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와 이탈리아] 커피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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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면 호텔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아침이면 화려하고 맛있는 조식을 기대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탈리아 문화를 모른 채 간다면, 호텔 조식에 크게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아침부터 빈 속에 커피라니...'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속는 셈 치고 한잔 마셔보니... 부드럽고 풍부한 거품, 고소한 커피 향이 위장을 감싸는 그 느낌은 황홀하다 못해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이탈리아는 아침부터 커피로 시작해 저녁 식사 후까지 커피로 마무리하는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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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김문현 셰프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면 호텔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아침이면 화려하고 맛있는 조식을 기대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탈리아 문화를 모른 채 간다면, 호텔 조식에 크게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지중해의 풍요로운 먹거리가 넘쳐나는 이 나라에서 아침 식사는 카푸치노 한 잔과 꼬르네또(크로아상) 한 조각이면 끝이기 때문입니다.

‘아침부터 빈 속에 커피라니...’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속는 셈 치고 한잔 마셔보니... 부드럽고 풍부한 거품, 고소한 커피 향이 위장을 감싸는 그 느낌은 황홀하다 못해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이탈리아는 아침부터 커피로 시작해 저녁 식사 후까지 커피로 마무리하는 나라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카페를 바(BAR)라고 부르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바리스타라고 부릅니다.
보통 오전 11시 전 까지는 카푸치노와 마끼아또(에스프레소에 우유거품을 아주 약간 올린커피)를 주로 마시는데, 이탈리안들은 식사 후에는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마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카푸치노에 혹여나 계피 가루를 뿌려달라고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미 충분한 커피 향과 고소한 우유 향으로 카푸치노는 그 자체로 완벽하니까요.
이탈리아 커피하면 단연 에스프레소가 떠오르실 텐데요.
너무 쓰고 진해서 밤에 잠아 안 올까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고소하고 부드러우며, 원두를 많이 볶기 때문에 신맛이 거의 없을 뿐더러 소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커피 중에서도 이 에스프레소가 카페인 함량이 제일 적다는 사실!
그래서 이탈리아인들은 점심 먹고 한 잔, 오후에 일하다가 한 잔, 직장동료와 잠시 한 잔, 일 끝나고 친구들과 또 한 잔, 저녁 식사 후 소화제로 한 잔. 에스프레소가 일상입니다.
저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이탈리아팀 팀의 요리사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팀 내 유일한 한국인으로, 한 달 가까이 삼시세끼를 그들과 함께 요리하며 생활했는데 시도 때도 없이 내려 마시는 에스프레소 덕분에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의 영향으로 지금도 저는 하루 세 번은 에스프레소를 즐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렇지만, 이탈리아에서 바(BAR)는 만남의 장소입니다.
하지만 이탈리안들은 그곳에 5분 이상을 머무르지 않습니다.
심지어 앉지도 않고, 서서 한잔 털어 마신 뒤 바로 자리를 뜹니다. 약간의 안부 정도 묻는 시간이죠.
더 필요한 이야기가 있다면 긴 저녁 식사 시간에 충분히 대화를 나누면 되니까요.
물론 앉아서 마실 수 있는 테이블도 있지만, 커피를 자리로 가져다주는 것만으로 자릿세가 붙습니다. 이를 미리 알고 가면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지요.
제가 사랑하는 도시 나폴리에는 ‘카페 소스페소’(Caffe` Sospeso)라는 멋진 커피문화가 있습니다.
커피를 한잔 주문하며 두 잔 값을 지불하고, 한 잔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 그 매장에 달아놓는 것이죠.
“누구나 커피 한잔은 즐길 권리가 있다” 라는 이념 아래 이뤄지는 커피 기부 문화입니다.
돈 없는 거리의 사람들, 배낭여행자들이 그 한 잔의 에스프레소로 잠시 여유와 휴시을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낭만적이고 멋진 문화 아닌가요?
단돈 1유로로 할 수 있는 기부, 이탈리아 바에 간다면, 한 번쯤 용기를 내서 외쳐보십시오. “카페 소스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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