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물고기
이설야 시인 2025. 6. 1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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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잡은
물고기
양동이에 얌전히
누워 있지 않고
퍼덕거리며
얼얼한
놀라운 공기 빨아들이고
무지개 빛깔
서서히 쏟아내며
죽어갔지. 나중에
나는 물고기 몸을 갈라
살에서 가시를 발라내고
먹었지. 그래서 바다가
내 안에 들어 있지. 나는 물고기,
물고기는 내 안에서 빛나네, 우린
서로 뒤엉켜 다시 바다로
돌아가겠지. 고통,
그리고 고통, 또 고통으로
우리 이 열정의 대장정 이어가고,
신비에서 자양분 얻지.
메리 올리버(1935~2019)
이 여름에 ‘물고기’ 하고 부르면, 은빛 비늘을 반짝이는 물고기 한 마리가 내 혓바닥 위에서 펄떡거릴 것만 같다. 멀리서 파도가 밀려오고, 내 몸은 바닷속에서 물고기들과 천천히 유영한다. 넘실대는 너른 바다를 꿈꾸며 앞으로 나아간다.
메리 올리버는 처음 잡은 물고기를 양동이에 넣었다. 그 물고기는 “무지개 빛깔”을 “서서히 쏟아내며 죽어갔”다. 죽은 물고기의 “몸을 갈라” “가시를 발라내고 먹”자 시인은 스스로 물고기가 되었음을, 바다가 온통 제 속으로 들어왔음을 느꼈다. 그리고 자연의 “신비에서 자양분”을 얻으며, 고통으로 뭉쳐진 삶의 “대장정”을 다시 이어갔다.
메리 올리버의 모국어는 자연이었다. “나는 풀잎 한 줄기의 지배자도 되지 않을 것이며 그 자매가 될 것이다”라는 고백처럼, 시인은 자연에서 길어 올린 언어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시를 받아 적었다. 눈빛이 점점 흐려지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살아 있는 자연의 언어일 것이다.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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