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가 꺼낸 혼성 카드, 정체국면 타개할 신의 한 수? [K-POP 리포트]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의미있는 K-팝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걸그룹 블랙핑크의 성공을 이끈 테디 프로듀서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이 오는 23일 공개하는 혼성 그룹 ALLDAY PROJECT(올데이 프로젝트)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장녀 문서윤(활동명 애니)이 멤버로 참여해서가 아니다. 테디가 프로듀싱을 맡아서도 아니다. 이런 이유로 화제성이 있지만, K-팝 시장에서 더욱 주의깊게 들여다보는 지점은 '혼성'이라는 대목이다. 보이그룹과 걸그룹으로 철저하게 성별 분리를 강조하던 K-팝 시장에서 혼성 그룹이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지 여부는 향후 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
# 전설의 그룹 쿨·샵·코요태…혼성 그룹은 왜 사라졌나?
혼성 그룹은 1990년∼2000년대 초반 한국 가요계의 상징과도 같았다. '난 멈추지 않는다'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잼이 그 원조 격이고 이후 쿨, 샵, 코요태, 거북이 등이 큰 인기를 누렸다. 쿨, 코요태는 아직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여전히 그들의 명곡들이 회자된다.
이 혼성 그룹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친근함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며 그들의 노래를 즐겨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현대적인 K-팝 그룹의 범주에 들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대중 그룹'에 가깝다. 특정 팬덤을 기반으로 앨범을 팔고 콘서트를 여는 그룹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오랜 기간 혼성 그룹이 자취를 감춘 이유는 명확해진다. 보이그룹은 철저하게 여성 팬덤을 구축한다. 걸그룹의 경우 보다 대중적으로 접근하지만 보이그룹에 비해 남성 팬덤의 비중이 확연히 높다. 걸그룹 콘서트에서는 수많은 남성 팬들을 볼 수 있지만, 보이그룹 콘서트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증거다.
이는 K-팝 그룹이 '유사 연애'를 팔기 때문이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 멤버들과 연인 이상의 감정을 교류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들의 열애설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 몇몇 그룹 핵심 멤버들이 교제 사실을 인정한 후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리며 사과문을 발표한 사례도 있다. 나의 사랑이 남에게 사과를 구해야 잘못으로 치부되는 건 매우 고약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혼성 그룹이 설 자리는 좁았다. 남녀 멤버들이 한데 어울리는 모습이 특정 성별 팬덤을 모으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 교제로 이어진다면 팬덤이 깨질 수 있고, 만약 교제하던 멤버들이 결별하게 된다면 팀워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K-팝 제작자들은 혼성 그룹 결성을 철저하게 꺼렸다. 심지어 연말 특집 등에서 특정 보이그룹과 걸그룹 멤버들이 프로젝트 그룹처럼 무대를 꾸미는 것조차 피하려 했다.
평균 활동 기간 20년이 넘는 쿨, 샵, 코요태이 아직도 대표적 혼성 그룹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그들의 빈자리를 메울 후속 그룹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만에 등장한 혼성 그룹인 올데이 프로젝트의 시도는 더욱 흥미롭다.

# 혼성그룹의 성공 조건은?
올데이 프로젝트는 5인조다. 이런 인원 구성에도 고민도 담겼을 것이라고 K-팝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짝수로 구성해 남녀 성비를 맞추며 '짝꿍' 개념을 만드는 것 자체가 팬덤 구축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잼을 비롯해 쿨, 코요태, 거북이 모두 홀수였으며 남녀 성비가 맞지 않았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역할 분리도 필요하다. 물론 각 그룹 안에는 보컬, 랩, 댄스 등 각기 전문 영역이 따로 있다. 하지만 혼성 그룹은 그 이상의 역할 분리를 고민해야 한다. 샵의 경우 이지혜, 서지영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예능 활동 역시 두 사람의 비중이 더 컸다. 당시 제작자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이 더 부각되는 것이 팬덤 구축에는 더 도움이 됐다고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모든 멤버들을 균일하게 노출시켜 팬덤을 분산하는 것보다는 특정 인물을 중심에 세워 '텐트 폴' 형식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이를 뒷받침하는 모양새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확장성을 넓히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는 현재까지 유일한 혼성그룹이라 할 수 있는 4인조 카드(KARD)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이 그룹은 상대적으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지명도가 더 높은 편이다. 남녀 성별을 분명히 가르는 K-팝 문화가 팽배한 국내 시장에서는 팬덤 확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다 광범위하고 용인하는 편인 해외에서는 혼성 그룹에 대한 거부감 역시 적다.
가장 궁극적으로 필요한 건, 좋은 노래다. 너무 당연한 조건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몇몇 보이그룹의 노래는 놀라울 정도로 난해하다. 팬덤 아니면 찾아듣는 이가 거의 없는 노래도 있다. 하지만 일부 팬덤은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긴다. '그들만의 스타'로 남겨둘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혼성 그룹의 경우, 앞선 성공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보다 대중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정 성별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고 알 만한 노래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팬덤 그룹이 아닌 대중 그룹으로 이미지 메이킹되면 남녀가 섞인 그룹 형태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한결 부드러워질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고 성공 사례를 낳으면 다른 K-팝 그룹들도 앞다투어 혼성 그룹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K-팝의 정점이 지났고, 천편일률적인 음악과 퍼포먼스가 식상하다는 분위기가 만연된 상황 속에서 혼성 그룹은 분명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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