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멍거 다시 읽기③…그가 말한 '세상을 사는 지혜'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이번에는 멍거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멍거리즘의 핵심은 '세상의 지혜'(Worldly wisdom)으로 대표되는데, 투자 분야를 넘어 훨씬 더 넓은 영역에 걸친 통찰력의 보물창고다. 멍거의 다학제적 접근 방식, 합리적 사고에 대한 강조 및 인간 행동에 대한 깊은 이해는 비즈니스와 인생에서 우리가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강력한 틀을 제공한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통합하고 끊임없이 학습함으로써 복잡해진 세계를 더 큰 지혜와 성공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건 분명히 매력적인 유혹이다. 본질적으로 멍거의 철학은 우리가 세계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를 키우고 비판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며 정직함과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라고 촉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이 성공적인 투자뿐 아니라 훌륭한 인생의 기둥이 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멍거는 1994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영대학원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 지혜'(A Lesson on Elementary Worldly Wisdom)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세상을 사는 지혜를 상세하게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나온 멘탈 모델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 비즈니스와 투자 모두에서 효율적인 의사 결정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내용이 방대한 관계로 2회에 걸쳐 멍거의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 지혜'를 살펴보자.
먼저, 멍거는 분리된 사실을 억지로 짜맞추는 식으로는 제대로 알 수 없으며 사실들은 '격자틀 멘탈모델'(Latticework of Mental Models)에 잘 들어맞을 때만 쓸모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머릿속에 모델이 미리 들어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모델을 여러 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모델을 한두 개만 사용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현실을 모델에 억지로 끼워 맞추거나, 현실이 모델에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망치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방책이다.
"벌써 너무 어려워"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생각보단 어렵지 않다. 주요 모델 80~90개에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의 약 90%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멍거가 가장 먼저 강조한 건 수학인데, 특히 복리와 더불어 확률의 기초가 되는 순열과 조합을 언급했다. 멍거는 확률 등 기본 수학을 익혀두지 않으면 '엉덩이 걷어차기 시합에 출전한 외다리'처럼 평생 남들보다 매우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언어인 회계도 알아야 한다.
CF 브라운 엔지니어링을 설립한 사업가 칼 브라운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다. 브라운은 회사에서 소통할 때 이른바 5하 원칙,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왜'를 명시하도록 했는데, 특히 서류나 지시를 전달할 때 이유를 명시하지 않으면 해고당할 수 있었다.
이유를 명시하는 것이 중요한 건는 심리학 원칙 때문이다. 항상 이유를 명시하면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하고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더 잘 따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람들은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더 잘 따르게 된다고 멍거는 말했다.
기본적인 확률도 이해해야 한다. 멍거는 정규 분포(normal distribution)가 어떤 모습인지 알고 있으며 실제 사건 대부분은 정규 분포라고 말한다.
또한 공학의 보완시스템(backup system·작동 중인 시스템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마련한 대체 시스템), 중단점(breakpoint·소프트웨어 개발시 프로그램 실행을 일시 중단하는 위치), 물리학의 임계질량(critical mass·핵분열 물질이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최소 질량) 개념도 강력한 모형이며 현실을 바라볼 때 매우 유용하다고 멍거는 강조했다.
위와 같은 지각 기능이 아니라 인지 기능에 대해서도 멍거는 말을 이어갔다. 멍거는 캘리포니아공대와 하버드 법학대학원에서 교육받았지만, 이렇게 탁월한 기관들의 교육에도 문제가 있다며 자신이 '오판의 심리학'이라고 부르는 약 20개의 원칙이 대단히 중요하므로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오판의 심리학'은 내용이 많은 관계로 다음 기회에 자세히 살펴보자.
멍거는 여러 분야에서 규모의 이익을 설명했다. 일단 TV 광고가 인상적인데, 컬러TV가 도입되자 TV 광고의 위력이 놀라울 정도로 강해졌다. 프록터앤드갬블(P&G)같은 매출이 막대한 대기업은 값비싼 TV 광고를 이용할 수 있어서 계속 번영하면서 중소기업과의 격차를 벌려나갔다.
규모의 이익은 심리에서도 나타나는데, 멍거가 인용한 건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승인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모두가 어떤 제품을 사면 그 제품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무의식 수준일 때도 있고 의식 수준일 때도 있는데 때로는 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나는 잘 모르겠어. 사람들이 나보다 잘 알 테니까, 그냥 따라가자!"
규모의 이익 측면에서 보면 체인점도 흥미롭다. 체인점은 구매력을 통해 상품 원가를 낮출 수 있고 많은 매장을 통해 다양한 실험도 할 수 있고 전문화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월튼이 초창기에 사용한 전략도 흥미롭다. 멍거는 월튼이 결승전에 올라가려고 기록을 쌓는 프로 권투 선수 같다고 비유했는데, 월튼은 약한 선수 42명과 싸워서 KO승을 42회 거뒀다. 즉, 42전 42승 42KO승을 기록한 것이다.
월튼은 초창기에 소도시에 있는 경쟁 매장을 주로 공략했다. 소도시 경쟁 매장은 쉽게 무너뜨릴 수 있었고 계속 소도시를 돌아다니며 경쟁 매장을 무너뜨리다 규모가 커지자 대형 경쟁 매장들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멍거는 이에 대해 대단히 약삭빠른 전략으로, 자본주의는 원래 잔혹하며 그래도 "월마트 덕분에 세상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게임을 더 재밌게 만드는 건 '규모의 불이익'인데 조직이 커질수록 관료주의가 생기기 때문에 규모가 크다고 항상 승리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관료주의가 자리잡으면 영역 다툼이 등장하는 것도 인간의 본성이다. 또 관료주의는 부패하는 경향이 있는데, 업무상 관련된 두 부서 사이에는 "네가 귀찮게 하지 않으면 나도 귀찮게 하지 않겠다. 그러면 서로 편하다"라는 불문율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미국처럼 기술 발전이 빠른 나라에서 나타난다는 '경쟁적 파괴'(competitive destruction) 현상도 중요하다. 자동차가 보급되면 마차용 채찍 공장은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계속 되풀이되며 재빨리 움직이는 사람은 큰 이점을 누리게 되는데, 멍거는 이런 사람에게 '파도타기'(surfing)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즉, 파도 꼭대기에 제대로 올라타는 사람은 오랜 기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멍거가 예로 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이 좋은 예다.
멍거는 투자자는 이런 기회를 찾아내야 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으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평생에 몇 번은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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