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무대 선 푸른 눈의 ‘몽룡’, 고별 공연한 마지막 ‘춘향’
러시아인 무용수 이고르 콘타레프
4代 ‘푸른 눈 몽룡’으로 무대 올라
춘향 역 한상이에겐 마지막 무대
만나면 헤어지고 시작되면 끝이 기다리는 이치는 세상도 발레도 마찬가지. 13~15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춘향’ 무대는 그래서 더 특별했다.
이 발레단의 러시아인 솔리스트 이고르 콘타레프(31)에겐 14일 낮 공연이 주역 ‘몽룡’ 데뷔 무대. 그는 유니버설을 거쳐 볼쇼이 수석무용수가 된 세묜 추딘, 마린스키 수석 무용수 고(故) 블라디미르 시클랴로프, 지금 유니버설의 수석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를 잇는 4대(代) ‘푸른 눈의 이몽룡’이다. 한복 의상을 입고 차이콥스키 음악에 맞춰 춤춘다. 반면 15년 유니버설에서 춤춘 한상이(40) 솔리스트는 같은 날 ‘춘향’ 역으로 고별 무대에 섰다. 첫 번째 몽룡, 마지막 춘향이 엇갈린 하루였다.
유니버설은 20여 년 마린스키(당시 키로프) 예술감독을 지낸 올레그 비노그라도프가 예술감독(1998~2007년)을 맡는 등 여러 인연으로 여전히 많은 러시아인 무용수가 단원으로 활동한다.
러시아 남서부 사라토프 태생인 콘타레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발레단에서 활동하다 2016년 유니버설에 입단, 차근차근 성장했다. “한 달 반 전 ‘지젤’을 연습하다 ‘몽룡’ 얘기를 처음 들었어요. 놀랐죠, 한국인 역할이니까. 책임감도 크고. 하지만 기뻤어요, 당연히.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와 춤이 필요한 역할이거든요.” 아무래도 “올 게 왔다”는 느낌이기도 했다. “유니버설에서 10년 춤추는 동안 ‘발레 춘향’ 공연에선 이몽룡과 변학도 빼고 남자 역할은 거의 다 했거든요, 하하.”
‘춘향’은 ‘심청’과 함께 유니버설의 대표적 창작 발레. 콘타레프는 “움직임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클래식 발레는 몸의 중심을 곧게 하는 게 중요하지만, 한국 무용에 기반한 ‘춘향’의 춤은 더 활달(wild)하달까요. 상체와 팔을 많이 쓰고, 근육이 연계 작동하는 메커니즘도 달라요.” 그는 “몽룡은 단순한 ‘백마 탄 왕자’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아버지 말씀과 귀족의 규율에 맞서지 못한 자신의 유약함 때문에 춘향과 헤어지죠. 하지만 다시 만나서는 가문과 나라의 법을 어기더라도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는 남자예요.” 러시아 발레리노의 몽룡 해석은 역시 로맨틱하다.
콘타레프에게 이날의 ‘몽룡’이 시작이라면, 같은 날 저녁 ‘춘향’으로 공연한 한상이(40) 솔리스트에겐 근 30년 젊음을 바친 발레와 작별하는 무대였다. 서울예고, 한예종 무용원을 나와 모나코왕립발레단(2005), 네덜란드국립발레단(2007) 등 초(超) 엘리트 코스를 따라 2010년 유니버설로 왔다. 하지만 2012년 ‘라 바야데르’로 첫 주역 데뷔를 앞두고 부상이 발목을 잡았고, 2016년에야 ‘심청’으로 첫 주역 데뷔를 했다.
‘넌 심청을 위해 태어났구나’ 했던 문훈숙 단장의 칭찬, ‘오네긴’의 주역 ‘타티아나’로 3막 파드되를 마쳤을 때의 황홀경은 지금도 생생하다. ‘춘향’은 2022년 코로나 사태 와중에 자신도 감염돼 1주일 격리를 거치는 천신만고 끝에 주역으로 무대에 섰던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제야 춤도 무대도 좀 알 것 같은데, 아쉽지만 헤어질 때인 것 같아요. 제게 발레는 기쁨과 슬픔, 좌절과 희망 같은 게 다 들어 있는 선물 상자 같았어요. 이제야 그 안에 들어 있던 건 모든 게 행복이었단 걸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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