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시간’을 붙잡고 싶었던 백남준의 ‘시각’

이영선 2025. 6. 15. 18: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남준아트센터 ‘전지적 백남준 시점’展

시간의 개념과 속성 다층적 제시
지난 인터뷰 영상 중심으로 진행
1991년 작품 ‘천왕성’ 최초 공개
관객 참여형 ‘세 대의 카메라’도

“시간은 보이지 않아요. 나는 시간을 눈으로 보게 하고,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백남준, 비디오갤러리Ⅲ 인터뷰, 1976)”

‘전지적 백남준 시점’전은 백남준의 지난 인터뷰 영상을 중심으로 그가 전달하고자 했던 시간의 개념을 다층적으로 다룬다.

1960~1970년대 시대를 앞서갔던 백남준은 당시 사람들에게 흔하지 않았던 비디오아트를 어떻게 설명할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의 인터뷰가 중심이 됐다.

관객들은 백남준의 눈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음악을 듣고 글을 읽으면서 비디오를 매개로 한 백남준의 시간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백남준의 시각에서 다뤄진 시간의 속성을 조명하고 시간의 폭넓은 가능성에 질문을 던진다.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시간에 대한 백남준의 실험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13개의 모니터에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 달의 변화하는 모습을 담았다.

얼핏 보면 달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재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흑백 TV에 자석을 부착해 전자빔의 흐름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달의 형태를 만든 것이다.

작품과 함께 상영되고 있는 백남준의 WNET 방송국 인터뷰에서 그는 “시간의 일부분을 붙잡아 공간에 배치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관객들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추상적인 시간’을 시각화 하고자 한 실험에 몰입할 수 있다.

백남준의 1991년 작품 ‘천왕성’. 2025.6.15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이번 전시에선 지난 1991년 만들어진 ‘천왕성’이 2006년 리움미술관 소장품 전시 이후 대중에게 19년만에 공개되기도 했다.

백남준의 예술적 상상력이 우주로 확장된 천왕성에서 백남준은 위성 생방송으로 뉴욕과 파리를 연결하며 전지구적 소통과 상상력을 극대화했다.

특히 실제 천왕성은 대기 중 메탄 성분으로 청록빛을 띤 얼음고리를 품고 있는데 백남준의 천왕성도 화려한 네온과 24개의 모니터를 통해 원의 중심에서 띠를 이루며 다채로운 영상을 보여준다.

관객 참여형 작품도 눈에 띈다.

백남준의 1969년 작품 ‘세 대의 카메라 참여’. 2025.6.15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세 대의 카메라 참여’는 흑백 카메라 세 대에 연결된 TV에 다채로운 색깔의 그림자가 나타나는 작품이다. 세 대의 카메라는 텔레비전 내부의 빨강, 노랑, 파랑의 전자빔으로 피사체를 비춰 마치 그림자놀이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은 관객의 참여로 비로소 완성되는 작품으로 백남준은 현실에 대한 인식과 표현을 되짚어보게 했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의 작업실인 메모라빌리아에서 나온 아카이브 오브제와 백남준의 글로 마무리된다. 작은 장난감, 백남준의 편지 등 백남준의 숨결이 묻어있는 물건들로 백남준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 1층 1전시실에서 열리며, 백남준아트센터는 이번 전시와 연계해 오는 12월까지 백남준의 작품과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랜덤 액세스 홀 상영회를 개최한다.

랜덤 액세스 홀 상영회는 백남준아트센터가 매월 선정한 백남준 관련 비디오를 상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전시에 삽입된 인터뷰 영상의 풀버전을 순차적으로 상영한다. 전시는 내년 2월22일까지.

/이영선 기자 zero@kyeongin.com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