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77> 요즈음 초여름날 정취를 읊은 중국 송나라 시인 소순흠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2025. 6. 1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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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채 정원 깊고 깊어 여름 대자리 시원한데(別院深深夏簟淸·별원심심하점청)/ 석류꽃이 피어주렴 바깥 밝게 비치네.

어렵지 않고 짧은 절구인데도 시인이 별채에서 느끼는 여름날 반나절 풍경과 느낌을 잘 읊고 있다.

주렴이 있어 그 밖을 본다면 정말 석류꽃으로 인해 바깥이 밝게 보일 것 같다.

여름날이 시작되어서인지 오후가 되면 나무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고 그늘 밑에 들어서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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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꽃이 피어 주렴 바깥 밝게 비치네

- 石榴開遍透簾明·석류개편투렴명

별채 정원 깊고 깊어 여름 대자리 시원한데(別院深深夏簟淸·별원심심하점청)/ 석류꽃이 피어주렴 바깥 밝게 비치네.(石榴開遍透簾明·석류개편투렴명)/ 정오 무렵 되니 나무 그늘 마당 가득해지고(樹陰滿地日當午·수음만지일당오)/ 꿈 깨니 꾀꼬리 날아다니며 지저귀고 있네.(夢覺流鶯時一聲·몽교류앵시일성)

위 시는 중국 북송(北宋) 중기의 시인인 소순흠(蘇舜欽·1008~1048)의 ‘여름 정취’(夏意·하의)로, 그의 문집인 ‘소순흠집(蘇舜欽集)’에 실려 있다.

그는 벼슬을 했으나, 자주 모함을 받아 물러나 이후 소주(蘇州)에 은거하며 창랑정(滄浪亭)을 짓고 시와 술로 시름을 달랬다. 시의 첫 구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의 정자인 창랑정에서 여름날 정취를 읊었다. 시절은 요즈음이다. 날씨가 더워지니 대자리가 시원하다. 석류꽃이 발갛게 피어 있다. 주렴으로 보는 바깥이 석류꽃 덕분에 밝게 보인다. 정오 무렵이 되니 마당은 나무 그늘이 가득해진다.

시인이 잠시 낮잠을 잔 것인가? 꿈에서 깨니 꾀꼬리가 날아다니며 지저귀고 있다. 어렵지 않고 짧은 절구인데도 시인이 별채에서 느끼는 여름날 반나절 풍경과 느낌을 잘 읊고 있다. 시를 잘 쓰는 고수의 문장력이 돋보인다고 해야 할까? 편안하게 그냥 쓴 시 같은 데도 그 속에 깊은 성찰과 가볍지 않은 시선이 녹아들어 있다.

남부지방에도 여름 장마가 벌써 시작되었다. 엊그제 한바탕 비가 쏟아지고 간간이 내리고 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덥다.

위 시에 언급된 것처럼 길가, 그리고 담장 안에 석류꽃이 빨갛게 피어 있다. 필자가 다니면서 보니 석류꽃도 어떤 것은 크고 어떤 것은 작다. 필자는 상상만 한다. 주렴이 있어 그 밖을 본다면 정말 석류꽃으로 인해 바깥이 밝게 보일 것 같다. 여름날이 시작되어서인지 오후가 되면 나무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고 그늘 밑에 들어서면 시원하다.

시가 길지 않으므로 독자들은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이를테면 초여름을 묘사하는 시에서 응당 등장하는 제비와 연꽃, 연못 속 물고기 등도 연상할 수 있다. 이제 무더위가 시작되는 즈음이니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번 여름도 무사히 잘 견디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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