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명목을 찾아서] (12) 영월엄씨 현풍 입향조 엄계 선생과 현풍휴게소 느티나무

최미화 기자 2025. 6. 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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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웅 대구생명의숲이사장 / 전 대구시녹지과장
대구시 경관대상을 받은 현풍휴게소 느티나무. 현풍휴게소 서쪽 경내에 있는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500년으로 뺴어난 수형을 지니고 있다.
칭찬하면 고래도 춤춘다는 말이 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로는 소통할 수 없지만, 좋은 감정을 가지고 긍정적인 생각을 보내면 그것이 뇌파(腦波)이든 기(氣)이든 어떤 경로를 통해 감응한다는 뜻이다. 이는 식물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최근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밝혔다. 이 믿기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가 국내에서도 일어나 한때 화제가 된 일이 있다.
대구시 경관대상을 수상한 현풍휴게소 느티나무 최우수상 표지석.
가장 한국적인 궁(宮)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1997)된 창덕궁에는 줄기와 가지가 뒤틀려 보기 싫게 자라는 향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이 700년이나 되었으나 높이는 불과 6m였다. 지나가는 사람 누구 하나 주목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령(樹齡)에 비해 키가 작다. 모양이 괴이(怪異) 하다는 등 비난만 했다. 그런데 1968년 국가유산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더니 놀랍게도 성장이 빨라졌다.
영월인 엄계는 갑자사화를 피해 현풍으로 내려와 재사 공신정(拱辰亭, 사진)을 짓고 정자 뒤쪽 제단에서 아침 저녁으로 북쪽을 향해 망배(望拜)를 올렸다. 훗날 엄공망배단(嚴公望拜壇)이라고 불렸다.

국가가 어떤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것은 그 나무에게 부여할 수 있는 최상의 예우(禮遇)이다. 그 후 44년이 지난 2012년 높이를 측정하였더니 12m로 자랐다. 700년 동안 6m 자라던 것보다 정확히 배로 자란 것이다. 관계 공무원이나 학계에서는 기적이라고 했다. 즉 나무도 고래와 같이 칭찬을 받자 더욱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란 결과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농산물의 소출을 늘리고 가축의 생장을 촉진하기 위해 감미로운 음악을 틀어주는 농장이 늘어나고 있다고도 한다. 이런 일은 농산물이나 가축의 영성(靈性)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면역력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한다.

전국의 많은 나무 중에서 희귀하거나 생물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나무는 국가가 보호하는 제도가 있다. 대체로 산림청이 보호수로 지정하는 경우이고, 다음은 국가유산청이 천연기념물이나 시도(市道)의 기념물로 지정하는 경우이며, 이외에 환경부가 특정 식물이 한반도는 물론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야생 동·식물보호법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그것이다.

현풍휴게소 서쪽 경내에는 수형이 빼어난 500년생 느티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주변을 잘 꾸며 놓아 길손들이 쉴 때 보고 가는 나무다. 심지어는 소원을 적은 쪽지를 걸어 놓기도 하고, 느린 편지를 보내는 우체통도 마련해 두었으며 여유 있는 사람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작은 도서관도 있다. 더욱이 주변에 의자를 설치해 놓아 그늘에 앉아 낙동강도 조망할 수도 있다.

2014년 한국도로공사가 대한민국 경관 대상 최우수상을 수여하고 표지석을 설치했다. 그래서 그런지 건조의 피해에 취약한 산등성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가지에 무성한 잎을 달아 세력이 왕성하다. 이 역시 칭찬의 결과가 아닌가 한다, 특히, 이 나무는 국토의 동맥인 구마고속도로 건설과 준공식 장면을 몸소 지켜본 나무이기도 하다. 휴게소 북쪽에는 "번영과 평화의 길"이라고 쓰인 탑이 우뚝 서 있다. 1976년 6월4일에 시작하여 1977년 12월17일에 개통한 대구-마산 간 86.3 Km의 구마고속도로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기념물이다. 휘호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상징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이고 첨탑(尖塔)은 당대 최고의 조각가 김세중(金世中, 1928~1986)의 작품이다.
표석에는 "번영의 조국이여 조상이 남기신 문화유산을 기틀 삼아 새 시대의 예지와 맘으로 약진을 거듭하니 역사의 시련기에 겨레의 웅지와 충성을 다하는 민족 총력의 업적들을 다시 후세에 물려 길이 평화와 복락을 누리도록 하려 함이다. 아름다운 조국 강토와 영원한 혈맥이 될 고속도로에 위의 축원을 담아 한 탑을 세우다"라고 쓰여 있다.

