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안개의 시간, 평온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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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인천 영종도의 바다를 찾았다.
해 뜨기 전 온 세상이 안개로 뒤덮여 앞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날의 바다는 잔잔했다.
처음의 안개가 오히려 이런 평온을 예고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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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인천 영종도의 바다를 찾았다. 해 뜨기 전 온 세상이 안개로 뒤덮여 앞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타려던 배는 출항을 미루고 한참을 대기했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사람들의 표정에는 조급함과 막연한 불안이 어려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배는 천천히 바다로 나아갔다. 그날의 바다는 잔잔했다. 오후가 되자 강렬한 햇살이 수면을 밝히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지친 마음에 생기를 더했다.

처음의 안개가 오히려 이런 평온을 예고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자연은 스스로의 방식으로 흐르고 있었고 인간은 그 안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삶에도 앞날이 보이지 않는 시기가 있다. 무엇을 해도 답이 없어 보이고 길을 잃은 듯한 불안이 마음을 채운다. 하지만 안개처럼 그 시기 또한 서서히 걷힌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다시 빛이 들고 세상은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다. 조급함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오히려 그 기다림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그 바다 한가운데 낚싯대를 드리운 한 사람의 뒷모습이 오래도록 눈에 남는다. 말없이 기다리는 자세는 왠지 모를 평화를 안긴다. 어쩌면 인생도 그런 것 아닐까. 확신보다는 기다림으로, 조급함보다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일. 우리는 때때로 멈추고, 흔들리고,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그러한 순간들도 결국 지나간다.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드는 아침처럼 우리의 하루도 다시 고요를 찾을 것이다. 그때까지 흔들림 없이 견디는 일 그것이 삶의 지혜이며 자연이 우리에게 조용히 건네는 가르침일지 모른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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