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총성 덮인 도심… 지금 LA 모습 떠올라

성난 군중이 몰려든 도심으로 방패를 든 군인들이 집결합니다. 여기저기서 차량이 불타고,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와 곤봉을 든 무장 경찰이 뒤엉켜 아비규환이 펼쳐집니다. 거대한 폭발 뒤 찾아온 정적. 사진기자는 유혈 낭자한 길에 쓰러진 몸들을 촬영합니다. 주(州) 방위군까지 투입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위 현장을 묘사한 것 같지만, 작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의 도입부입니다.
영화 속 미국은 내전 중입니다. 내부 갈등이 격화한 끝에 캘리포니아와 텍사스가 연합해 독립 정부를 수립하고 백악관에 맞섭니다. 별이 두 개뿐인 새 성조기까지 내세워 ‘서부군(軍)’을 구성했지요. 워싱턴 DC의 명물 링컨 기념관은 화염에 휩싸여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사진기자들은 폭력의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워싱턴 DC로 향합니다.
군복을 차려입고 빨간 선글라스를 쓴 금발의 총잡이가 이들을 막아섭니다. “미국 회사 로이터 소속의 미국인”이라고 밝힌 기자들을 향해 그는 묻습니다. “어떤 미국인(Which American are you)?” 한 기자가 홍콩 출신이라고 하자 총잡이는 “중국”이라고 한마디 하더니 그를 사살합니다. 동료 기자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내지릅니다. 같은 국민이라는 연대 의식이 사라지고 혐오만 남은 세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영화 속 장면들은 현재의 미국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미래일 겁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예언이나 다름없다”며 이 영화가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작년 국내 개봉 당시엔 “서울 시내 같다”고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여러 나라가 저마다 이 영화를 자신들의 미래처럼 생각한다는 점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권하기는 사실 쉽지 않은 영화입니다. 그러나 복잡한 세상의 미래를 그려보고 싶은 분들께는 추천합니다. 스크린은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극단에 이른 갈등의 끝을 엿보는 듯해 서늘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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