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굿보이》의 질주…스포츠는 어떻게 ‘K액션’의 중심에 섰나

정덕현 문화 평론가 2025. 6.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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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굿보이》 등 스포츠와 결합돼 완성되는 생생한 액션…한국형 액션물의 새로운 무기

(시사저널=정덕현 문화 평론가)

형사물, 누아르, 학원물, 복수극…. 이들 장르에서 액션이 빠질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장르 속에 등장하는 액션들을 보면 '스포츠'라는 소재가 눈에 띈다. 단순히 스포츠 소재의 변주가 아니라, 스포츠가 가진 특성과 신체적 기술이 액션 장르의 카타르시스와 타격감을 주는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JTBC 토일드라마 《굿보이》는 이런 K액션의 흐름 그 최전선에 있는 작품이다.

《굿보이》는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 선수들이 경찰 특채로 들어와 특수범죄에 맞서는 이야기다. 복싱, 펜싱, 사격, 레슬링, 원반던지기 등 다양한 종목의 전직 국가대표 스포츠 선수들이 은퇴 후 경찰 제복을 입고 각자 가진 기술을 '범죄와의 전쟁'에 쓴다는 흥미로운 설정이다. 스포츠를 통해 갈고닦으며 만들어진 신체적 능력이 정의 구현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등장한다.

JTBC 드라마 《굿보이》 포스터 ⓒJTBC

정의 구현의 방법으로 등장한 스포츠

각 스포츠 종목이 가진 특징들은 그래서 실전 액션으로 바뀐다. 복싱 선수였던 윤동주(박보검)는 떼로 몰려드는 적들에 맞서 권투 기술인 빠른 스텝으로 공격을 피하고 잽, 훅, 어퍼컷으로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사격 금메달리스트인 지한나(김소현)는 괴한이 집을 습격하지만 특유의 평정심과 판단력 그리고 정확한 조준으로 상대를 하나하나 무력화시킨다. 펜싱 은메달리스트 출신 김종현(이상이) 경사는 손에 막대기 하나만 들면 수십 명을 상대해 내는 액션을 마치 펜싱 경기 하듯이 선보이고, 원반던지기 동메달리스트인 신재홍(태원석)은 달려드는 차량에 맨홀 뚜겅을 던져 차량을 반파시키는 괴력을 보여준다.

다소 과장된 형태의 액션으로 연출되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스포츠의 세계가 접목됐다는 점은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현실감을 부여한다. 실제 올림픽 경기에서 거의 점처럼 보이는 표적을 정확하게 총으로 쏴 맞히는 사격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면서 누구나 한번쯤 감탄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만 같던 선수가 놀라운 정신력으로 끝내 상대를 링에 다운시키는 기적의 순간을 통해 '국대는 어딘가 다르다'는 걸 실감했을 테다. 이 과장된 액션도 국대 출신이 한다는 점에서 《굿보이》는 좀 더 그럴듯한 개연성으로 다가온다. 정확한 거리 계산이나 빠른 신체 반응 같은 비범한 능력들이 '국대 스포츠 출신'이라는 한마디로 설득되는 것이다.

특히 스포츠 영역 중에서도 권투나 이종격투기는 그 자체가 상대와 맨주먹으로 맞붙는 격투 종목이라는 점에서 K액션의 단골 소재로 떠올랐다. 일찍이 권투 액션이 가진 묘미를 극대화해 보여준 작품이 바로 영화 《범죄도시》다. 이 작품에서 마동석이 연기하는 마석도는 전직 운동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범죄자들을 때려잡는 액션에서 이 권투 액션을 선보인다. 정확한 거리 조절과 체중을 실은 보디블로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빌런들의 리액션과 함께 마동석표 액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권투 액션을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작품으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이 있다. 이 작품은 전직 복싱 유망주인 두 청년이 서민들을 등쳐먹는 불법 사채업자와 맞서는 이야기로, 복싱 기술을 기반으로 한 맨주먹 액션을 정면에 내세운다. 시원시원한 권투 액션과 더불어 불법이 자행되는 세상과 스포츠 정신으로 뭉친 선한 청년들의 펀치가 막강한 타격감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작품이다. 권투 액션 특유의 폼을 잡지 않고, 과장되지 않으며 깔끔하게 상대를 때려눕히는 액션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JTBC 드라마 《굿보이》 스틸컷 ⓒJTBC

중국에는 무협, 미국에는 총기,  한국에는 스포츠

K액션으로 들어온 격투 스포츠의 세계는 학원 액션물에서도 발견된다. 티빙 시리즈 《스터디그룹》은 모범생인 윤가민(황민현)이 폭력이 난무하는 고등학교 일진들과 싸우는 학원 액션물로 절권도, 태권도, 쌍절곤 등이 결합된 액션이 등장한다. 오로지 공부에만 관심이 있는 윤가민이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마음으로 새벽마다 갖가지 운동을 하면서 막강한 싸움 실력을 갖게 됐다는 게 이 작품의 설정이다. 다소 황당한 설정이지만, 공부만 하는(그렇지만 공부에는 재능이 없는) 공부벌레 너드 캐릭터가 살벌한 일진들의 폭력 앞에서 자신과 같은 공부 모임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는 그 의외성으로 인해 깊은 몰입감을 만든다.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의 주인공인 윤가민이 이소룡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태권도와 권투 등 다양한 격투기를 결합해 '절권도'라는 자신만의 무술을 창시했던 이소룡을 추종해 그를 오마주하는 액션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격투 스포츠의 세계가 오버랩된다.

최근 웨이브에서 방영되고 있는 《ONE : 하이스쿨 히어로즈》 역시 학원 액션물로 권투부터 검도, 주짓수, 유도 같은 다양한 격투 스포츠를 액션의 소재로 끌어온다. 천부적인 싸움 재능을 가진 의겸(이정하)과 그 재능을 이용해 복수하려는 윤기(김도완)가 복면을 쓰고 '하이스쿨 히어로즈'를 결성해 일진들을 하나하나 무너뜨리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이들이 상대하는 일진들을 여러 격투 스포츠를 구사하는 이들로 설정함으로써 그 스포츠만의 특징과 더불어 그것을 공략해 가는 묘미도 보여준다.

중국의 액션이 무협을 기반으로 하는 무술 형태로 보여지다면, 할리우드가 그려온 액션들은 총기나 칼 같은 무기를 활용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해외 액션물들의 영향을 받은 무술이나 무기 액션을 수용하다가 조폭물이 대거 등장하면서 한국식 '실감 액션'이 시도된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장도리 액션'처럼, 일대다 대결이 등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맞으면서도 상대를 제압하는 액션 형태가 일반화됐다.

그 후 정병길 감독의 《악녀》나 《카터》 같은 한국형 액션은 할리우드가 거꾸로 수용하는 스타일리시한 액션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최근 들어 주목되는 건 《범죄도시》 이후에 권투 액션이 장르물과 결합하는 것처럼, 다양한 스포츠가 액션의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K액션의 정수는 날아가는 주먹만큼, 그 주먹을 날리는 자의 축적된 정서와 감정이 만들어내는 서사가 특별함을 만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액션으로서 좀 더 과학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스포츠는 K액션의 묘미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익숙한 액션물의 서사 속에서도 디테일한 액션 기술들이 스포츠 영역과 결합함으로써 좀 더 생생하고 파괴력 있는 K액션의 세계를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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