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 “음악의 본질은 포용”

임석규 기자 2025. 6. 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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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연주'와 '다발성 경화증'.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맨발 연주는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다.

"오래된 피아노를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높이가 너무 낮아서 하이힐을 신은 채로는 무릎을 넣을 수가 없었어요. 그냥 맨발로 연주했더니 너무 편하더라고요." 아이슬란드에선 낡고 닳아 음정조차 맞지 않는 오래된 피아노로 쇼팽을 연주하는 등 독창적 공연을 선보였다.

동료 음악가로부터 베토벤의 한 구절을 "귀엽고 작은 일본 여성"처럼 연주해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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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8일 독주회…존 필드 야상곡 연주
맨발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 © 지몬 파울리(Simon Pauly)

‘맨발 연주’와 ‘다발성 경화증’. 도전과 파격의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37)에게 따라붙는 열쇳말이다. “클래식 음악계에 저항하거나 기존 전통을 깨겠다는 의도는 아니에요.” 지난 13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무엇을 하든 내게 무엇이 중요하고 이를 어떻게 공유할지를 생각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뮌헨에 사는 그는 다음달 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연다.

오트는 피아노 교사인 일본인 어머니와 전기 엔지니어인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19살부터 권위 있는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과 음반을 녹음했다. 최근 발매한 존 필드의 야상곡(녹턴) 전곡 음반은 ‘애플 뮤직 클래식’ 차트에서 4주간 정상에 올랐다. 이번 독주회에서도 존 필드의 야상곡과 베토벤 소나타 14번, 19번, 30번을 들려준다.

야상곡 하면 쇼팽이 유명하지만, 이 장르를 창시한 사람은 아일랜드 작곡가 존 필드(1782~1837)다. 오트가 이 곡에 빠져든 것은 코로나 팬데믹 시절이었다. “단순하고 차분하게 시작하는 곡인데, 그 안에 슬픔과 고통, 기쁨 등 다양한 감정들이 들어 있어요.” 그는 “처음 들었을 때 왠지 모를 향수와 애틋한 느낌을 받았다”며 “전곡 앨범이 적다는 걸 알고 녹음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가 다음달 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열어 존 필드 야상곡(녹턴)과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한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맨발 연주는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다. “오래된 피아노를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높이가 너무 낮아서 하이힐을 신은 채로는 무릎을 넣을 수가 없었어요. 그냥 맨발로 연주했더니 너무 편하더라고요.” 아이슬란드에선 낡고 닳아 음정조차 맞지 않는 오래된 피아노로 쇼팽을 연주하는 등 독창적 공연을 선보였다.

외모부터 동서양의 경계에 있는 그로선 다양한 차별을 경험해야 했다. 동료 음악가로부터 베토벤의 한 구절을 “귀엽고 작은 일본 여성”처럼 연주해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는 올해와 내년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 상주 연주자로 활동하는데, “베를린은 독일에서 내가 어디 출신인지 묻지 않는 유일한 곳이라 외모를 정당화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그는 “차이를 포용하는 게 음악의 본질”이라고 했다. “세상에 더 많은 포용이 있으면 좋겠어요. 서로 경청하는 법을 배워야겠지요.”

맨발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 © 하네스 카스파어(Hannes Caspar)

2019년 1월 독주회를 앞두고 그는 갑자기 왼손이 굳어지는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중추신경계 신경섬유가 자가면역 때문에 손상당하는 이 질환은 영국 천재 첼리스트 재클린 듀프레이(1945~1987)를 죽음에 이르게 한 병이다. 당시 그는 인스타그램에 발병 사실을 알리면서 “완치는 어렵지만 의학 발전 덕분에 환자 대부분이 충분한 수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썼다. 지난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선 “약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병과 함께 살고 있지만, 이것으로 드라마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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