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으로 민주주의 빼앗겨본 한국, 사형제 폐지 논의 적기”

“정권이 생살여탈권 가질 위험
겪어봤기에 폐지 공감할 것”
내년 총회에 한국 참석 요청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23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다. 사형 확정 판결도 2015년 이후 내려지지 않았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한국에 사형제 폐지를 고려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해왔으나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 존치 주장이 힘을 얻는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라파엘 셰뉘엘아자 ‘사형제 폐지를 위해 하나로(ECPM)’ 사무국장은 “새로운 정부와 새 시대를 열고 있는 한국은 사형제 폐지를 논의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ECPM은 국제 사형제 폐지 운동 단체다.
그는 “지난 몇개월간 한국은 불법계엄 등 복잡한 정치적 순간들을 통해서 민주주의는 취약하고 부서지기 쉽다는 것을 봤다”며 “민주주의가 무너진 국가에서는 (정권이) 국민의 생살여탈권을 가질 수 있음을 봤기 때문에 사형제 폐지를 통해 이를 제한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형제 폐지 이후 범죄율이 증가하는 곳보다 유지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곳들이 많다”며 사형제에 범죄 억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년간 한국에서 사형제 폐지 논의는 전무한 상태에 가깝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며 2019년 세 번째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나 아직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극우 정치인들이 득세하며 사형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당일 연방 사형제도를 복원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내에서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4월 페이스북에서 “법은 보호할 가치 있는 생명권만 보호해야 한다”며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셰뉘엘아자 사무국장은 사형제 폐지가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봤다. 그는 “1989년 유엔 차원에서 사형제 폐지와 관련해 구속력 있는 규약(‘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을 채택했기 때문에 이미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들이 이를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CPM은 내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사형제도 폐지 총회’에 한국 정부를 초대하려고 한다. 셰뉘엘아자 사무국장은 “한국이 총회에 참가하지 못했던 것은 놀랍고도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한 중 외교부, 법무부, 국가인권위원회 등 정부 부처 및 지난해 사형제 폐지 법안을 발의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사형제 폐지 논의를 활성화하고 총회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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