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이고, 전원 꺼진 충전소… 52억 쏟아붓고 ‘고물 취급’
304곳 설치 불구 외부 개방 5곳뿐
유지·보수 업체서 일부 ‘전원 차단’
이용률 저조 이유… 대책 마련 필요

“비싼 돈을 들여 학교에 고물 덩어리를 세워 놓은 셈이죠.”
지난 13일 오전 11시께 인천 중구 한 중학교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의 모니터 화면을 터치해 봤지만,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충전 커넥터에는 먼지가 쌓여있었다. 전날 오후 1시께에는 전기차 충전 구역에 내연기관 차량이 주차돼 있기도 했다.
전기차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인천시교육청이 초·중·고교에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들이 일부 작동하지 않는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2023년부터 예산 52억원을 들여 인천지역 초·중·고교 538곳 중 304곳(56.5%)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전기차 이용자들이 어디서나 쉽게 차량을 충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 법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는 외부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하지만 안전 관리와 업무 수행에 차질이 생길 때에는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인천 초·중·고교들도 대부분 학생 안전을 위해 주민 등 외부인이 교내에 들어와 충전기를 사용하는 걸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를 교직원들만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2024년 4월16일자 6면 보도) 그나마 환경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 학교 5곳만 외부인들에게 시설을 개방하고 있다.
더군다나 일부 학교의 전기차 충전기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교직원들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각 학교와 전기차 충전기 유지·보수 계약을 맺은 업체들이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충전기 전원을 차단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교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는 환경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전기자동차 충전사업자’들이 관리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인천 한 학교 교사는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는데도 사용하지 못하니 답답하다”며 “예산을 들여 설치만 해놓고 관리는 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인천시교육청은 1년에 2회 가량 실시하는 건물 안전점검에서 전기차 충전기 관리 현황을 확인하고 있으나 일부 학교에서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인천시교육청 교육시설과 관계자는 “몇몇 학교에서 전기차 충전기 유지보수 계약을 맺은 업체가 임의로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차 충전소 운영을 멈춘 학교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다른 학교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정선아 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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