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식은 몸과 마음 치유”…우리 전통 식문화 담은 ‘사찰음식’ 한그릇

황지원 기자 2025. 6.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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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장인 도림스님의 대표 요리
발효가 빚어낸 맛과 건강 담겨 있어
알배추김치, 채수·효소로 아삭한 식감
기름 없이 노릇노릇 구운 가지·토마토
된장매실청 소스 뿌려 샐러드로 완성
메밀·도토리가루 넣어 쫄깃한 두릅전
생명 존중, 정성과 자연이 깃든 음식
도림 스님은 1987년 출가한 이래 줄곧 사찰음식을 만들어왔다. 스님은 좋은 음식이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고 믿는다.

육류나 어패류를 사용하지 않고 제철에 거둔 곡물·채소와 잘 익은 장으로 만드는 사찰음식. 생명에 대한 존중과 수행자의 철학, 그리고 우리 전통 식문화가 담긴 사찰음식이 지난달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찰음식은 맛있으면서도 건강에 좋고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워 대중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 매력을 직접 확인하고자 경기 남양주 백봉산 자락에 있는 덕암사로 향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평안을 가져다주는 자그마한 사찰 덕암사. 이곳에서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사찰음식 장인으로 지정한 도림 스님을 만날 수 있었다. 스님은 2007년부터 전시와 강연을 하며 사찰음식을 알려왔다. 스님은 좋은 재료를 사용해 정성을 가득 담은 음식은 먹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몸까지 치유한다고 믿는다. 얼마 전 열린 불교문화축제에서 한 희귀병 환아가 스님이 만든 어수리나물 주먹밥을 아주 맛있게 먹더란다. 그 모습을 보니 음식을 만들 때의 고생은 완전히 잊혔다.

“1987년 출가했을 때 반찬 만드는 채공소임, 밥 짓는 공양주소임을 맡았어요. 출가 전엔 요리를 해본 적이 없는데, 음식 솜씨가 좋았습니다. 전생에 절에서 음식 차리는 일을 했던 거 같아요.”

1) 알배추김치 양념엔 고로쇠 수액으로 담근 간장이 들어가 풍미를 높여준다. 2) 토마토를 구우면 영양분 함량이 높아지고, 구운 가지는 무르지 않아 좋다. 3) 두릅전을 부치는 스님의 손길이 정성스럽다.

스님의 모든 음식엔 발효가 빚어낸 맛과 건강이 담겨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간장·된장·고추장은 직접 담그는데, 간장과 된장엔 물 대신 고로쇠 수액을 쓴다. 통밀쌈장도 별미다. 통밀을 쪄서 메주콩과 함께 메주를 쑤고, 이를 빻은 메줏가루에 고춧가루·조청을 섞어 만든다. 매실과 된장·청주·설탕을 한데 버무려 발효시킨 된장매실청과, 개복숭아와 황설탕으로 담근 개복숭아 효소는 음식 맛의 ‘한끗’을 책임진다.

아삭아삭함이 살아 있는 알배추김치.

스님이 선보일 요리는 3가지. 알배추김치, 가지토마토샐러드, 두릅전이다. 김치를 담글 땐 보통 배추 절이기부터 시작하지만 스님의 알배추김치는 이 과정을 생략한다. 아삭아삭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서다. 양념은 무·다시마·표고버섯·고추·배추를 넣어 푹 우려낸 채수에 거칠게 간 홍고추, 간장, 개복숭아 효소, 매실청, 생강가루, 연근죽을 넣어 만든다. 사찰음식엔 고추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불교가 금하는 오신채(마늘·파·부추·달래·흥거)에 고추는 포함되지 않는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지 않았기 때문에 양념은 짜다 싶을 정도로 간을 세게 한다. 4등분한 알배추에 양념을 끼얹은 다음 상온에서 하루 숙성시킨 뒤 먹는다.

상큼한 된장매실청으로 버무린 가지토마토샐러드.

다음은 가지토마토샐러드. 가지는 납작하게, 토마토는 한입 크기로 썰어 기름 없이 팬에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소스는 된장매실청에 올리브유, 개복숭아 효소, 들깻가루를 넣고 소금 간을 해 완성한다. 볶은 가지와 토마토 위에 소스를 뿌리면 된다.

“가지는 흔히 나물로 무치는데 구워내면 식감이 흐물거리지 않아 좋아요. 토마토는 열을 가하면 영양소 함량이 증가하고 흡수율도 높아지죠. 된장매실청은 20년을 두고 먹기도 합니다. 풍미가 이탈리아의 고급 발사믹소스 저리 가라죠.”

마지막 음식은 두릅전. 전을 부칠 때 스님만의 비법은 밀가루에 메밀가루와 도토리가루를 함께 쓰는 것이다. 소화가 잘되고 식감이 쫄깃해진다. 채수에 세 가루를 같은 비율로 넣어 묽게 반죽을 만들고 간장으로 간을 한다. 깨끗이 손질해 찢어둔 두릅 한 움큼을 반죽에 흠뻑 적신 후 기름 두른 팬에 올린다. 두릅을 팬에 넓게 펼치고 그 위에 국자로 반죽을 더 부어 얇게 부쳐낸다. 두릅을 만지는 스님의 손길을 보고 있자니 왜 음식 맛은 손맛이라고 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도토리가루 덕에 쫄깃한 두릅전. 남양주=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스님은 음식에 맛과 건강뿐 아니라 아름다움까지 담아낸다. 쓰고 남은 가지 밑동에 꽃송이를 꽂아 가지토마토샐러드 그릇 한쪽에 놓았다. 두릅전을 담는 방법도 남다르다. 접시에 기다란 범부채 잎을 깔고 한입 크기로 자른 두릅전을 가지런히 올렸다. 분홍 꽃과 노란 꽃도 얹어 화사함을 더했다.

“음식은 몸과 마음을 치유해요. 입에 들어가기 전 음식을 가장 먼저 보는 게 눈이죠. 예쁜 음식은 오래도록 기억돼 마음속 행복으로 남습니다.”

스님이 만든 음식을 절에서 일하는 분들과 나눠 먹으며 취재가 마무리됐다. 음식에 깃든 지극한 정성과 먹는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생각하는 마음을 느끼고 나니 밥 한톨조차 남길 수 없었다. 스님은 말했다.

“먹는 이의 감사하는 마음까지가 사찰음식의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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