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나토 회의 ‘네 번째 초대장’ 받아든 李 대통령

허시언 기자 2025. 6. 1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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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대한민국 외교는 지난 6개월 동안 공백 기간을 가졌습니다. 6·3 대선으로 선출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본격적인 외교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려 조만간 출국합니다. 이에 더해 오는 24,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까지 참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대통령이 취임 보름여 만에 다자외교 무대에 두 차례 연속 서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인데요. 이 대통령은 숨 고를 틈 없이 바쁜 외교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 대통령이 G7 회의에만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임기 초 해외 순방은) 시간이 너무 부족한 만큼 가장 필요성이 높고 중요한 국제행사로 제한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는데요. 이에 정치권은 이 대통령이 G7 회의에 이어 나토 회의까지 연달아 참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관측했죠.

나토 회의는 군사 동맹이자 공동 방위체계를 위해 설립됐는데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터키 등 유럽·북미 32개국이 회원국입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부터 인도·태평양 지역 우방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까지 인태 4개국(IP4)도 초청하기 시작했죠. 윤 전 대통령은 첫 초청을 받은 2022년부터 3년간 매년 나토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IP4 정상으로서 네 번째 초청장을 받은 셈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 회의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대응책이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적 군사 협력을 놓고 비판을 담은 성명이 나올 가능성이 큰데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나토 회의에 참석하면 중국이나 러시아를 견제하는 흐름에 동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실용 외교를 내세우며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려는 이재명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죠. 게다가 미국은 나토 회원국에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5%로 인상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도 애초에는 새 정부 출범 직후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등 중대 현안이 산적했다는 점에서 장기간 국내를 비우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외교·안보 진영이 꾸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신임 외교부 장관도 내정되지 않았는데, 짧은 시간에 두 정상회의를 모두 준비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전해지자, 일각에서 3년간 매년 참석했는데 바뀐 한국 정상이 예년과 달리 나토 회의에 불참하면 ‘한국의 외교 노선이 바뀌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눈에 띄는 불참’의 파장이 ‘눈에 띄는 참여’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했죠.

이에 전문가들은 ‘참석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서울대 박종희(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나토 정상회의는 과거와 달리 이념적 부담이 줄어들었다”며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국제사회와 유대를 강화하는 중요한 외교 채널”이라고 강조했고요.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눈에 띄는 불참의 파장이 눈에 띄는 참여보다 훨씬 크다”며 “나토 정상회의 참여의 부담이 적지 않을 수 있으나 꼭 러시아와 척지고, 나아가 중국에 대한 외교 부담을 자처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 외교 브레인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했습니다.

국민의힘도 나토 회의 참석을 촉구했는데요. 정광재 대변인은 논평을 내 “최근 3년간 윤 전 대통령이 나토 회의에 참석해 왔다”며 “이 대통령이 불참하면 정권 교체와 함께 대한민국 외교 노선이 바뀌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우리가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망의 ‘약한 고리’로 판단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파고들 것”이라며 “중국 러시아와의 과도한 마찰은 피해야 하지만, 나토 정상회의 참석조차 회피하면서 굴종을 자처할 이유는 없다”고 썼습니다.

정부는 나토 회의에 참석하는 방향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이 나토 회의에 참석하게 되면 서방 국가들과 만나 한국 상황을 설명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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