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경북문화포럼’ 경주 남산 현장답사 성료…신라의 역사·예술 직접 체험

황기환 기자 2025. 6. 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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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속에서도 시민·해설사 참여 열기…석탑·마애불·왕릉 등 문화유산 여정
신라 정신·미감 생생히 느껴…이론과 현장을 잇는 뜻깊은 체험 기회 제공
남산동 동서삼층석탑을 답사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2025경북문화포럼' 2일 차 프로그램인 현장답사가 지난 14일 문화유산이 살아 숨 쉬는 경주 남산에서 신라의 역사, 신앙, 예술이 어우러진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김호상 (재)진흥문화재연구원 이사장의 안내로 진행된 현장답사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주지역 문화유산해설사, 일반 시민들이 많이 참가해 끝까지 일정을 함께하며 성황을 이뤘다.

특히 이날 현장답사 참가자들은 전날 '천년의 숨결, 경주 남산을 담다!'를 주제로 열린 '2025경북문화포럼'에서 관련 전문가로부터 습득한 깊이 있는 이론 지식을 현장에서 직접 느끼며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답사는 미리 준비한 답사자료집에 따라 남산리 동서삼층석탑, 탑곡 마애불상군, 불곡 마애여래좌상, 삼릉, 경애왕릉,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 창림사지 삼층석탑, 남간사지 당간지주, 나정 등을 둘러보는 순서로 진행됐다.

김호상 이사장(가운데)이 답사 참가자들에게 창림사지 삼층석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설을 맡은 김호상 이사장은 남산 일대 유물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례를 곁들이며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면서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답사 참가자들도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을 확인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질문을 하는 등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답사는 동남산에 위치한 남산동 동서삼층석탑에서 시작됐다.

답사 참가자들이 남간사지 당간지주를 촬영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탑은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처럼 서로 다른 양식을 갖춘 쌍탑이 나란히 마주선 보기 드문 사례로 주목된다. 동탑은 벽돌을 본뜬 모전석탑 형식이며, 서탑은 전형적인 3층 석탑이다.

특히 서탑 기단에는 신라 중대 이후 불탑을 부처의 세계로 인식하게 한 '팔부신중'이 새겨져 있어 불교 신앙과 예술적 의미가 깊다.

이어 불교 세계관을 새긴 암벽화가 있는 탑곡 마애불상군을 찾았다.

남산 신인사터로 추정되는 이 일대에는 9m 높이의 거대한 바위 네면에 삼존불, 보살, 승려, 비천상 등 다양한 불상이 조각돼 있다. 회화적 구성을 통해 불교 세계를 암벽에 구현한 이 불상군은 통일신라 불교조각의 독창성을 보여준다. 비록 마모가 심하지만 불상, 보살, 승려의 위치와 자세를 통해 신앙적 감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탑곡을 둘러본 참가자들은 인근에 위치한 불곡에 들러, 감실 속에서 고요한 미소를 띄우고 있는 마애여래좌상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이 여래좌상은 1m 깊이의 바위 감실에 조성된 작품으로, 삼국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부드럽고 여성적인 인상, 유려한 옷자락의 곡선이 인상적이며, 신라 석불 중 가장 이른 시기에 해당하는 유물로 평가된다.

이어 점심 식사를 마친 일행은 오후 첫 답사지로 서남산에 위치한 삼릉과 경애왕릉을 찾았다.

박씨 왕족의 무덤으로 전해지는 '경주 삼릉'과 신라 제55대 경애왕의 무덤인 '경애왕릉'은 남산 기슭에 위치해 있다. 특히 삼릉 일대는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남산 서쪽의 박씨 왕릉과 동쪽의 김씨 왕릉이라는 왕실 분포의 단서를 제공한다. 무덤 형태는 모두 흙을 덮은 원형봉토분으로, 고분문화의 일면을 보여준다.

이어진 답사는 자비로운 표정의 석불로 유명한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에서 이뤄졌다.

남산 기슭에서 발견돼 현재의 자리에 옮겨진 이 석조삼존불은 7세기 신라 불상조각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어린아이 같은 얼굴의 본존불, 미소 짓는 보살상, 정제된 비례와 풍부한 장식 등에서 인간적 따뜻함과 신비로운 종교적 분위기가 조화를 이룬다.

배동 삼존불에 이어 일행은 팔부신중이 새겨진 신라탑, 창림사지 삼층석탑을 찾았다.

통일신라 문성왕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창림사지 삼층석탑은 석탑 하부에 3개의 탱주가 새겨진 점이 특징이다. 이는 통일신라 석탑 양식의 변천 과정을 보여주는 지표로, 석재 구성 방식에서 고식적인 경향도 확인된다.

특히 창림사지의 발굴 과정에서 기존 탑 외에도 팔부신중을 조각한 또 다른 삼층석탑이 확인돼 이 일대의 사찰 위상을 다시금 조명하게 했다.

창림사지 답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인근에 위치한 통일신라 중기의 소박한 기념물, 남간사지 당간지주를 찾았다.

논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이 당간지주는 본래 남간사 절터의 유물로, 통일신라 중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당간을 고정하는 구멍이 세 곳에 나 있고, 꼭대기에는 십(十)자 형태의 특이한 홈이 있어 기술적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2025경북문화포럼 현장답사 마지막 방문지인 '나정'에서 참가자들이 단체로 촬영을 하고 있다.
'2025경북문화포럼' 2일차 일정인 현장답사의 마지막은 신라 건국신화가 깃든 나정에서 이뤄졌다.

나정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태어난 전설을 간직한 장소이기도 하다. 양산 기슭에서 발견된 알 속 아이가 훗날 왕이 돼 나라를 세웠다는 이야기는 신라의 시작을 상징한다.

답사에 참가한 최병구(경주시 동천동·70)씨는 "천년고도 신라의 문화와 정신, 그리고 예술적 성취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경주 남산을 직접 걸으며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 였다"면서 "경북문화포럼을 통해 이론적인 지식 습득과 현장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어 매년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