구마고속도로는 우리나라 7번째 고속도로이다. 3시간 30분 걸리던 대구 -마산 간을 1시간 30분으로 2시간 단축했다. 인적교류의 활성화는 물론 남해안 수출 공업지역과 영남 내륙경제권을 연결하여 창원공단의 발전을 촉진하는 기반 시설이 되었다.

2001년 문경, 여주, 양평 등을 잇는 국토의 중심 내륙을 관통하게 되면서 연장 301.2 Km의 중부내륙고속도로 확대 개편되어 오늘에 이른다.

거의 모든 오래된 나무들이 그러하지만, 이 느티나무도 심은 이가 알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조심스럽지만 본관이 영월인 조선 전기 문신 엄계(嚴誡)가 심은 것으로 보인다.

때는 조선 9대 왕 성종 조 엄산수(嚴山壽)의 딸 엄씨는 성종의 후궁 즉 귀인(貴人)이 되었다. 성종을 이어 10대 왕이 등극하니 이가 곧 훗날 폭군이 된 연산군(燕山君)이다.

왕좌에 오른 4년 후 1498년 할아버지 세조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피 바람을 불러일으켜 김종직, 김일손 등 사림파를 죽이거나 유배 보내 많은 사람이 화를 입었으니 이 사건이 곧 무오사화(戊午士禍)이다.

그의 폭정은 계속되어 6년 후 또 한 차례 이번에는 그의 생모 윤씨가 폐모(廢母)된 사실에 분노하여 관련자를 무참히 학살하니 이가 곧 1504(연산군 10)에 일어난 갑자사화(甲子士禍)이다. 이때 엄산수의 딸 귀인 엄씨도 임사홍(任士洪, ?~1506)으로부터 무고를 당하여 장살(杖殺, 매를 맞아 죽음)되었다.

엄씨 일가의 화는 그일로 끝나지 않아 아버지 산수와 맏이 엄훈(嚴訓)은 경기도 이천, 둘째 엄회(嚴晦) 역시 경기도 양천(현, 서울시 강서구)으로 유배되고 셋째 엄계(1456~1506)는 경상도 현풍으로 화를 피해 내려오니 영월엄씨 현풍지역 입향조이다.

엄계는 이곳에서 공신정(拱辰亭)을 짓고 정자 뒤쪽에 제단을 쌓고 아침, 저녁으로 북쪽을 향해 망배(望拜,멀리 떨어져 있는 조상, 부모, 형제 따위를 그리워하며 하는 절)를 올리니 훗날 엄공망배단(嚴公望拜壇)이라 했다. 이천과 양천으로 유배 간 아버지와 두 형들이 건강하고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후 중종 때 죄가 풀리고 통정대부(정3품) 공조 참의(參議)로 증직(贈職)되었다.

공이 서울을 떠나 멀고 먼 현풍으로 내려오게 된 원인은 부인 포산곽씨의 고향인데 기인한다. 즉 소릉군(昭陵君) 곽항(郭恒)의 사위였다. 엄계가 심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엄계의 아버지 엄산수와 맏형 엄훈이 유배되었던 경기도 이천은 조선시대 임금께 진상한 명품 쌀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른 봄에 열리는 산수유축제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정자 육괴정(六槐亭, 이천향토유적 제13호)이 있다.

이 정자는 엄훈의 아들 남당(南塘) 엄용순(嚴用順)이 기묘사화 때 이천으로 내려온 선비 김안국(金安國)·강은(姜濦)·오경(吳慶)·성두문(成斗文)·임내신(任鼐臣) 등 6명이 각기 1그루씩 6그루의 느티나무를 심고 이름을 지은 정자다. 그때 산수유도 함께 심었는데 이것이 오늘 날 이천의 산수유축제의 모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영월엄씨의 시조 내성군(奈城君) 엄림의(嚴林義) 역시 영월에 정착하면서 은행나무(천연기념물)를 심어 지금도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이런 집안의 나무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볼 때 아버지와 형제들을 이별하고 낯선 현풍으로 내려온 계(誡) 역시 은거한 기념으로 심었을 수 있다.

더 확실하다고 믿을 수 있는 정황은 지금의 느티나무가 자연적으로 씨가 떨어져 자라났다면 주변에 같은 크기의 여러 그루가 있어야 할 것인데 그렇지 않고 단 한 그루만 독립수(獨立樹)라서 누군가 일부러 심은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공신정은 수문리 즉 휴게소 느티나무가 있는 서북쪽 바로 아래 낙동강 변에 있다. 그곳에 계(誡)가 망배(望拜) 했던 유촉지(遺躅地)가 있고 2005년 후손들이 세운 기념비가 있다. 장인 곽항, 엄계 모두 『현풍읍지』 인물 편에 등재되어 있다.
이정웅 사)대구생명의숲이사장/ 전 대구시 녹지과장

이정웅 사)대구생명의숲이사장/ 전 대구시 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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