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재활시설 10년 넘게 ‘작은 음악무대’… 발달장애인·비장애인 함께 ‘행복한 시간’

정진오 2025. 6. 1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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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우리마을’ 매년 밴드 공연
시작하자 여럿이 무대 나와 춤판
96세 촌장 김성수 신부 “체증 싹”
각종 프로그램 효과 호평 받기도

지난 13일 강화도 우리마을에서 펼쳐진 공연에서 한 참가 밴드가 연주하고 있다. 2025.6.13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1930년생으로 올해 96세를 맞이한 김성수 신부(神父)는 1시간 30분가량 계속된 공연 내내 자리를 떠나지 않고 박수를 치며 어울렸다. 그는 대한성공회 최고의 자리에서 은퇴한 뒤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강화도 ‘우리마을’을 설립해 촌장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이곳에서만큼은 여전히 현역인 그는 공연이 끝난 뒤 “오늘 저는 10년 묵은 체증이 싹 가셨다”고 연주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1년 중 이날이 그만큼 기다려졌다는 얘기였다.

지난 13일 오후 1시께 인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우리마을’의 구내식당에서는 아마추어 밴드의 공연이 펼쳐졌다. 순수한 자원봉사 무료 공연이다. 공연에는 서울과 경기도 고양 일산 등지의 아마추어 밴드 4팀과 우리마을 식구 3명이 나섰다.

이날 무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 음악으로 하나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연주가 시작되자 자리에 앉아 있던 우리마을 구성원 여럿이 무대 앞으로 나와 춤을 추었다. 마치 예전의 관광버스 춤판을 연상케 했다. 그렇게 1시간 30분이 금방 지나갔다.

아마추어 밴드의 우리마을 공연은 2013년부터 시작되었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빼놓지 않고 1년에 1~2회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서 ‘투데이 음악 동아리’를 이끌면서 우리마을 공연에 앞장서고 있는 이충일(59)씨는 “우리마을에서 처음 공연할 때 이곳에서 생활하는 발달장애 친구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춤을 추면서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는 내가 감동을 받았다”면서 “그때는 ‘내가 장애인이구나’하고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평소에 밴드 공연을 현장에서 접하기 어려운 발달장애 친구들이 악기 소리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강화도 우리마을은 직업재활시설과 콩나물사업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50여 명의 발달장애인들이 일하고 있다. 근무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이들은 이곳에서 일하고 100만원 안팎을 받는다. 발달장애인도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우리마을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 중에서 전담 인솔자 없이 해외 여행을 다녀온 경우가 있을 정도로 이곳의 각종 프로그램이 잘 짜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마을 총괄원장인 최수재 신부는 “몇 달 전부터는 발달장애 식구들을 대상으로 명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면서 “발달장애인들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정진오 기자 schil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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