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늘어나자 피어나는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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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북단의 북한 접경지 강화군.
지난해 여름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하루도 끊임없이 울려 퍼지던 대북 확성기 방송이 1년 만에 조용해졌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1일 오후 2시부터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확성기 방송 중단을 선언한 후 북측도 이에 호응하며 밤낮없이 시끄러웠던 강화군은 조용한 일상이 조심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1년 가까이 확성기 방송으로 멈춘 강화군의 시계가 확성기 방송 중단을 계기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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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북단의 북한 접경지 강화군. 지난해 여름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하루도 끊임없이 울려 퍼지던 대북 확성기 방송이 1년 만에 조용해졌다.
그동안 확성기 소리는 지역사회를 옥죄었다. 관광객 발길은 뚝 끊겼고, 상권은 얼어붙었다.
강화군 주민들은 남북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틀어대는 확성기 소리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관광버스는 자취를 감췄고, 시장은 빈 좌판과 상가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즐비했다. 주민들도 불면증과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 평화로웠던 농촌마을은 생기를 잃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1일 오후 2시부터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확성기 방송 중단을 선언한 후 북측도 이에 호응하며 밤낮없이 시끄러웠던 강화군은 조용한 일상이 조심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기자는 지난 3월에 이어 14일 강화군을 찾았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강화군은 확성기 방송 이전의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오전 10시께 강화읍 풍물시장은 인파로 가득 찼다. 좁은 골목길은 차들로 빼곡했고, 빈자리를 찾으려는 차량들은 주차장을 맴돌았다. 인근 도로에도 관광버스가 줄지어 들어서며 승객 하차를 기다리는 등 정신없는 일상이 이어졌다. 젊은 엄마는 유모차를 밀며 시장을 누비고, 어느 노부부는 손에 마늘 한 접을 들고 상인과 가격을 흥정한다.
3개월 전 한산했던 팥도너츠 가게 앞에는 긴 대기줄이 늘어섰다. 대기표를 손에 쥔 손님들도 눈에 띈다.
상인 김모(61)씨는 "확성기 방송이 터지면서 1년 동안은 손님이 찾지 않아 파리만 날려 폐업을 고심했었다"며 "방송 중단 발표 이후 방문객이 다시 늘어 조금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화터미널 앞 택시 승강장도 생기가 돌았다. "줄 서세요." 택시기사의 목소리가 터미널을 가득 메운다. 정오 무렵 광화문발 시외버스에서 쏟아져 나온 수십 명의 관광객을 맞기 위해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예 시동을 끄고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던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주말이면 관광객으로 붐볐던 강화군 곳곳의 펜션촌도 확성기 중단 효과를 톡톡히 실감하고 있다.
강화군 남부의 양오2리 펜션촌. 한동안 인기척조차 없었던 이곳에 가족 단위 손님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아이들의 웃음 소리와 고기 굽는 연기, 삼삼오오 농촌길을 평화롭게 산책하는 외지인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방문객 최모(31)씨는 "확성기 방송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여행으로 강화를 찾았다"며 "지난봄에 방문했을 때는 확성기 방송으로 밤잠을 설쳐 곤욕을 치렀는데 이제는 평화를 되찾은 듯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3개월 전 먼지만 쌓였던 펜션 뒤편 자전거 대여소에도 자전거 바퀴 자국이 새롭게 새겨졌다. 1년 가까이 확성기 방송으로 멈춘 강화군의 시계가 확성기 방송 중단을 계기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지웅 기자 yj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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