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효도 풍경 2
[나의 실버타운 일기] (16)

유난히 부티가 나는 C. 그는 강남에 빌딩이 있는 재력가일 뿐 아니라 자녀들이 우리 사회에서 선망하는 직업과 지위를 가진 최상류에 속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잘난 자녀들이 이따금씩 방문해 노인을 모시고 외부로 나가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백화점 나들이를 하며 쇼핑도 시켜드립니다.
C가 자주 이야기합니다. 과시하는 건 아닙니다. 교양도 있고 품위도 지킬 줄 아는 우아한 노인. 그런데 이상한 일은, 누구도 그를 가까이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토록 잘나가는 자녀들의 고급진 효도 행각이 거듭될수록 C는 점점 더 소외되어 완전히 왕따를 당하는 느낌이 듭니다.
복도 끝 후미진 곳에 어느 날 화분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별 특색 없는 그 화분에 눈길이 가는 건 살아 있는 나무이기 때문이고, 도대체 누가 갖다 놓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관내 여기저기 놓인 꽃꽂이는 아름답기는 하지만 모두가 조화(造花)입니다. 조화도 너무 정교해서 처음에는 코를 갖다 대고 냄새까지 맡았다니까요. 하지만 평범한 그 화분이 나타난 후로 나의 관심은 매일 그 나무를 도대체 누가 복도 끝에 갖다 놓았는지, 그 궁금증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식당에서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노인이 대수롭지 않게 “아들이 집에 있던 화분 하나를 갖다 놓았다”는 거예요. 그 말에 갑자기 그가 ‘있어 보이는’ 멋진 노인으로 변했습니다. 어느 집에나 있음직한 화분, 하지만 누구도 애써 복도 끝에 갖다 놓을 생각도, 실행도 하지 못한 것입니다. 바깥 정원에서 계절은 시시각각 변화하지만, 일정한 밝기와 온도로 고정된 실버타운의 조화는 시들지도 않고 적막감마저 듭니다. 지난 주말에 다른 쪽 복도 끝에 화분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필자(가명)는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은 한 실버타운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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