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대기 오염물질 조작사건 발생후 10년…실태조사 수년 째 ‘공전’

허광욱 기자 2025. 6. 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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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권고’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권고안 ‘무용론’ 대두
용역기간 올해 말 끝나…주민-시민단체 입장 달라 지역민 ‘갈등’
주민들 "중요한 건 주민 고통 받고 살아…이제 와 조사 의미 있나"
시민단체 "어렵게 합의했으니 조속히 조사를…道·여수시 책임있어"
전남도 "주민 의견 수렴에 주력…어떤식이든 결론은 내야" 골머리
여수산단 전경. /여수시 제공

전남 여수국가산단의 대기 오염물질 측정값 조작사건이 발생한 지 어느 덧 10년이 흐른 가운데, 민관 거버넌스위원회에서 합의한 산단 주변 환경오염 실태조사가 주민들의 반대로 아직도 착수조차 못 하고 수년 째 공전을 거듭하고 있어 권고안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올해 말까지 용역기간이 마무리돼 여수지역 환경 관련 시민단체 등에선 조속한 실태조사를 촉구하고 있어 지역민간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어 전남도가 조속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남도가 지난 5월 8일 여수상공회의소에서 여수산단 입주업체들을 대상으로 '환경오염 실태조사 연구용역 사업장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는 모습. /전남도 제공

◇여수산단 민관 협력 거버넌스위원회 권고안 추진 계기

15일 전남도와 지역민 등에 따르면 대기 측정 조작 사태 수습책으로 추진된 여수산단 주변 환경오염 물질 실태조사 용역이 지난해 1월 착수된 이후 주민 반대에 부딪혀 중지된 상태다.

앞서 여수산단 기업들은 수년간 대기오염 물질이 실제보다 적게 나온 것처럼 측정값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 2019년 관계자 10여 명이 기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또 같은 해 3월 환경부는 여수산단 입주 업체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 업체측과 짜고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사 결과 2015년부터 4년간 1만 3천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발급한 사실이 드러났고,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겨줬다.

이와 관련해 2021년 9월 28일 열린 제23차 여수산단 민관협력 거버넌스 위원회에선 '여수산단 환경관리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민관 협력 거버넌스 권고안' 추진을 합의 한 바 있다.

◇거버넌스위원회 9개항 어떤 내용 담았나

권고안은 여수산단 주변 환경오염 실태조사와 주민 건강 역학 조사 및 위해성 평가, 민간환경감시센터 설치·운영, 유해대기물질 측정망 설치 등 9개항으로 이뤄졌다.

9개항 중 먼저 위반사업장 등에 대한 민관 합동조사는 전남도와 여수시, 영산강청 등이 나서 지난해 말까지 마무리한 상태다.

또 배출시설 및 방지시설 현장 공개와 여수산단 환경감시활동 강화 및 민간환경감시센터 설치·운영, 유해대기물질 측정망 설치 및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 건의 등도 설치를 마쳤다.

이와 함께 90개소에 대한 여수산단 위반업체 환경개선대책 추진, 환경 지도점검 공무원 충원 및 장비 확보, 영산강청·전남도·여수시 등 행정기관 역할 강화도 완료했다.

하지만 여수산단 주변 환경오염 실태조사 연구와 여수산단 주변 주민건강 역학조사 및 위해성 평가 연구는 아직 진행되지 못하고 답보 상태다.

◇2개항 추진 못하고 이유는…지역민간 갈등 양상

특히 여수산단 주변 환경오염 실태조사의 경우 주민 건강 역학조사와 함께 기업들의 배·보상 기준을 마련할 수도 있는 주요 절차로 여겨진다.

용역 기간은 오는 연말까지 2년으로 여수산단에 입주한 92개 기업이 용역비 26억원을 부담해 추진하기로해 지난해 1월15일 착수보고회를 갖고 본격화 됐다.

하지만 5개마을 주민들이 착수보고서 상 측정지점 즉각 시정 등을 요구하면서 현장 조사가 불가해 기간 내 결과물 도출이 불가능해졌다.

이어 전남도는 지난해 5월 말 행정기관에 민원해소 지원 및 관리기관에 민원 해소시까지 용역중지 요청을 했다.

이러한 용역 중지로 인해 계약 불이행, 비용 산정 등을 놓고 주체 간 책임 공방도 우려되고 있다.

주민들은 사건 발생 후 기업들이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는 등 개선이 이뤄졌고, 특히 6년이 지난 시점에서 거액을 들인 실태 조사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거버넌스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어 주민들과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지역 내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전남도, 지역 갈등 해소·주민 건강권 확보위해 해결책 모색해야

여수지역에선 주민들의 건강권 확보와 지역 내 갈등을 위해선 전남도나 여수시의 역할이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여수산단 주변 5개 마을 주민대표협의회 한 관계자는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발생한 지가 10년이나 지났고, 설령 지금 조사를 하더라도 오염물질이 남아있지 않아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조사후 기업들에게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그동안 고통을 받아 왔다는 것"이라며 " 조만간 5개 마을 주민대표들이 함께 모여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수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함께 합의한 내용인데다, 기업으로 인해 엄청난 일이 벌어진 사건이기에 실태조사는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며 "그동안 제대로 추진이 되지 않았던 것은 전남도나 여수시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현재도 배출가스 조작이 있을지 모르니 어떤식으로든 빨리 전수조사를 해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여수산단의 환경오염 조사가 현재 늦어지고 있다"며 "최근 주민들과 설명회를 개최하고 지속적으로 설득을 하고 있지만 현재는 누가 중재를 하든지 설득을 하든지 결론을 내야한다. 이 문제로 정말 머리가 아프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용역 발주까지 한 마당에 모든 게 멈춰서 있어 그동안 합의를 한데로 진행을 할 것인지, 아니면 합의 사항을 바꿀 것인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동부취재본부/허광욱 기자 hk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