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마트 의무휴업, 소상공인 보호 취지 살려야

중부일보 2025. 6. 15. 19: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고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마트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원론적 취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현장의 목소리와 달라진 유통 생태계를 외면한 채 추진되는 일방적 규제가 오히려 또 다른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보가 취재한 현장의 수원 홈플러스에서 이불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공휴일에 마트를 닫아버리면 장사하지 말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울분을 터뜨렸고, 주말에 손님이 몰리는 미용실 원장 B씨 역시 매출 타격을 우려했다.

알다시피 현실은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대형마트에 입점한 상당수 업체들 역시 자영업자이거나 중소기업인들이다. 전통시장만 소상공인의 보금자리가 아닌 이상, '마트 소상공인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는 식의 구분은 정책적 형평성에 어긋난 셈이다. 물론 대형마트의 급속한 확장은 한때 전통시장을 위축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였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규제로써 의무휴업 제도가 도입됐다. 그래서 시행 초기에는 일정 부분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유통의 중심축은 이미 온라인으로 옮겨간 후다.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기업은 365일 24시간 영업하며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바꾸어 놓았고, 오히려 대형마트마저도 그 틈에서 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단지 유통 채널의 다변화라는 수준을 넘어 오프라인 유통업 전체가 디지털 대전환기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상황에서 주말이나 공휴일에 대형마트를 강제로 닫는 것은 현실의 수요와 거꾸로 가는 조치로 여겨진다. 정책이 소비자의 선택 흐름과 어긋나면, 그 반사이익은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 플랫폼으로 향하게 된다. 결국 소비자는 클릭 몇 번으로 더 싼 가격에 더 빠르게 상품을 주문하게 되고 문 닫힌 마트의 입점업체들은 문을 연 날보다 더 매출이 줄어들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따라서 이제는 의무휴업 정책의 존재 이유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다.

대형마트의 독점을 막고 전통시장을 보호하자는 원칙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불편과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대형마트 입점 업체에 한해 자율 영업을 허용하거나,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온라인 플랫폼을 아우르는 다차원적 유통정책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조건 소상공인 보호라는 대의명분만 앞세운 채 당사자의 생존권과 소비자의 구매 현실을 도외시한 법 개정은 자칫 고립된 규제에 불과할 수 있다. 입점 소상공인의 생계를 지키고, 전통시장도 살리는 진정한 공존 해법은 더 정교하고 유연한 정책 설계에서 시작돼야 한다.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