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김혜성, 빅리그 생존했지만…플래툰 벽에 가로막히다[스한 위클리]

이정철 기자 2025. 6.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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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LA 다저스의 좌타자 김혜성(26)이 바늘구멍을 뚫고 메이저리그로 올라왔다. 5월에만 무려 타율 0.422를 기록하며 빅리그에 생존했다.

하지만 그는 좌완 투수만 나오면 벤치에 앉는다. 이는 메이저리그의 전형적인 전략인 '플래툰 시스템' 때문이다. 플래툰 시스템의 역사와 김혜성의 현 상태에 대해 알아본다.

김혜성. ⓒAFPBBNews = News1

플래툰 시스템의 역사

플래툰 시스템은 간단하다. 우투수일 때 좌타자, 좌투수일 때 우타자가 나오는 전략이다. 통상적으로 좌타자가 좌투수에게, 우타자가 우투수에게 약점을 보이기에 이러한 대결을 방지하고자 만든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타자는 왜 본인과 같은 손을 사용하는 투수에게 약한 것일까. 공의 이동 경로를 생각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타자의 몸과 공이 가까울수록 맞추기 쉽다. 반면 멀어지는 공은 콘택트하기 어렵다. 과거부터 좌투수가 좌타자, 우투수가 우타자에게 던지는 횡으로 휘어지는 슬라이더는 타자의 몸에서 멀어지며, 콘택트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반면 반대 손 타자들은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게 타격에 임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최초로 플래툰 시스템을 활용한 팀은 1914년 보스턴 브레이브스(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다. 당시 조지 스톨링스 감독은 좌투수 등판 시 좌타자 조 콘놀리를 벤치에 앉혔다. 대신 우타자 테드 케더를 출장시켰다. 1914년 브레이브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고, 플래툰 시스템은 빅리그의 대표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국민타자도 예외 없던 플래툰 시스템

1982년에 출범한 KBO리그도 일명 '좌우 놀이'를 많이 했다. 주로 좌타자에게 좌투수를 많이 붙이는 전략을 썼다. 우완 사이드암 투수가 선발 등판하면 좌타자들로 선발 라인업을 도배하기도 했다.

다만 메이저리그의 플래툰 시스템과는 거리가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플래툰 시스템은 마치 공식처럼 좌투수 등판 시 우타자, 우투수 등판 시 좌타자를 투입시킨다. 그러나 KBO리그 팀들은 달랐다. 주전 타자들이 명확히 존재하고 '좌우 놀이'는 변칙적인 기용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타자'이자 일본 진출 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로 활약하던 이승엽이 2009시즌 플래툰 시스템의 희생자로 전락했다. 우투수를 만났을 때만 타석에 들어섰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내 팬들도 플래툰 시스템의 존재와 그 파장을 실감하게 됐다.

김혜성. ⓒAFPBBNews = News1

김혜성의 상황

지난 1월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김혜성은 올 시즌 시작을 마이너리그에서 맞이했다. 4월까지 트리플A에 머무르다가 5월 초 유틸리티 플레이어 토미 에드먼의 부상을 틈타 1군으로 올라왔다. 이후 정교한 타격으로 꾸준히 4할대 타율을 유지했고, 에드먼이 복귀한 상황에서도 1군에 생존했다.

하지만 좌투수가 나오면 김혜성은 벤치로 향한다. 그는 11일까지 전체 69타석 중 66타석을 우투수와 상대했다. 좌투수와의 맞대결은 고작 네 차례에 불과했다. 16년 전 이승엽을 괴롭혔던 플래툰 시스템이 김혜성에게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좌완에게 더 강한 김혜성… 로버츠 감독, 실험할 때다

다저스는 지난 시즌 플래툰 시스템을 적극 활용한 팀이다.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처럼 리그를 대표하는 중심 타자들은 주전으로 기용하고, 그 외의 타자들은 플래툰 시스템에 편입시키며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다저스는 2024시즌 메이저리그 팀 OPS 1위(0.781)를 기록했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25시즌에도 11일까지 내셔널리그 팀 OPS 1위(0.797)에 올라 있다. 플래툰 시스템을 통해 달콤한 열매를 얻고 있는 것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 ⓒAFPBBNews = News1

하지만 꼭 좌타자가 좌완 투수에게 약한 것은 아니다. 21세기 최고의 콘택트 히터로 꼽히는 스즈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통산 좌투수 상대 타율 0.330(2861타석), 우투수 상대 0.299(7135타석)를 기록했다. 좌투수에게 압도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런 모습이 김혜성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좌투수 상대 4타수 3안타를 기록 중이다. 3안타에는 1홈런과 2루타 1개가 포함돼 있다.

물론 4타석만으로 판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김혜성은 올 시즌 마이너리그에서도 좌투수(31타석·OPS 0.827)에게 우투수(100타석·OPS 0.787)보다 더 강한 성적을 냈다. 다저스는 김혜성의 이 특별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혜성에게만큼은 플래툰 시스템 대신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는 기용법을 모색할 때다.

플래툰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는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 그 속에서 김혜성은 자신의 기량을 온전히 펼치지 못하고 있다. 김혜성이 올 시즌 좌투수에게 강점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용법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김혜성. ⓒ연합뉴스 AFP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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