으면 바로 술이 된다'
『산림경제』에 실린 독특한 꽃술도 있다. 꽃술이라기 보다는 꽃 향기를 술에 입히는 방법으로 흔히 화향입주법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감국(甘菊)이 활짝 폈을 때 따와서 볕에 말려둔다. 술 한 말을 항아리에 담아두고 말린 감국을 주머니에 담아 술 단지 안에 매달아 두는데 술에 닿지 않게 손가락 하나 너비 정도 떨어지게 매단다. 하룻밤이 지나면 국화 향이 술에 배어 든다'
술을 빚다 보면 신맛이 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인 산패(酸敗)다. 이는 고두밥이 덜 익어 초기에 효모증식이 잘 되지 못하거나 누룩의 품질에 문제가 있을 때 일어난다. 『산림경제』엔 술에서 신맛이 날 때 고치는 법도 실려 있다. 붉은 팥 한 되, 혹은 두 되를 많이 볶은 다음 주머니에 넣어 술 속에 담가 두면 신맛이 금방 없어진다고 했다.
이런 여러 가지 특별한 방법으로 빚은 술들은 한국전통주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보존하고 복원해봐야 할 일이다. 전통주를 복원한다는 건 단순하게 술의 복원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전통주의 복원은 곧 잊혀진 한국문화의 복원이기도 해서다.
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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