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선데이] 돈을 가르칩시다

필자도 어려서부터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아이가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환경에서 자랐고, 은행에 저축하는 것 외에는 달리 돈 굴릴 줄 모르고 컸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해 보니 모르는 것투성이라, 돈을 모르고 성년이 되는 게 맞나 의문을 갖게 되었을 때 그런 특강을 들은 것이다. 그 영향인지 필자는 청년을 대상으로 특강할 일이 있으면 돈을 관리하고 자산을 만드는 내용을 종종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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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아이가 돈 얘기하는 거 금기
유대인은 10대 때 목돈 주면서 교육
돈에 대한 인식 올바르게 심어줘야
학교에서 실용적인 금융 교육 필요
」

10년 전쯤 지인에게 유대인의 성인식에 대해 듣고는 비슷하게라도 따라하겠다고 결심했다. 아이들이 나처럼 무지하게 어른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마침 남동생도 아이가 둘이어서, 13세가 되는 아이가 있으면 두 집에서 추렴해서 목돈을 만들어주자고 의기투합했다. 미성년자 명의의 은행 계좌, 증권사 계좌를 만들고 세무서에 증여 신고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있지만, 지금까지 세 아이가 돈을 받았고 투자 중이다.
경제학자인 엄마로서는 그 기회에 아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원리가 있었다. 돈이 벌리는 근본이 생산 활동에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해서 없던 가치를 만들어내야 돈이 벌린다고 알게 하고 싶었다. 직접 생산적인 일을 하든, 내 돈이 생산적인 일에 쓰이게 하든, 생산 활동을 조직하는 기업의 중요성과 기업의 가치를 바라보는 관점을 키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열세 살짜리에게는 듣는 순간 허공에 흩어질 따분한 이야기일 터였다.
그래서 질문으로 시작했다. 10년 후에 큰돈이 있으면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이었다. 큰애는 당시 멋지다고 생각한 자동차를 사고 싶다고 했다. 자동차의 가격을 검색하고, 알아들었을 것 같지 않지만 복리를 설명한 후 지금 가진 돈이 10년 후에 그만큼이 되려면 매년 어느 정도로 늘어야 하는지 같이 엑셀을 열어놓고 계산을 해서 연간 목표 수익률을 잡았다. 그러고 나서 상장된 기업 중에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연간 목표 수익률 이상을 낸 곳을 검색했다. 그러다 보니 미국 기업들을 골라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
둘째 때는 질문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갖고 싶은 것 중에 큰돈 드는 것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분산 투자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지만 둘째는 여러 기업에 관심 갖기 힘들다며 소위 ‘몰빵’을 택했다. 욕망의 크기와 모양이 사람마다 얼마나 다른지 아이 둘만 키워도 절실히 알 수 있다. 큰애는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것에 대한 확고한 취향이 있고, 둘째는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사람 크기 피규어를 갖는 게 소원인 아이다. 분산 투자와 몰빵의 차이는 둘이 서로 투자 성과를 비교하는 것으로 충분히 알게 되리라 믿는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말 어렵다고 느끼는 분야 중 하나가 돈에 대한 인식을 잡아주는 것이다. 돈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돈에 매몰되는 삶을 살기 바라진 않지만, 돈은 누군가 해결해 주는 것이라 막연하게 믿고 초연하기를 바라지도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제대로 돈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본적인 원칙들을 교육하는 것이리라.
사회과학 분야 학자로서 더욱 마음이 쓰이는 것은, 아이들이 받는 돈 교육이 부모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라는 사실이다. 학교 교육에 자기 앞가림하는 시민을 키워내는 목적이 있을진대, 실용적인 금융 교육도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세계 경제가 점점 불투명해지는 요즘, 각자도생을 위한 금융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해 본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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