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분 드라마'가 K콘텐츠 살린다 [Deep&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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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바라트 아난드 교수는 '콘텐츠의 미래'에서 '최근 창조산업은 콘텐츠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에 빠진 레거시 미디어들이 생존을 위해 단행한 콘텐츠 품질 향상에만 골몰하지만, 실상은 그것이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아이러니를 비판한 것이다.
이와 관련, 아난드 교수는 변화한 미디어 환경으로 인해 중요한 것은 콘텐츠 품질보다는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 즉 '연결'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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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바라트 아난드 교수는 '콘텐츠의 미래'에서 '최근 창조산업은 콘텐츠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에 빠진 레거시 미디어들이 생존을 위해 단행한 콘텐츠 품질 향상에만 골몰하지만, 실상은 그것이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아이러니를 비판한 것이다. 이와 관련, 아난드 교수는 변화한 미디어 환경으로 인해 중요한 것은 콘텐츠 품질보다는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 즉 ‘연결’이라고 강조한다.
필자도 한국방송학보에 게재한 '드라마 시장의 오징어 게임' 논문(2023년)을 통해 한국 드라마 산업이 직면한 ‘내수시장의 함정’ 문제를 거론했다.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드라마를 생산하고는 있지만, 자체적으로 제작비를 조달할 수 없는 시장 상황이 되면서 한국 드라마 업계가 지식재산권(IP)을 외국 자본에 양도해야만 하는 시장 구조를 비판했던 것이다.
국내 많은 제작자들이 시장의 모순된 구조에 주목하는 대신, 품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 정부에 제작비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시장 함정에서 빠져나오려면 내수시장의 인센티브 선순환 구조를 재디자인(redesign)해야 한다. 특정 사업자의 유불리를 따질 여유가 없다. 따라서 핵심은 드라마 산업의 발전 방향성을 먼저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준에서 편성 규칙과 광고 제도의 재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데 있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해서 실수하던 찔끔 생색내기식의 규제 완화만으로는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없다.
메커니즘 재디자인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드라마 '러닝 타임'을 글로벌 표준인 45분에 맞춰야 한다. 넷플릭스나 일본 드라마는 대개 45분, 10회 내외 길이로 방송한다. 그런데 우리는 60분 ,16회 편성이 여전히 대세다. 러닝 타임 축소는 획기적인 제작비 인하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중간광고 기준을 30분 2회로 재디자인하면, 실질적 방송 광고 활성화는 물론 시장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콘텐츠 가격 현실화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 생산되는 드라마 회당 제작비 규모는 12억~35억 원.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시장에서 유통되면 받는 가격은 차이가 없다. 생산비가 다른 상품을 같은 가격에 서비스하는 건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 내수시장의 드라마 유통 구조를 상품 가격의 차이가 인정되는 방식으로 재디자인해야 한다. 회당 28억 원을 투자하고 시청률 18%를 기록한 드라마와 회당 12억 원을 들여서 시청률 2%를 기록한 드라마가 후속 시장에서 똑같은 가격으로 유통되는 건 불합리하다.
K콘텐츠 진흥을 명분으로 이뤄진 그동안의 정책은 사업자 간에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수준의 규제 완화, 즉 민원 해결 수준에 머물렀다. 이제부터라도 드라마 산업의 발전 방향성을 시장에 선도적으로 제시하는 차원의 시장 메커니즘 재디자인이 필요하다.
이것이 'K콘텐츠 수출 50조 원'을 향한 출발점이어야 한다.
노동렬 성신여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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