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부부 생활의 새 이정표가 되길”··· 인천종합복지관 합동 결혼식
“오늘은 부부 생활에 새 이정표를 찍는 날입니다.”
조금 늦었기에 더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지난 13일 오후 6시30분께 인천 미추홀구 CN천년웨딩홀에서 인천종합사회복지관의 ‘한마음 합동 결혼식’이 치러졌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혼례를 올리지 못한 부부들이 그 주인공이다.
2022년 혼인신고를 한 강석국(53)·김수진(43)씨 부부의 연을 이어준 건 ‘장애인 공공 일자리’ 사업이다. 지체장애가 있는 강씨와 지적장애가 있는 김씨는 4년 전인 2021년 연수구청이 운영하는 마스크 제조시설에서 함께 일하며 사랑을 키웠다.
강씨는 “당시 아내와 맞은편에서 작업을 했는데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 마음에 들었다”며 “오늘 예쁘게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내가 그때처럼 환하게 웃는 것을 다시 보니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26년 전 공장에서 작업 중 한쪽 손의 손가락이 모두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지체장애를 얻은 강씨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부모님의 반대와 결혼식 비용 마련의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해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한다.
아내 김씨는 전 남편과 이혼한 후 아들과 둘이 지내던 중 강씨를 만났다. 김씨는 “오늘 함께 온 아들이 ‘엄마가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식을 올리게 돼 좋다’고 했다. 남편은 아들과 나에게 언제나 잘해주는 사람”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혼인신고 후 17년 만에 결혼식을 올린 부부도 있다. 김미남(56)·안명순(46)씨 부부다. 직장에서 관리자와 직원으로 만난 이들은 남편 김씨의 위암 2기 투병을 함께 이겨내며 딸 셋을 키웠다. 부부는 남편의 투병과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혼례를 올릴 수 없었다.
아내 안씨는 “친정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죄송함이 컸는데, 시부모님께는 결혼식을 보여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설레는 마음도 있지만 미뤄뒀던 큰일을 치르게 된다는 홀가분함이 더 크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내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는 “아내는 임신을 한 상태에서도 내 병간호를 하며 어려웠던 시기를 함께 버텨준 사람”이라며 “이제라도 아내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혀주게 돼 다행이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부부 5쌍이 합동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은 각자 작성한 부부서약서를 낭독하며 “인생에서 모든 선택의 순간에 서로 의지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iH(인천도시공사)와 CN천년웨딩홀 등이 예식 전반에 드는 비용을 지원했다. 이들의 새 출발을 축복하기 위해 하객 250여명이 참석했다.
백암재단 인천종합사회복지관은 경제적, 신체적 이유 등으로 혼례를 치르지 못한 저소득 가정, 새터민, 장애인 부부 등에게 33년째 합동 결혼식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249쌍의 부부가 합동 결혼식의 주인공이 됐다.
주례를 맡은 윤국진 백암재단 이사장은 “결혼식에 참여한 부부들은 이미 긴 시간을 함께 살아오며 서로의 인생을 깊이 있게 만든 분들”이라며 “이 순간의 설렘과 감동을 깊이 간직하며 초심이 필요한 날 오늘을 떠올리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윤지 기자 s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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