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자율학교] ④ "학교 오면 마음이 편해요" 문예체학교 효돈중
학부모·주민 참여 송년음악회·효례축제·디카시 공모전도

(서귀포=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푸른 잔디 위에서 10여명의 남녀 학생이 축구를 즐기는 모습이 먼저 눈에 띄었다.
지난 11일 서귀포시 효돈중학교에 도착하자 본관 건물 정면에 걸린 시계는 오후 2시를 가리켰다.
강미숙 교감의 안내로 1학년 3반 학생들의 국악 합주 기초 수업을 참관했다.
1층 음악실에서는 8명의 학생이 저마다 가야금을 앞에 놓고 전문 강사의 말을 들으며 연주해 보였다.
그 옆 연주회에서는 순우리말로 '깽깽이' 또는 '깡깡이'라고 하는 찰현악기 해금을 배우고 있었다. 강사의 지시대로 7명의 학생이 왼손으로 해금 몸통을 잡고 오른손으로 활을 좌우로 움직이며 연습했다.
2층 한 교실로 올라가니 7명의 학생이 강사가 시키는 대로 두 손으로 소금을 잡고 취구를 입에 댄 익숙한 자세로 소리를 내보였다.
계속해서 3층에 있는 '꿈·끼 표현실'로 갔다. 교실 내부 4개 벽면 중 2개 벽면에 암벽 등반 시설이 설치됐고, 그 아래 안전을 위한 두꺼운 매트가 깔려 있었다. 한쪽 진열장에는 암벽 등반용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다시 내려온 1층 복도에는 '디카시' 작품과 4권의 작품 모음집들이 전시돼 있었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그에 어울리는 짧은 시를 적은 작품을 말한다. 효돈중은 지난 2021년부터 '태양을 대신해', '피아노처럼', '보이는 향기', '어떤 우정' 등 4권의 디카시집을 냈다.
이어 건물 뒤쪽 다목적구장으로 갔다. 10여㎡ 크기의 창고 문을 열자 박스 안에 배구공과 농구공들이 섞여 있고, 진열장에는 스케이트보드와 S보드들이 즐비했다.
![문예체학교 효돈중 인공 암벽 타기 활동 (제주=연합뉴스) 2024년 4월 18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형 자율학교 중 문예체학교인 효돈중학교 학생들이 교실을 개조한 '꿈·끼 표현실'에서 인공 암벽 타기(클라이밍)를 배우고 있다. 2025.6.14 [효돈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hc@yna.co.kr](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15/yonhap/20250615090020080vuac.jpg)
인조 블록이 깔린 옆 구장에는 농구 코트와 배구 코트가 각각 1개씩 마련됐고, 한쪽 벽면에는 손흥민, 김연아, 김연경, 마이클 조던을 그린 대형 벽화와 그들의 조언을 적은 큼지막한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2학년 학생들의 방과 후 국악 오케스트라 시간이 돼 다시 음악실로 향했다. 30여명의 학생이 음악교사의 지휘 아래 가야금, 해금, 소금, 장고, 북, 꽹과리, 징, 전자피아노로 연주 실력을 뽐냈다.
마지막으로 향한 체육관에서는 강사의 지도 아래 7명의 학생이 북으로 난타를 배우고 있었다.
효돈중은 15가지 제주형 자율학교 유형 중 '문예체학교'다.
지난 4년간 '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골자로 한 다혼디배움학교라는 자율학교 운영하고 나서 올해부터 문예체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효돈중은 사실 이미 문예체 영역에서 차별화된 교육 활동을 해왔다.
문(文) 분야에서는 디카시 창작 수업과 더불어 2023년에 '삶을 깨우는 수업, 철학'이라는 자체 개발한 교수학습자료로 철학 수업을 시작했다.
이 철학 과목은 교육감으로부터 고시 외 과목으로 승인받았으며, 교육부 장관의 교과용 인정 도서 예비 심사에서도 합격했다.
예(藝)는 2016년 1인 1 국악기로, 체(體)는 2023년 인공 암벽 타기(클라이밍), 보드 등으로 각각 시작됐다.
문예체학교가 되면서 올해부터는 교장의 권한으로 국악 합주 기초, 중학교 철학, 여가와 스포츠라는 학년별 특색과목을 개설해 정규 수업 시간에 교육할 수 있게 됐다.
1학년 국악 합주 기초는 34차시, 2학년 중학교 철학은 68차시, 3학년 여가와 스포츠는 34차시다.
![문예체학교 효돈중 디카시 전시회 (제주=연합뉴스) 2024년 9월 7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형 자율학교 중 문예체학교인 효돈중학교 학생들이 지역 축제에서 디카시를 전시하고 있다. 2025.6.14 [효돈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hc@yna.co.kr](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15/yonhap/20250615090020285kznf.jpg)
또 특색 교육 활동으로 자존감 UP 성장소설 읽기 1학년 17차시, 독서 토론 1·3학년 각 8차시, 디카시 창작 및 시집 발간 학년별 9차시, 제주 문화 및 생태환경 체험과 독서 연계 문화 탐방 3학년 12차시를 진행한다.
이 가운데 디카시 창작 및 시집 발간에는 학생과 교사는 물론 공모전을 통해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도 참여한다.
연말에는 모든 학생이 참가하는 송년 음악회 및 효례 축제를 개최한다. 학생들이 저마다 익힌 국악기의 실력을 뽐내고, 학생자치회는 특색 교육 활동 프로젝트 관련 결과물을 전시하거나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
효돈중의 문예체 교육은 이미 꽤 이름이 나 있다.
이 학교 난타팀 '담팔수'는 지난해 '제9회 화성시 정조 효 전국국악대전'에서 난타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2023년 제주도민체전 중학교 남자배구 2연패와 제주도교육감 학교스포츠클럽축제 배구 2연패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제주도민체전 중학교 넷볼에서도 우승하며 2연패를 달성했다.
송미혜 교장은 "문예체 자율학교가 되면서 이전에 방과 후에 하던 수업을 정규 수업 시간에 하게 돼 학생과 교사들 모두가 좋아한다"며 "전국에서 국악 합주 기초라는 과목을 운영하는 학교는 효돈중밖에 없고, 철학 수업을 하는 학교도 몇 안 된다"고 자랑했다.
그는 "연간 300여명의 다른 지역 교장, 교감, 교사들이 학교 시설과 색다른 교육과정을 보기 위해 찾아온다"며 "최근 방문한 교장이 한 학생에게 물었더니 '학교에 오면 마음이 편해서 좋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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